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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프로TV “데이터 비즈니스로 한국형 블룸버그 도전”

울프강에서 만난 사람/ 삼프로TV 창업자 3인

  • 기사입력 2023.03.16 14:13
  • 최종수정 2023.07.07 09:43
  • 기자명 유부혁 기자
삼프로TV 김동환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삼프로TV 김동환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경제와 금융을 중심으로 지식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대선 후보가 자청해 출연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은 이 채널을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이 상장에 나선다. 2018년 1월 금융인 김동환, 기자 이진우, 방송인 정영진이 모여 ‘비트코인은 돈인가?’란 팟캐스트로 시작했고 이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전환하면서 콘텐츠 사업을 했다. 

지금은 계열사 5곳, 직원 수 15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약 300억원(연결). 평일(7개)부터 주말(9개)까지 하루 10시간을 라이브로 편성할 만큼 콘텐츠는 다양하고 출연진은 풍부하다. 이미 100억대로 성장한 출판, 올해 시작한 유료 서비스 구독을 기반으로 유튜브 광고 의존도를 계속 낮추고 있다.

(기업공개에 성공한다면) 유튜브 기반 비즈니스로 상장하는 거의 유일한 사례지만 아직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공개 하기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상장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도 있다. 엑시트(투자수익 회수)를 위한 상장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의식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이런 반응을 알고 있을 삼프로에게 궁금했던 건 ‘굳이 왜?’다. 울프강 포춘룸에서 셋을 만났고 이후 삼프로TV 사무실과 스튜디오에서 세 사람을 따로 만났다. 상장에 대한 각자의 입장뿐 아니라 기존 미디어의 콘텐츠 제작방식과 경제금융 기관의 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말했다.

“탄탄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하겠다. 그것도 글로벌로” -김동환 프로

“매일 우리가 모시는 패널과 제작하는 콘텐츠, 하는 일이 결코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레거시 미디어에 뒤쳐지지 않는다” -이진우 프로

“우리는 흐름을 노렸고 맞았다. 모든 일에 우연은 없다” -정영진 프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세 사람이다. 이들의 답변을 순화하거나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옮긴다.

Q 처음엔 팟캐스트로 시작했다. 유튜브로 채널을 옮긴 이유는?

김동환 유튜브를 상상한 적 없다.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할 때 ‘최고의 경제 라디오가 돼 보자’고 생각한 게 전부다. 일주일에 한번 업로드를 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더라. 첫 주제가 코인, 다음이 부동산, 주식 그리고 공정경제로 기억한다.

팬덤이 생기길래 당시 제작을 지원해준 팟빵측에 일정 금액 지원을 받고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고 거절당했다. 그 거절 덕분에 오늘의 ‘삼프로’가 생겼다. 난 우리가 채널을 만들 때까지 유튜브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본 적도 없다.

이진우 당시 제안한 금액이 2000만원. 스튜디오 유지비 내고 출연자들에게 사례비 지급하고 나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셋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시 PD가 유튜브를 제안했다. “고프로 한대면 되니 30만원만 주세요”라고 하더라.   

 

█  성공 요인은 라이브, 코로나, 오디언스

Q 세 사람 모두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팟캐스트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진우 난 아직도 인터뷰는 영상보단 음성으로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가끔 사진이나 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오디오로 인터뷰를 전하는 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제작하는 입장에선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하지만 우리 독자들이 유튜브에 몰려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오디오가 활성화 되는 시기가 올거라 생각한다.

김동환 목소리가 좋아서라기 보단 무언가 도모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팟캐스트였다. 시장 성장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예상치 않았던 유튜브로 옮겨가긴 했지만. 미국의 경우 팟캐스트 시장이 한국에 비해 훨씬 크다.

삼프로TV 이진우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삼프로TV 이진우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Q 삼프로가 대중들에 알려진 결정적 계기 중 하나가 지난 대선후보 2인 인터뷰다. 제안을 한 건가, 제안을 받은건가. 과정이 궁금하다.

