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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살리는 게 피부 살리는 길" 화장품 회사의 외침

안경 쓴 CEO l ①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
합성향 등 위험성분 배제하고 국내 첫 'EWG 스킨딥' 등급
아로마티카 제품 용기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

  • 기사입력 2022.06.03 17:00
  • 최종수정 2022.06.03 17:24
  • 기자명 유부혁 기자

 
 안경 쓴 CEO의 첫 인터뷰이로 나선 김영균 아로마티카 창업자 겸 대표. 고집쟁이 김영균의 착한 도전을 들어봤다.  [사진 김태환]
 안경 쓴 CEO의 첫 인터뷰이로 나선 김영균 아로마티카 창업자 겸 대표. 고집쟁이 김영균의 착한 도전을 들어봤다.  [사진 김태환]

안경 쓴 이에게 ‘안경 바꾸기’는 때로 큰 도전이다. ‘안경 쓴 CEO’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CEO의 안경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기획물이다.

기획의 취지에 공감해 최영훈 프레임 몬타나 대표가 인터뷰어로 나섰다. 그는 ‘클래식’과 ‘패션’을 좋아하던 석유화학기업 대표였다. 운동화와 안경을 사모으던 덕후기도 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우리나라엔 왜 이런 안경이 없을까’란 불만에서 시작됐다. ‘좋은 안경’에 대한 기준과 철학을 고집해 그만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해외로 확장 중이다.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 ‘화장품 성분 안전성’을 제기했다. 화장품 원료에 대한 그의 진심은 ‘페트병 재활용’으로 이어졌다. 환경을 살리는 길이 피부를 살리는 길이라 믿기 때문. 그 고집이 천연 유기농 화장품 아로마티카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고 있다. 스스로를 ‘까다롭다’고 평가한 김영균 대표는 안경을 바꾸면서 좀더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길 원했다.

최영훈 대표가 스튜디오에 먼저 도착했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MIDO(안경·광학 박람회)에 참가하고 돌아온지 이틀. 그의 표정이 밝았다. “성과도 거두고 부족한 점도 느꼈고 배우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해외 출장이라 그것만으로도 새힘을 얻었어요.” 김영균 대표가 들어왔다. 간단한 인사 후 최 대표의 첫마디는 “FM15번이네요.” 그는 제품명을 모두 외고 있는 듯 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일문일답.

Q 김영균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합성향 같은 위험성분을 배제하는 일이다. 호주에서 우연히 아로마테라피를 접하고 자연이 주는 건강한 에너지와 천연향에 매료돼 2004년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천연 유기농 원료와 에센셜 오일을 수입해 유통했는데 천연 유기농은 기존 제품보다 3배에서 많게는 300배가 비쌌다. 또 EWG* 기준 위험도가 3~10 사이인 파라벤이나 합성계면활성제와 같은 성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시기였다. 합성향은 EWG 위험도가 8이다. 2009년 국내 최초로 ‘EWG 스킨딥’등급으로 ‘화장품 성분안전성’이 주목받았다. 때마침 웰빙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석면 베이비파우더 사건(2009), 가습기 살균제(2011), CMIT/MIT 치약사건(2016)을 겪으며 유기농 원료 화장품과 친환경 생활용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수확한 원료를 찾고 전 제품 합성향료와 유해성분을 배제한 제품을 고집한다. 동물 유래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100% 비건 처방 제품을 만든다. ‘이익이 많지 않더라도 가족에 권할 수 있는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게 내 도전이다.
⁎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 등급을 매기는 사설 비영리 환경단체.

Q 도전의 성과는?

친환경 실천을 독려하는 트리거 역할이다. 2020년 6월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을 오픈해 지난 한해만 1700명의 고객이 600kg의 화장품을 리필했다. 전 제품 재활용 페트로 받은 ‘재활용 우수’등급도 국내 처음이다. 탄소배출량 절감도 2020년보다 2배 많은 137.9톤을 달성했다.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 컵 약 600만개를 절약한 효과다. 소비자 공감도 늘고 있다.

Q 새로운 과제도 있나?

‘잔재 쓰레기 제로’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들이 매립장과 소각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재활용 쓰레기 중 40%가 제대로 선별되지 못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우리는 페트병을 수거해 세척 분쇄,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김영균 대표와 최영훈 대표가 각자의 안경테를 만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태환]
김영균 대표와 최영훈 대표가 각자의 안경테를 만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태환]

 

Q 왜 그렇게까지 하나?

