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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미래는 K비건…한식 세계화도 가능"

K비건 설계자 홍정욱 회장 단독 인터뷰
"채식은 깨진 균형 바로잡는 식습관"
"사업 목적은 세상의 변화…기업 성장 이끄는 건 임팩트"

  • 기사입력 2022.05.30 22:57
  • 최종수정 2023.07.07 09:55
  • 기자명 유부혁 기자
홍정욱 올가니카 창업자 겸 회장.
홍정욱 올가니카 창업자 겸 회장.

홍정욱 회장은 “실패를 좋아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싫다”고 했다. “판(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임팩트가 있어야 하고 실패가 뒤따른다”고도 했다. 자신이 만든 기업을 두고 ‘비건 챔피언이 목표’라고 했지만 ‘실패의 산물'이라고도 했다. 

홍정욱 올가니카 창업자 겸 회장은 햇살이 내리쬐는 자택의 정원 소파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었다. 북한산 형제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쌀쌀했다. 밤새 비가 내린 탓. 대신 정원수와 식물은 더 푸르고 생기 있어 보였다. 그도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었다. 그래서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같이 정원에 앉았다. 홍정욱 회장은 비건*으로 알려졌지만 사전적 의미의 완전한 비건은 아니다. 그가 동물성 식품을 줄이기 시작한 건 2013년. 몇 년 전부턴 식물성 식품만 먹기 시작했다. 사회적 관계와 상황 속에서 가끔씩 해산물은 섭취하기도 한다고 했다. ‘육식이 왜 나빠’란 괜한 반발심에 읽은 책 ‘소고기를 위한 변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들고 갔지만 정작 그는 “육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임팩트’. 사업 목적은 ‘세상의 변화’다. “변화는 임팩트가 필요하다. 임팩트는 스케일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한다.” “돈(수익)은 버는게 아니라 임팩트를 위해 써야한다”고도 했다. 그러니 임팩트가 곧 기업의 성장이라 믿는다. 이후 표지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만나 대화를 더 나눴다. 그와 나눈 두번의 대화를 축약한 뒤 문답으로 정리했다.

⁎비건 육류 외에도 우유와 달걀, 생선(어패류), 닭고기 등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과일, 곡식, 채소)주의 또는 사람을 뜻한다.

홍정욱 회장의 사업 목적은 ‘세상의 변화’다. “변화는 임팩트가 필요하다. 임팩트는 스케일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한다.” “돈(수익)은 버는게 아니라 임팩트를 위해 써야한다”고도 했다. 그는 임팩트가 곧 기업의 성장이라 믿는다.
홍정욱 회장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사업을 한다"고 했다. “변화는 임팩트가 필요하다. 임팩트는 스케일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를 한다.” “돈(수익)은 버는게 아니라 임팩트를 위해 써야한다”고도 했다. 그는 임팩트가 곧 기업의 성장이라 믿는다.

Q 식물성 푸드 기업을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가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는 책이라고 하던데?

책을 읽고 결심한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확인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어떤 일이 착한 일인지 알게 됐을 때 누군가는 실천한다. 또 누군가는 신앙처럼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한다. 둘다 의미가 있다. 난 선한 일을 알리고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 변화는 임팩트가 전제가 돼야 한다. 임팩트가 없다면 그 비즈니스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Q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2010년 초반은 ‘비건’이란 말이 생소할 때다.

당시는 언론사를 경영하던 때니까 해외 시장을 볼 기회가 많았다. (채식 시장의)움직임이 보였다. 그런데 한국은 조용했다. 2013년 식물성·기능성·지속가능성이란 가치 중심의 올가니카를 설립했다. 당시 비건 또는 채식을 말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리얼푸드란 웹 매거진을 만들어 비건이 무엇이고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엔 국내 최초로 비건 쿡북도 만들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비건 식품 기업은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다.

Q 채식주의가 식단의 균형을 깨트린다는 우려와 함께 거부감도 있다. 홀 푸드 창업자 ‘존 매키’는 “환경엔 좋지만 건강엔 좋지 않다”는 의견도 냈다.