김동환 가급적 안하고 싶었다. 우리가 정치 이야기까지 해야할까? 콘텐츠나 방향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양당의 후보 중 한명에게 제안을 받았는데 우리는 여야 모두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처음엔 성사가 어려울 것처럼 보였는데 거부하던 후보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진우 난 지금도 내키지 않는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대선을 바로 앞에 두고 유력 정치인과 치열한 인터뷰를 하는게 어려운 일이니까. 다른 미디어가 진행한 인터뷰에 비해 양도 풍성했고 균형도 잘 잡았단 평가를 들었다는 점에선 다행이다. 하지만 더 치열했어야 한다.

김동환 섭외가 되자마자 바로 진행된터라 준비할 시간이 따로 없었다. 리허설도 대본 리딩도 하지 못했다.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25일 공개된 이재명,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영상 조회수는 공개 이틀만에 각각 300만, 200만을 돌파했다. 이후 삼프로는 안철수, 김동연, 심상정 후보와의 대담 콘텐츠도 공개했다. 대선후보 4인을 인터뷰한 콘텐츠 ‘삼프로가 묻고 정책이 답하다’(각 1시간 30분)는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1368만회를 기록했다. 대선 후보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도, 공약 내용을 대중의 시선에서 쉽게 설명한 콘텐츠란 평가를 받았다.

Q 지난해엔 최태원 SK회장을 인터뷰했다. 한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좀처럼 하지 않는 기업 총수를 섭외한 비결은?

김동환 섭외를 위해 한 인물에 끈질기게 구애하진 않는다. ‘한번 해보시죠’하고 제안했는데 바로 수락했다. 이 역시 준비 없이 진행했다. 최태원 회장이 특별히 언론을 피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적절한 계기를 만들면 싫어하진 않을거라 예상했다. 다만 기존의 인터뷰 방식이나 언론 지형이 인터뷰이에겐 적절하지 않아서 아닐까.

Q 삼프로 채널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는지?

김동환 유튜브. 그것도 라이브가 결정적 순간이 아닐까. 지금은 라이브가 일반적이지만 당시 유튜브 라이브는 흔치 않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비즈니스가 된 건 라이브 덕분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콘텐츠를 올려 사업화를 꾀하긴 힘들다.

Q 왜 라이브를 선택했나?

김동환 언제 어디서나 찍어 올릴 수 있고 제작비도 낮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광고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더라. 또 초반엔 주로 투자나 금융을 주제로 한 방송이었는데 이 주제는 적시성이 매우 중요하다.

라이브에 동시 접속하는 숫자는 매우 의있는 콘텐츠 소비 지표다. 삼프로는 기존 공중파, 경제채널에서 운영하는 라이브 채널과 비교해 5~6배 정도 차이가 난다.

Q 다른 분들도 라이브가 결정적 순간이라고 생각하나?

이진우 라이브는 구독자들에게 습관을 만들어 준다. 삼프로 채널에 정기적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힘. 그게 라이브의 힘이더라. 매일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만나는 것.
정영진 난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인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엔 우리 구독자가 10만도 안됐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100만까지 매우 가파르게 성장했다.  

삼프로TV 정영진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삼프로TV 정영진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Q 삼프로는 ‘높은 수준의 구독자가 경쟁력’이란 평가도 있더라.

이진우 매우 통찰력이 있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진짜 경쟁력은 구독자에 있다.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가 외면하고 보여주지 못했지만 양질의 인터뷰 콘텐츠, 즉 깊이 있고 균형감 있는 콘텐츠를 바라는 수요가 상당히 탄탄하게 있다는 걸 확인했다. 풍부한 맥을 찾은 거다.

지역 연준 총재가 한 말을 해설하는 등 어려운 내용이 많은데 구독자들이 끝까지 방송을 본다. 사람들이 경제채널에서 다루는 전문적인 내용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형성된 것 같다.

Q 배움의 즐거움. 이외 채널 성장에 있어 삼프로의 역할은?

김동환 내가 구사하는 어휘 중 상당수가 최근 3~4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 우리는 직접 기획, 출연, 제작에 참여한다.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미디어 역시 대표나 책임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퀄러티가 많이 높아질거라 생각한다.  