공부하다 보니까.(웃음) 천연, 유기농, 비건엔 차이가 있다. 합성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천연. 화학 약품을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것을 유기농이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유기농의 안전한 성분은 천연이 바탕이다. 환경에 관심이 생기더라. 그러니 포장 용기로 많이 쓰는 플라스틱을 줄이고 재활용성을 높이는 도전을 하게 됐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었고 판매된 제품을 가능한 방법으로 수거해 다시 용기를 만드는 ‘보틀 투 보틀’도 그래서 구축했다.

Q 재활용 플라스틱을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처음엔 생분해 플라스틱을 고민했지만 쉽게 분해되지 않더라. 재활용 플라스틱이 원가는 30% 정도 더 비싸다. 분리배출한 폐플라스틱을 분쇄하고 녹여 잘게 잘라 펠릿으로 만들고 다시 녹여 용기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과정도 더 복잡하다. 내구성 및 안전성 보완을 위해 품질 테스트만 1년 걸렸다. 2019년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를 적용한 제품을 일부 출시했고 지금은 전 제품 용기의 98%를 100% 재활용 플라스틱과 90% 재활용 유리로 만든다.

아로마티카는 직원들이 '환경보호 운동가'로 불릴만큼 환경 보호에 적극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만들 정도. 별도로 환경팀을 두기도 했다.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화면] 
아로마티카는 직원들이 '환경보호 운동가'로 불릴만큼 환경 보호에 적극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만들 정도. 별도로 환경팀을 두기도 했다.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화면] 

 

Q 신념이 합리적 판단을 이긴 경우같다. 뷰티 기업이 그 고집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성분부터 환경까지 생각하는 건 쉽지 않다. 자사몰 고객이 10만 명인데 ‘믿고 쓰는 아로마티카니까 일단 사고 봤다’ ‘역시 믿고 쓴다’는 등의 리뷰가 나와 직원에게 힘이고 원동력이다. 우리의 생각과 가치를 공감한다는 거니까.

Q 뼈아픈 실책 또는 실패 이야기가 궁금하다.

실패는 없었고 어려움이 많았다. 창업 당시엔 원료도 팔고 OEM(주문자 생산)도 했다. 번 돈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다 다 접고 브랜드를 만들었다. 창업 후 7년은 재정적으로 계속 힘들었다. 그냥 버티기였다. 직원들 월급을 제때 못 주던 때가 2~3개월 있었는데 가장 힘들었다. ‘아로마테라피’에 기반한 우리 사업을 두고 ‘컨셉이 좋다’는 말을 간혹 하는데 난 그 말을 싫어한다. 난 소비자와 직원들과 진심으로 공감하고 싶다. 직원들부터 “화장품 회사에서 왜 환경을 그토록…”이란 말을 했다. 회사의 철학과 방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쓴다. 그리고 여전히 공감은 하지만 실천을 어려워 한다. 또 화장품 용기 디자이너들이 소재를 잘 알기에 페트병 재활용 등 기술적인 부분과 환경 이야기도 같이 나눴는데 아무래도 본 역할이 있으니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더라.

아로마티카는 자사 제품의 성분과 추출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화장품 성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화장품 업계가 합성향과 같은 위험성분을 배제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화면]
아로마티카는 자사 제품의 성분과 추출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화장품 성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화장품 업계가 합성향과 같은 위험성분을 배제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화면]

Q 현실의 한계, 어떻게 극복해 가고 있나?

아로마테라피의 경우 바르는 것보다 먹는 문화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제로스테이션’에서 콤부차를 판매하는데 여기 식용 등급을 받은 에센셜 오일을 넣는다. 확실히 아로마테라피를 받아들이는 이해와 속도가 다르더라. 우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회성 관심이 아닌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직원은 1차 소비자니까. 사무실에 리필스테이션 벌크를 설치해 리필을 독려하고 분리수거 쓰레기통도 비치했다. 환경 교육을 위해 환경마케팅팀을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엔 전사 라디오를 통해 소재 분류, 쓰레기 재활용 분류법을 소개한다. 난 직원들이 환경보호 운동가이길 바란다. 제로스테이션에선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자원순환 교육도 진행한다.

Q 김영균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나?

요즘 유행하는 MBTI와 비슷한 DISC 성격유형검사가 있다. 난 DI타입. 꿈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만족도 잘 못한다. 지금도 하고 싶은 일, 만들고 싶은 제품이 많다. 여건과 상황에 맞춰 속도 조절도 필요한데, 그렇게 하고 싶다.

Q 안경을 FM15로 골랐는데, 기준은 무엇 이었나?

기존에 검은색 안경 위주로 착용했다. 인상이 강해 보였는데 이번에 인상을 부드럽게 바꿔보고 싶었다. 난 잔소리 많이 하는 사람인데 이제 밝고 따뜻한 인상도 주고 싶다. 제품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인터뷰 최영훈 프레임몬타나 대표  정리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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