극단적으로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유제품만 먹더라도 영양 밸런스엔 문제가 없다. 다만 몇가지 결여된 비타민D 12, 오메가3 등은 따로 섭취하면 된다. 난 육식주의와 채식주의로만 나눠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채식과 비건을 동일하게 생각한다. 비건은 건강, 환경 그리고 생명을 위해 육식의 소비를 줄이고 채식 소비를 늘리는 큰 흐름의 정점에 있고 일부분이다. 평소엔 비건이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이 가장 흔하다. 미국도 비건은 전 인구의 1~2%정도로 극히 적다. 하루 한 끼 채식을 하든 매주 하루 채식을 하든 스스로 룰을 만들어 나의 건강과 생명, 환경을 위해 채소 섭취를 늘리자는 것이 지금의 흐름이다. 인간의 육식을 위해 매년 500억 마리의 동물이 죽는다. 한사람이 닭고기를 1년에 20마리 먹는다. 소고기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조금 덜 먹자는 거다. 식습관을 조금 바꿔보자는 취지다.

Q 비건 관련 콘텐츠를 보다보면 육식을 즐기는 사람은 야만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육식을 하면서 죄의식을 느껴야 하나.

모든 변화가 초기에는 계몽하고 알리려는 차원에서 시작한다. 그러다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전투적인 성향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 아니겠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식습관이 채식이다. 육식 소비가 급증하고 세상과 생명에 영향이 너무 크다보니 이를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때론 전투적인 표현을 하기도 한다. 올가니카의 경우 육식이 나쁘니 채식을 하라는 게 아니다.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똑같이 만들어 드릴테니 기왕이면 이거 드세요”라고 변화를 이끄는 거다. 그리고 난 고기를 먹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 모든 만물을 다스리라 하셨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를 파괴하고 수많은 동물을 죽이고 먹고 또 자기 몸을 파괴했던 적은 없다. 밸런스가 깨졌다. 이를 맞추기 위한 무브먼트(운동)가 채식이다. 알맞은 육식과 채식을 하고 있다면 굳이 채식과 육식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

홍정욱 회장은 2012년 훗카이도 출장 중 올가니카 설립을 결심했다. 
홍정욱 회장은 2012년 훗카이도 출장 중 올가니카 설립을 결심했다. 

Q 자기 설득의 함정이란 말처럼 자신의 주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사실 중 유리한 사실만 취하고 싶은 유혹도 있을 텐데. 채식을 권장하는 입장에서 객관성 유지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스캇 피츠제럴드는 “진정한 지성은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중요한 말이다. 내가 정치를 떠난 이유도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 앞에서 이렇게도 편향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다. 질문으로 돌아와서, 우선 식물성이 중요한 이유와 함께 식물성 식품에 대한 반론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 기자가 여기 가지고 온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소고기를 위한 변명’과 같은 책도 빠짐없이 읽고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 찬반의 중간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판단을 내린다음 그 입장을 견지하며 추진하는 거다. 그러면서 비판과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자는 생각이다.

Q ‘비건 테크’에 대한 투자 확산을 놓고 최근 미국 포춘에선 ‘공급 확대로 시장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다.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된 트렌드가 식물성·기능성·지속가능성이다. 전기차가 지금 10% 정도 점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뒤에도 휘발유차가 주 교통수단일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전쟁은 끝났다. 채식도 마찬가지. 전세계 육류시장에서 대체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1.5% 정도인데 2030년엔 33%, 2040년엔 60%가 될거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한다. 전기차보다 점유율이 높다. 이미 끝난 게임이다. 개인적으론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는 속도는 더 빨라질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할 때 거품이 생긴다. 닷컴 열풍이 그랬다. ‘온라인 시대’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장 규모와 성장속도, 가치보다 많은 투자를 해서 버블이 일었던 거다. 식물성 식품도 마찬가지다. 성장 속도와 시장규모보다 많은 돈이 쏠리고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에 의해 거품이 터질 수도 있는데 난 그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펀딩하는 분위기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승패를 가를거다. 자신있다.