이진우 좋은 인터뷰란 좋은 인터뷰이랑 적절한 눈높이를 유지하되 그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용기있게 던지는 것.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도 한다. 웬만한 자존감으로는 안되는 일이다.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콘텐츠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Q 짧은 영상의 시대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수십만명이 보는 이유는 뭘까?

이진우 SNS나 인터넷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재미없게 전달해 왔고 그런 레거시 미디어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투자뿐 아니라 대충 가르쳐 주고 대충 알아선 안되는 세상이다.

김동환 기존 공중파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분들이 가진 콘텐츠가 상당히 좋다. 하지만 짧게는 30초 길어야 5분으로 편집해서는 집중해서 보기도 힘들고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분들의 콘텐츠를 펼쳐놓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TV를 틀면 애널리스트가 각종 프로그램에 등장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제일 처음 등용시킨 것도 삼프로다.

Q 삼프로의 역할과 성과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언론이나 채널에 달린 댓글을 보면 부정적인 언급도 적지 않다. 패널에 대한 지적도 있고. 부정적 리뷰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김동환 기업 차원에서 댓글을 리뷰하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패널에 대한 검증, 선별 기준은 처음부터 세웠고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간혹 패널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지 않나. 짧은 인터뷰는 실수할 일이 거의 없다. 다 걸러지니까. 우리 콘텐츠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을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망신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오히려 패널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을 1시간 이상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

Q 슈카, 아웃스탠딩과 같은 다른 유튜브 채널을 인수한 이유는?

이진우 지식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데 삼프로 구독자들이 원하는 또다른 지식을 위해 외연을 넓혔다. 아웃스탠딩의 경우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몇 안되는 언론사다. 주로 스타트업들을 취재하는데 앞으로 이 영역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성장을 위해선 엔진이 필요하고 스타트업이 그 역할을 할 테니까.

Q 유튜브를 기반으로 성장한 삼프로. OTT와의 협업, 제작사로의 기능 확대 등이 궁금하다.

이진우 220만이 넘는 구독자가 누적 5억뷰를 기록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했을 거다. 분명히 우린 가장 효율적인 유통 구조에 편승했다. 다만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유료화, 채널 확장은 늘 생각하고 있다.  

글로벌 OTT의 주력점은 지금까지 재미와 흥미였다. 지식이 아니었다. ‘우리는 재미없는 건 안한다’는 분위기가 바뀌는 건 시간 문제고 우리가 OTT와 손잡게 될 가능성도 점점 높아졌다. 공중파 채널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경제관련 프로그램은 시청률의 무덤이라고 했지만 최근 조금 다른 양상이더라. 레거시 미디어의 디지털 콘텐츠 확장은 삼프로TV와 협업할 수 있는 접점이다.

█  전문가, 기자, 방송인의 공동창업

Q 공동창업, 게다가 3명이다. 잡음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 리더십 덕분인가, 분명한 역할이 있어선가.

정영진 내 개인적인 기호나 성향, 논리로 ‘이건 아닌데’하는 불순한 생각이 들더라도 ‘아마 결국엔 형들이 맞겠지?’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정말 틀리면 그때 말씀드리자 생각하고 있다.

다만 김 프로의 ‘감’과 이 프로의 ‘논리’가 맞붙을 때가 있는데 감이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세상이 논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더라.

무엇보다 분명한 역할이 있어서가 아닐까. 헌신하는 김동환 대표, 합리적인 이 프로. 전문가와 저널리스트, 방송인이란 역할. 책임을 서로 미루거나 권한을 가지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진우 의견을 내고 자신이 직접 한다. 가령 라이브 방송을 하자고 김동환 대표가 의견을 냈을때 난 반대했다. 그러자 김동환 대표가 “넌 쉬고 있어. 내가 먼저 하고 있을게”하곤 하더라. 30대가 모였다면 싸웠겠지만 50에 가깝거나 갓 넘은 사람들이 만났으니…
김동환 셋다 표현에 있어 좀 절제하는 편이다. 서로 논쟁이 있었던 건 한두 번? 굉장히 견고한 주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Q 하루 10시간 라이브 방송을 한다. 김동환 대표는 상장 준비로 방송출연을 좀 줄였지만 여전히 두 프로는 상당 시간을 라이브에 투자한다. 세 사람의 일과도 궁금하다.

