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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도전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가장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시작으로 국적 정체성 논란,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로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끝없이 밀려오는 시련에 대해 신년사에서 “영구적 위기(Permacrisis)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신 회장이 꺼내 든 무기는 ‘변화’와 ‘혁신’이다. 미래 먹거리를 찾고,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섰다. 몸집은 줄이고, 투자는 집중하고 있다. 그는 ‘뉴 롯데’로 변신하기 위해 ‘롯데’를 버렸다. 이 ‘불굴의 사나이(An Indomitable Man)’는 1월에 열린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도전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 기사입력 2023.02.17 09:32
  • 기자명 채수종 기자

I’m the CEO

An Indomitable Man

불굴의 사나이

 

롯데그룹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롯데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1967년 설립됐다. 롯데호텔과 롯데케미칼 등 주력사업은 1970년대에 만들어졌다. 모두 50년 넘는 세월 동안 비교적 큰 굴곡없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시련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2017년 사드 사태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롯데는 정부의 사드 정책에 대한 중국측의 보복 조치로 중국 시장에서 빈 손으로 빠져나와야 했다.

2019년에는 국적 정체성 논란이 일었다. 한일간 정치논란이 국민감정으로 비화하면서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성장한 롯데에 불똥이 튀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롯데의 주력사업이었던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사업이 초토화됐다. 뒤늦게 유통시장의 중심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시키고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이미 네이버·쿠팡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50년 동안 단맛에 길들여진 ‘거인’의 움직임은 굼뜨다.

2022년에는 롯데건설이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단기 자금 경색에 빠졌다. 롯데는 그룹 차원의 긴급 수혈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우선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로부터 200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물산의 약정을 통해 하나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3500억원을 차입했다. 그리고 롯데케미칼 5000억원, 롯데정밀화학 3000억원, 롯데홈쇼핑에서 1000억원을 빌렸다.

롯데건설은 유동성 논란에도 불구 4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 자금으로 롯데홈쇼핑과 롯데정밀화학에서 빌린 4000억원을 갚았다.

또 1월에 메리츠증권과 손잡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매각해 1조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중 9000억원은 메리츠증권이 선순위로 출자한다.

6000억원은 롯데물산, 롯데호텔, 롯데정밀화학 등 그룹 계열사들이 후순위 채권자로 책임지게 된다. 이 자금 일부는 롯데케미칼에서 대여한 5000억원 상환에 쓰인다.

롯데건설은 최근 3개월간 만기 도래한 1조 7000억원 규모의 PF 차환에도 성공했다. 계열사 지원과 PF 매각, 만기 연장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끈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에서 한 숨 돌리면서 설을 앞두고 1만 4000여 파트너사 납품대금 7000억원을 조기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1위(2022년 생산능력 기준)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 2조 7000억원이 필요하다. 유상증자에 롯데지주(1조 2155억원)와 롯데물산(2353억원)이 참여하지만, 외부 차입으로 1조 70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또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줄지어 다가오고 있다. 롯데그룹 회사채 잔액은 22조 6880억원 규모다.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는 5조 7490억원, 2024년 6조 4520억원, 2025년 4조 3820억원에 이른다. 3년 동안 갚아야할 채권이 16조 5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올 1분기에 3조원의 차환이 집중될 전망이다.

롯데의 진짜 문제는 그룹 동력의 약화다.

그룹 매출이 2019년 65조 3000억원에서 2020년 56조 4000억원, 2021년 65조 1000억원으로 역성장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화학과 유통 등 그룹 주력사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

그룹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롯데케미칼은 2022년 2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3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42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도 1768억원(추정치) 적자를 냈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671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도 2156억원에 비해 2배 넘게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8년 5970억원에는 여전히 한 참 못 미친다.

 

신격호 선대 회장은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의 이름을 따서 ‘롯데’라는 사명을 정했다. 신동빈 회장이 독일 프랑크프루트 괴테 하우스를 돌아보고 있다.
신격호 선대 회장은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의 이름을 따서 ‘롯데’라는 사명을 정했다. 신동빈 회장이 독일 프랑크프루트 괴테 하우스를 돌아보고 있다.