Q 최근 투자를 받은 올가니카, 돈은 어디에 쓸건가?

창업 이후 한번도 투자 받아본 적 없다. 첫해부터 흑자였다. 수없이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나 스스로가 워낙 간섭받기 싫어하는 성향탓에 거절했다. 투자를 받게되면 회사의 문화, 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아까 말했듯 건강과 환경을 위한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미션을 가진 회사니까 이를 위한 임팩트를 위해서 결정했다. 늘 가치중심의 경영을 해왔지만 이제 수익 중심, 성장 중심의 방향도 필요해졌고 내가 좀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두드릴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가 중국이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투자를 받았다. 그것도 중국 최대 국영 기업 CITIC의 글로벌 투자회사 CITIC Capital.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를 가졌다는 점이 기대가 된다. 투자금은 아직 건드리지도 않았다.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인데 우선 마케팅이란 새로운 영역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 새로운 영역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마케팅에 1원도 써본적 없기 때문이다.

*올가니카는 지난 1월13일 중국 최대 국영기업 중신그룹(CITIC)의 씨틱캐피탈(CITIC Capital)과 투자협약을 맺고 투자금을 유치했다.

홍정욱 회장이 이끄는 식물성 식품기업 올가니카는  최근 중국 최대 국영기업 CITIC의 글로벌 투자사 CITIC Capital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유치에 대해 홍 회장은
홍정욱 회장이 이끄는 식물성 식품기업 올가니카는  최근 중국 최대 국영기업 CITIC의 글로벌 투자사 CITIC Capital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유치에 대해 홍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Q CITIC이 올가니카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는 최초의 기록을 썼다. 밀박스, 클린푸드, 대체육 등에 도전하며 수없는 실패를 했지만 어쨌든 적자를 기록한 적 없이 버티며 100배 이상 성장했다. CITIC Capital 입장에선 대체육 시장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투자와 그에따른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데 우린 이미 제품 라인업도 충분히 갖췄다. 식물성 소스, 식물성 프로틴, 스낵 등 이미 제품 라인업이 탄탄하다는 점, 차별성에 관심을 갖고 투자한 것 같다.

Q 제품수를 상당히 빠르게 늘렸다. 비결은?

우린 제품을 만드는 속도가 60일이다. 대기업의 경우 제품을 기획해서 시장에 출시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식품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선 정하고 영업팀이 주도하는 경향성이 짙다. 올가니카는 환경에 이바지한다는 가치 중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개발팀’이 주도한다. ‘이 제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개발해야 했는지’ 설명하면 그제야 영업팀이 이를 뒷받침한다. 곧 발표하겠지만 닭고기도 개발했다. 국내에서 식물성 패티와 식물성 치킨을 가진 첫 기업이고 유일한 회사다. 

올가니카는 식물성 소스, 식물성 프로틴, 스낵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식물성 식품의 선택지를 늘렸다. 다양한 한식의 세계화를 자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가니카는 식물성 소스, 식물성 프로틴, 스낵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식물성 식품의 선택지를 늘렸다. 음식 메뉴가 많은 한식의 세계화를 자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올가니카는 스타트업인가? 성장엔 만족하나?

올가니카는 비전은 있지만 실행력과 생존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자본을 갖췄지만 새로운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실패하는 대기업 사이에 있다. 현재의 위치를 말하자면 스케일업(고성장 스타트업)이다. 임팩트는 스케일이 전제가 돼야 하니까. 올가니카는 스타벅스, 코스트코에 입점했고 삼성전자, 암웨이 등 대기업에 납품한다. 연평균 50%씩 성장해 올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예상한다. 새로 시작한 대체육 간편식 기업 브라잇벨리는 연평균 200%씩 성장시키고 싶다. 스타벅스 최초의 식물성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었고 대체육 패티 판매는 100만개 돌파를 앞두고 있다. 난 까다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힘들어 한다.(웃음) 최초, 최고란 라벨이 붙지 않으면 “오케이”를 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제품들이 묻혔고 실패했다. 그 시체(미출시 제품)들 위에 지금의 제품이 놓인 셈이다. 투자 받고 홈쇼핑 진출하고 수천억 규모로 기업을 더 빨리 키울 수 있었지만 그 방식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Q 올가니카의 과제는 무엇인가?