김동환 보통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헬스장에 간다. 블룸버그를 보면서 운동을 30분 정도 하고 사무실로 온다. 7시에 스튜디오에 와서 30분 정도 뉴스를 준비하는데 주요 기사 1개를 픽한다. 라이브를 마치고 10시엔 30분 회의. 이후엔 계속해서 대내외 미팅이다. 오늘도 5분의 여유도 없었다. 지난해까지 주말도 계속 일을 했지만 올해 들어선 주말은 좀 일을 줄이려고 한다. 

이진우 예전부터 진행해온 8시반 라디오 방송을 위해 방송국에 8시까지 간다. 생방송 이후 제작진과 회의를 하고 11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2월부턴 여의도 삼프로 사무실로 온다. 하루종일 기획회의나 미팅을 하다 오후 5시부터 생방송을 하고 6시에 잠깐 저녁 또는 미팅을 가진 후 7시30분 부터 9시까지 생방송, 이후 회의를 하면서 콘텐츠 제목을 정한다. 보통 집에 10시 반에서 11시에 들어간다. 지속 가능한 스케줄은 아니다.

정영진 아침 라이브를 위해 6시 반에 사무실 도착, 9시30분 라이브 방송 끝나면 회의하고 1시에 홍대 스튜디오로 가서 ‘매불쇼’ 녹화를 하고 4시 정도 마치면 5시까지 여의도로 이동해 6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9시반 정도에 끝나면 회의하고 10시반 정도에 집에 들어간다.

█  삼프로의 미래, GIN

Q 매출이 300억을 넘는 걸로 들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한다고 하던데?
이진우 연결기준으론 300억을 넘었다. 지난해 채용을 대폭 늘려서 영업이익률은 2021년 대비 확 떨어졌다.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어 이익률은 낮아질거다. 돈버는 콘텐츠 기업이 많지 않아서 주목하는 것 같은데 게임회사들도 영업이익률 30% 정도 나오는 곳 있지 않나.

김동환 언젠가 한 언론에서 기사 헤드라인에 ‘원가율이 1%’라고 썼더라. 우리가 패널에 지급하는 출연료가 1년에 6억원 정도니까 잘못된 기사다.

Q 기업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광고 이외 새로운 사업모델은 무엇인지 다들 궁금해한다. 유튜브 의존도가 높은 사업 확장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고.

김동환 삼프로 초기엔 집단 지도체제로 경영을 했다. 앞으로 잘 나가지 않더라. 매출을 일으키는 아이디어와 실행엔 늘 변수가 따른다. 매출과 이익에 대한 고민이 제 포지션이다.

21년도엔 교육 관련 매출이 100억원을 넘었다. 강사료 이외엔 크게 비용도 들지 않았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과 방송을 했는데 내용이 참 좋더라. 그래서 콘텐츠 이름을 미래대학으로 정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는 좀 부진했던 것 같고. 그럼 앞으로 삼프로가 교육기업을 지향할거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진 않다. 구독도 있고 교육도 있고 광고사업도 있다. 난 다할 수 있다고 본다. 굳이 기업을 카테고리화의 범주에 넣고 싶진 않다. 다만 비즈니스의 안정성을 생각해야 하니 구독 비즈니스를 해야겠다, 유튜브에 의존한 광고 매출, 이벤트성 교육 과정은 좀 약하지 않나란 생각을 한다. 올해 월 3만원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3000명을 넘었다. 2만명 정도면 손익분기를 넘어선다. 콘텐츠의 수익화에 대한 거부감을 고려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창업 5년만에 시도한 거고.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좀더 서두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삼프로 콘텐츠 절반 이상이 미국 이야기다. 국내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이상으로 테슬라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높다. 단순 번역된 기사에 의존한 콘텐츠는 한계가 있다. 특파원을 보낼까도 생각하다가 최근엔 아예 삼프로를 미국에도 만들자는 결론을 냈다. 지난해 미국을 다녀왔고 3월에 다시 미국을 가서 채용 관련 업무도 하려고 한다. 미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글로벌 채널을 만들어 5년 내 2000만 구독자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인구 2억 8000만명인 인도네시아는 88%가 유튜브를 본다. 거기서만 3년 내 1000만명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삼프로TV 이진우 프로, 정영진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삼프로TV 이진우 프로, 정영진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Q 글로벌 삼프로. 그게 최종 목표는 아닐텐데?

