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이재현 회장 “2030 World Best CJ”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애칭은 ‘The Little BC(작은 이병철)’이다. 할아버지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쏙 빼 닮았기 때문이다. 얼굴과 체형 등 외모뿐 아니라 합리적인 성격과 뚝심있는 경영스타일이 비슷하다. ‘오너’ 보다 ‘최고 경영자’로 불리길 원하는 겸손도 물려 받았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지 20여년 만에 CJ를 국내 최고의 식품제조업체이자, 국내 1위 물류전문기업, 국내 최대 문화 콘텐츠 그룹으로 만들었다. 그는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지만, 그가 우리 산업사에 남긴 발자취는 또렷하다.
하지만 CJ는 창사이래 최고실적과 함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이 회장은 CJ의 현재 상황을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는 CJ의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 기사입력 2023.03.09 12:40
  • 기자명 채수종 기자

The Little BC 작은 이병철

 

최고 실적과 함께 다가온 최대 위기

CJ그룹은 최초, 최고, 초격차를 의미하는 ‘ONLYONE’ 정신을 추구한다.
1995년 홀로서기 이후 국내 유일의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력인 식품, 문화, 콘텐츠 사업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매출 18조 7794억원, 영업이익 1조 268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9.3%, 7.6% 늘어났다. 특히 K푸드 인기를 업고 해외식품 매출 5조원을 돌파하며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45%나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은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매출 12조 1307억원, 영업이익 411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9%, 19.7% 급증했다. CJ제일제당은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4.4%, 9.2% 증가했다.

하지만 CJ그룹은 최고 실적 속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격적 투자에 따른 계열사의 재무악화와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늦은 대응 등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2023~2025년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에 안주해 쇠퇴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10월 사장단회의에서 “2023~2025년은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국내에 안주해 쇠퇴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전 임직원을 상대로 사업비전을 설명했다. 이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 최근 들어 대형 인수합병(M&A)에 따른 재무악화,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의 영역확장,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 미래 먹거리 사업 부진 등으로 위기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2조원에 미국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했다. CJ ENM은 2021년 9000억원에 피프스 시즌(옛 엔데버 콘텐트)을 매입했다. 연이은 대형 M&A로 그룹 매출은 2019년 30조원에서 불과 3년 만에 30% 넘게 성장해 4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CJ제일제당은 수입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외형성장에 비해 질적성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냈지만, 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했다. 경기위축으로 그동안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CJ CGV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 영업손실 768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3887억원, 2021년 1646억원에 비해 영업손실이 줄었지만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 ENM은 2022년 매출 4조 7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74억원으로 53.7% 급감했다. 여기다 피프스 시즌 인수에 따른 재무 불안 등 전례없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밀고 있는 바이오 부문도 고전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매출 40억 7400만원, 영업손실 332억 3300만원이다. 매출 보다 손실이 8배 이상 많다.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다.

이 회장은 CJ의 성장엔진이 멈춘데 대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재무건전성 확보 위한 사업재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CGV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유휴자산 및 비주력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2월 100% 자회사인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 컨소시엄에 1조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어 2019년말 서울 가양동 부지와 영등포 공장 부지 등을 팔고 미국 법인 CJ아메리카의 상환우선주 6000만주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 모았다. 내부적으로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비용 효율화와 가공식품 상품수를 조정했다.

CJ대한통운은 2021년 2월 중국 물류 자회사 CJ로킨의 지분 전량 73.1%를 사모펀드인 파운틴베스트파트너스에 7338억원에 매각했다.

CJ CGV는 해외법인 지분을 유동화했다. CJ CGV는 2019년 9월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묶은 뒤 지분 28.57%를 2억 8600만 달러(약 3336억원)에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CJ푸드빌은 2019년 4월 자회사인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2025억원에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팔았다.