 

‘뉴 롯데’로 위기 돌파

신동빈 회장이 그리는 ‘뉴 롯데’의 핵심은 미래 경쟁력 창출에 있다. 롯데는 그동안 모든 것을 숫자로 평가해 왔다. 그래서 최고경영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달라졌다. 신 회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 보다 기존의 틀을 깨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긴 안목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1월 사장단 회의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위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뉴 롯데’를 만들기 위해 내부 조직과 기업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2019년 전체 계열사의 40%에 해당하는 22개사 대표를 교체하는 파격인사를 했다. 2020년에는 식품 계열사 대표를 포함해 13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2021년에는 6개 부문 대표 중 호텔, 건설, 렌탈 등 3개 부문 대표를 바꿨다.

그룹의 상징이던 ‘순혈주의’도 버렸다.

롯데쇼핑은 2021년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다. 유통부문을 총괄하는 자리에 ‘롯데맨’이 아닌 외부 인사를 선임한 것은 1979년 롯데쇼핑 출범 이후 처음이다.

롯데제과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22년에 외부 출신 CEO를 선임했다.
롯데백화점 대표와 롯데 유통군 HQ 최고마케팅책임자 뿐 아니라 롯데마트 대표와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롯데호텔 대표 등도 모두 ‘외부인’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그룹 사상 첫 40대 최고경영자(CEO) 시대를 열었고, 롯데멤버스는 첫 외부 여성 대표 선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신 회장은 “융합된 환경 속에서 연공 서열, 성별, 지연. 학연에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 롯데’를 위한 ‘롯데’ 파괴다.

신 회장은 경영진 교체와 함께 과감하게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는 그동안 ‘임금은 적어도, 해고는 하지 않는다’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유통사업을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2020~2021년 2년간 1만명을 줄였다. 점포는 200개를 정리했다. 롯데백화점은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2021년 9월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마트는 2021년 2월 창사 23년 만에 처음으로 그리고 12월에 두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인력감축은 2022년에도 진행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전체 인력의 15%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1980년 롯데면세점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하이마트도 희망퇴직 대열에 합류했다.

신동빈 회장은 유통과 화학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대 테마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파트너들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헬스&웰니스 사업을 이끌 롯데헬스케어는 CES 2023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을 8월 오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 인수 절차를 마치고 1월1일 새 출발했다. 롯데는 이 공장을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조 5000억원의 글로벌 톱10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앞서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지난해 1억 6000만 달러(약 208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양극박과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및 분리막 소재(PE) 등 2차 전지 핵심소재의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소재 및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을 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동박산업에 본격 진출한다.

롯데알미늄은 2차 전지용 양극박을 생산한다. 2021년 12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 알루미늄박 공장(연산 1만8000톤)을 인수했다. 또 2025년 미국 켄터키주에 연산 3만6000톤 규모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조일알미늄과 1조400억원 규모의 2차전지용 양극박 원재료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 중앙제어는 지난해 8월 전기차 충전 서비스브랜드 ‘이브이시스(EVSIS)’를 출시했다. 오는 2025년까지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도심지 주차장에 이브이시스 충전기 1만 3000기를 설치한다.

 

롯데정보통신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공개한 세븐일레븐 메타버스 점포 모습.
롯데정보통신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공개한 세븐일레븐 메타버스 점포 모습.

 

신동빈의 고민은?

신동빈 회장은 국내 경영인 가운데 단연코 가장 고민이 많은 CEO중 하나다.

무엇보다 먼저, 그룹 유동성 안정에 대한 시장의 믿음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설발 악재 차단,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마무리, 만기 채권을 잡음없이 처리해야 한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 부문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롯데의 최대 사업부문은 이미 유통·쇼핑에서 화학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백화점·면세점 시장에서는 신세계·현대백화점을 따돌리고,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네이버·쿠팡·이베이를 추격해야 한다.

호텔롯데 상장도 중요하다. 중간 지주사격인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19%) 등 일본측 주주가 지분 99.28%를 갖고 있다. 롯데의 국적 정체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상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호텔롯데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이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어 당분간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2차 전지 핵심소재의 성장 그래프가 완만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기업의 파상적인 공세로 전기차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혁신 인사의 가시적 효과도 내야 한다. 신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조직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에서의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세 경영 승계도 갈 길이 멀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는 지난해 롯데케미칼 상무로 승진했다.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며 경영수업을 할 예정이다. 신 상무는 롯데의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최고경영자의 자질과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은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단련된 ‘불굴의 사나이’다. 그가 영구적 위기의 시대를 맞아 뉴 롯데의 그림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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