김동환 우리가 글로벌 경제 콘텐츠 교육기업? 그건 과정이다. 결국 우리가 하려고 하는건 데이터 서비스다. B2C 분야에서 블룸버그가 목표다. GIN(Global Individual investor Network)를 구축하고 그 네트워크안에서 우리가 구현할 새로운 B2C 투자 데이터 단말 서비스를 해보려고 한다. 2027년 정도 되면 보실 수 있을거다. 그걸 위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걸 사용할 만한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모든 시작점은 콘텐츠다.

월 30달러 정도 받는 경제, 금융, 투자 관련 데이터 서비스. 여기 맞는 파트너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이게 상장의 이유기도 하다.

Q 연내 상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업공개 환경이 좋진 않은데 괜찮을까?

이진우 씨는 뿌렸고 가을엔 열매가 맺히겠으나 중간의 일은 하늘과 날씨가 하는 것 아닐까.

김동환 자꾸 주변에서 상장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많던데. 상장의 이유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우린 엑시트을 목적으로 상장하려는 게 아니다. 기관이나 기업 투자자들이 투자 목적에 맞춰 투자금과 수익을 회수하도록 해야 하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실 상장하면 우리 세 사람이 가장 불편하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고 말해왔는데 그 원인은 우리 기억이 가진 지배구조, 주주 정책의 미진함에 있다고 본다. 우리 스스로가 매일 논평만 하지 말고 한번 제대로 구현해 보자.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되어보자는 입장에서 상장하려는 거다.

상장해서 글로벌에서 데이터 비즈니스도 해보고 싶고 그 일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안정감도 주고싶다. 이 회사에 내 능력을 배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인재들이 올 거 아닌가.

Q 상장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상당하다.

이진우 왜 안하세요라는 질문이 맞지 않나. 상장은 기업 소유권을 나눠 더 많은 사람들을 오너십에 참여시키는 거다. 특정인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의 지혜가 모이면 기업을 위해서도 좋고 견제와 제어를 통해 기업이 더욱 투명하고 선진적인 방향으로 운영되는 거 아닌가.

상장은 학교 진학과 같다. 진학하지 않고 자퇴하면 자퇴의 이유를 묻지 왜 진학하냐고 묻지 않는다.

현대사회가 만든 시스템으로 회사가 투자를 받았고 운영해왔다. 직원들은 스톡옵션도 가지고 있다. 상장은 당연한 의무이고 숙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비즈니스가 안정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투자자들에게 부담 또는 위험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이라면 받아들이겠다.

Q 다들 재미보단 어떤 의무, 사명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팟캐스트 시절로 돌아간다면 동일한 선택, 그러니까 유튜브를 시작했을까?

이진우 유튜브를 반대했지만 조금 바뀌긴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존재의 의미가 있어서다. 급변하는 미디어, 기업 환경에서 많은 기업이 ‘우리가 왜 생존해야 하지?’ ‘굳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과 같은 질문에 당당하게 답하기 쉽지 않다. 우릴 지지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가슴이 덜컹거린다. 내가 잘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정영진 전 안할 것 같다. 지금이 싫다는 건 아니고. 무엇이든 기회비용은 있는데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삼프로 시청자가 되는 게 더 낫다. 매일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일이 어렵다. 내가 시간을 사용할 수 없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삼프로TV 김동환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삼프로TV 김동환 프로 [사진=포춘코리아]

Q 미디어로도 영향력이 생겼다. 채널이나 기업에 대한 인식, 브랜딩도 신경이 쓰일 텐데.

이진우 매일 우리가 모시는 패널과 제작하는 콘텐츠, 하는 일이 결코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레거시 미디어에 뒤쳐지지 않는다. 다만 유튜브 방송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을 다 깨뜨리지 못했다. 서서히 그 편견을 깨트려 가는 과정이 브랜딩이라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유명세 보다 전문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지리산에 있는 분이 제일 잘 아는데 그보다 유명한 남산에 있는 분을 모셔야 한다는 논리, 그것을 경계하고 있다.