 

 

2030 World Best CJ

이재현 회장은 CJ그룹의 목표로 ‘2020 Great CJ’와 ’2030 World Best CJ’를 내걸었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해외매출 비중 70% 이상을 실현한다는 비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매출 2020년 24조원, 2021년 26조원에 그쳤다. 해외매출 비중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계속되는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여전히 배가 고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드 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목표를 담은 비전이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한 4대 성장엔진으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를 선정해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5년까지 식품과 콘텐츠 등 컬처사업에 12조원, 물류 및 커머스를 비롯한 플랫폼에 7조원, 웰니스와 지속가능성 사업에 1조원 등 총 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CJ그룹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 2025 중기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시장 확대와 신사업인 바이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식품은 ‘비비고’를 중심으로 7대 글로벌 전략제품(GSP)에 주력한다. 2022년 해외매출 비중이 47%로 높아졌다.

2027년 유럽매출 목표 5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6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치료제의 1상, 2상 임상시험계획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면서 경쟁력 쌓기에 돌입했다.

CJ ENM은 글로벌 콘텐츠 확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 인수한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 시즌’과의 시너지 강화와 지난해 9월 문화 교류협력 업무협약을 맺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의 문화 콘텐츠 사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21년 11월 열린 CJ그룹 중기 비전선포식에서 이재현 회장이 CJ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CJ그룹]
2021년 11월 열린 CJ그룹 중기 비전선포식에서 이재현 회장이 CJ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CJ그룹]

 

이재현의 고민은?

CJ그룹은 독특한 체제로 운영된다. 이재현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지만,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있으며,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문화·미디어 부문을 경영한다. 사공이 많다. 하지만 배는 안전운항을 하고 있다. 역할 균형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회장의 나이가 8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삼두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이 회장은 ‘경영 스승’ 없는 CJ를 구상해야 한다.

CJ ENM은 피프스 시즌 인수대금 9000억원에 대한 재무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 기업어음 3500억원과 금융기관차입 4500억원 등 8000억원의 단기차입금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올들어 3000억원 채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자금조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ENM의 단기차입금은 8850억원이다.

CJ CGV는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를 타고 영업손실이 줄어들고 있지만, 누적 적자에 대한 부담이 크고 부채비율도 1000%가 넘는다.

손경식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재무 안정성’을 강조한 것도 계열사들의 이 같은 경영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그룹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도 시급하다.

옴니채널 구축도 이를 위한 것이다. CJ옴니에서는 영화, 외식, 쇼핑, 공연, 배송 등 모든 CJ서비스를 아우르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네트웍스, CJ CGV, CJ푸드빌, 티빙 등 CJ계열사가 보유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움직임이 늦다.

롯데그룹은 2014년부터 온오프라인 채널을 연계한 옴니채널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26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온라인채널 SSG닷컴과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 스타필드 등 오프라인 매장을 연동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형 유통사들의 옴니채널 강화는 이커머스업계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족했다

 

CJ대한통운은 그동안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같은 택배업체와 경쟁해 왔다. 이제는 네이버,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와 생존다툼을 해야 한다.

CJ ENM도 주력 분야인 콘텐츠, 방송 플랫폼, 커머스 등에서 IT기업과 싸워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등 IT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노조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CJ제일제당 노조는 지난해 4월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됐다.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 온 관계로 노사 모두 관계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의 협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CJ대한통운은 노조와 협상을 하지 않으면 노동법 위반이다. 하지만 협상을 하면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했다.

CJ의 주가는 (2월22일 현재) 8만1300원으로 시가총액 2조 3721억원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 120위이다. 2022년 CJ의 자산 순위가 13위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 낮다.

특히 지난해 그룹 매출 40조원을 넘기며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주가는 2021년 1월 최고점에서 30% 넘게 빠진 상태다.

이재현 회장은 손경식 회장이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2년째 최고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그룹 시가총액이 정체돼 있는 것은 CJ그룹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새롭게 정립할 2025 중기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23년을 ‘2025 중기전략’ 실행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중기비전을 구체화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 2~3년을 그룹 퀀텀점프 기간으로 보고 4대 미래성장엔진의 고삐를 당기는 중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꿈인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회장은 ‘2020 Great CJ’에 실패했다. 그가 ‘2030 World Best CJ’에 성공하려면, ‘BC(이병철)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