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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조용한 승진·무거운 과제

27일 이사회서 회장 승진 의결…취임사·행사 생략
이 회장 “새로운 분야 선도 못하고 있어…현실 엄중”
신사업과 컨트롤타워,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 주목

  • 기사입력 2022.10.27 17:36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오전 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오전 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일성은 독특한 장소에서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이었다. 이 회장은 27일 오전 삼성물산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는 길이었다. 기자들 앞에 선 이 회장은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말로 운을 뗐다.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립니다.”

앞서 이날 삼성전자는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의결에 따라 이 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았다.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공정위가 이 회장을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지는 4년 만이다.

당초 이 부회장의 승진 여부를 놓고 재계에서는 관측이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상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승진하면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론에도 이사회는 회장 직이 상징하는 책임 경영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언급처럼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엄혹하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떨어지면서 올해 3분기 기준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의 TSMC에 내줬다. 수익성은 더 나빴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35%에서 지난 분기 22%로 떨어지면서 TSMC(50.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다른 사업 부문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가전도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모바일(MX) 사업부는 신제품인 ‘갤럭시 Z4’가 흥행하면서 선방했지만, 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결국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10조8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 줄었다.

이 회장도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이 회장은 25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을 두루 살폈다.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자평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신사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현재 태스크포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정식 조직으로 복원될지도 관심사다. 책임 경영을 명분으로 삼은 만큼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선대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며 초일류 삼성의 신호탄을 쐈다. 그간 숱한 위기를 넘었고, 또다시 위기 앞에 섰다. 이 회장은 앞선 글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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