김동환 우린 초창기에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았다. 콘텐츠수가 적었으니까. 처음엔 팟캐스트는 평일에 1회, 주말에 1회. 좋은 콘텐츠가 적으니 팬덤이 생기더라. ‘나만 알고 싶다’는 반응들도 있었고. 유튜브로 전환한 뒤에 프로그램을 늘리는 과정에서 멤버간 이견은 있었다. 나는 (콘텐츠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평범해지고 귀하다는 느낌이 사라지는 아쉬움은 있었던 것 같다.

Q 주제가 상당히 폭넓어졌다. 경제뿐 아니라 역사, 철학까지. 공급자 입장에선 관심사를 좀더 다양하게 넓히고 싶었을 텐데, 구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김동환 투자와 전혀 상관없는 콘텐츠 소비가 더 활성화 돼있다. 주식시장과 전혀 상관없는 교수님의 중동 강의가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2021년 주식시장이 위축돼 있을 때 시장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관심사,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면서 계속 붙잡아 두는 역할을 했고 그 시기를 지나면서 채널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졌다.

Q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정보전달 보다는 지식, 지혜를 전수하려는 이유는?

이진우 투자를 위한 단순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하는 분들이 많다. 정보를 빨리 얻고 수익을 내는 투자. 한두번은 가능할 지 몰라도 길게 가긴 어렵다. 자산은 시중의 유동성 흐름에 따라서 늘거나 줄어든다. 중요한 건 거시적 물결이 요동칠 때 공포감을 느끼거나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는 거다. 투자자들에게 특정 상품을 추천하기보다 투자하면서 겪는 모든 상황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인내할 수 있는 힘, 평정심이 필요하다. 그 힘이 지식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지식 즉 내공을 많이 쌓으면 통찰이 된다. 명사의 통찰만 가져올 방법은 없다. 스스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지식을 통찰의 수단으로 쓸 수도 있고 결정의 정보로 쓸 수도 있고 교양 오락으로 쓸 수도 있다. 결국 같은 것이지만 그동안 그걸 만들어서 제공하는 방식에서 혁신이 없었던 거다.

Q 패널 중 교수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동환 의도한 거다. 학교엔 좋은 강의안을 가진 분들이 많다.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 학위를 딴 분들이 많은데 학교들이 어려워 지면서 좋은 분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가 운영하는 위즈덤칼리지 채널에서 12시간 강의하고 질의응답 4시간에 8000만원을 드린다. 전임강사 평균 연봉보다 높은 수준이다. 강의를 들은 구독자가 7500명이었다. 보람도 보상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수님들이 스스로 ‘나도 콘텐츠를 개발해야겠다’는 자극을 드리고 싶었다. 강의로 소문난 분들이 많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

Q 사업 포트폴리오로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도 고려하고 있는건가?

김동환 전혀.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강사를 많이 발굴했지만 그분들의 활동에 있어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다. 다들 자유롭게 활동하신다.

FORTUNE을 잡은 삼프로 [사진=포춘코리아]

Q ‘FORTUNE(행운)을 잡은 삼프로’가 표지 컨셉이다. 시대의 흐름에 올라탄 콘텐츠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서다. 동의하시는지.

김동환 잡았다는 표현보다는 어떤 이유로 비어 있던 공간을 삼프로가 채웠다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정영진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걸 운칠기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운은 되냐 안되냐의 정도이고 성공의 크기는 결국 노력이 좌우한다. 지금의 결과를 행운으로 돌리는 건 반은 겸손, 반은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내 생각엔 우리는 흐름을 노렸고 맞았다. 우연은 없다.

이진우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지분 평가액이 높아졌잖아라는 의미라면 그런 경우는 훨씬 많지 않나. 난 사진 촬영을 하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세 사람이 닿을지도 모르는 그 무엇을 향해 손을 뻗고 있네'란 생각을 했다. 힘에 부치기도 하고 궁금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호기심으로 그걸 잡으려고 하는 모습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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