식물성 식품 시장의 성장이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 그 결과 앞으로 3~4년은 투자, 소비 모두 어려울 것 같다. 이 환경에서 살아남는 근성과 경험, 경륜이 필요하고 올가니카는 준비가 됐다. 내부의 과제는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돈 쓰는 법을 모른다는 거다. 더 큰 임팩트를 위해서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야 하니까 이젠 브랜딩, 마케팅을 해볼 생각이다. 고속성장을 위해 돈 쓰는 법을 배우겠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CITIC을 포함해 좋은 파트너들도 여럿 만났다.

홍정욱 회장은
홍정욱 회장은 "2030년이면 아시아가 식물성 식품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식물성 식품을 다양화해 올가니카를 비건 챔피언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Q 왜 중국이고 동남아시장인가?

현재 식물성 식품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이 앞서 있지만 2030년 정도면 아시아가 시장을 주도할거다. 식물성 식품 시장은 중산층 시장이다. 동시에 젊은 층의 시장이기도 하다. 2030년에는 전세계 MZ세대의 56%, 중산층의 65%가 아시아에 살 것이란 자료가 있다. 젊은 세대와 중산층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곳도 아시아다. 아시아인들의 입맛과 선택을 이해하고 아시아 시장을 타깃하는 플레이어들이 세계 식물성 식품시장을 지배할 거라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올가니카와 브라잇벨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비건 챔피언이 되는 것이 목표다.

Q 식물성 식품 기업으로 정부에 기대하는 정책적 지원은?

식물성 식품의 가치를 공유해 주면 좋겠다. 동시에 팩트를 알려주는 교육도 필요하다. 채식을 보급하는 것이 어린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다. 우유를 얻기위해 끊임없이 임신을 시킨 탓에 15~20년 살 수 있는 젖소가 임신만 반복하다 5~6년이면 죽는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모른다. 선진국처럼 채식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주면 좋겠다. 채소를 많이 먹으면 몸에 좋다는 건 상식이다. 채소를 더 많이 먹는 방법이 대체육이기도 하다.

Q 올가니카에 이어 대체육 스타트업 브라잇벨리도 시작했다. 대체육의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1세대 식물성 식품 기업들은 ‘기술과 가치’에 중점을 뒀다. 기후변화,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건강과 같은 가치를 중심에 두었다. 채식의 장점을 잘 설명했고 대체육도 만들었다. 그런데 선택지가 별로 없다. 주로 미국 기업들이 만들다 보니 소시지나 햄버거 밖에 없다. 가격도 걸림돌. 실제 고기에 비해 40%에서 2배 정도 비싸다. 여기에 ‘첨가물도 많이 들어가는데 진짜 건강한가?’ ‘실제 탄소배출량이 없느냐’부터 ‘요리하기 너무 어렵다’는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 2세대는 앞선 단점을 파악해 더이상 기술과 가치가 아닌 맛, 선택의 편리함, 가격과 같은 요소에 중점을 두게 됐다. 브라잇벨리는 결국 고기가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1세대 기업들이 타이슨푸드로 대표되는 육류 생산 기업과 경쟁했다면 2세대는 세계를 리드하는 식품 기업 네슬레, 다농 등과 경쟁해야 한다.

Q 맵고 짜고 단 K푸드, 종류도 다양하다. K비건의 세계화는 가능할까?

한식의 가장 큰 특징은 채식을 기반으로 한다. 전통 한식의 채식과 육식 비율은 8:2에 달한다. 건강의 근원은 자연에 있다는 한국인의 자연주의 철학이 그대로 배어있다. 이미 올가니카는 한식의 기반인 고추장 등 8종의 소스를 국내 최초 100% 식물성으로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셰프 장조지(Jean-Georges)의 선택을 받을 정도로 맛도 뛰어나다. 우리 육식을 대표하는 불고기와 갈비도 고기 못지않게 맛있는 대체육으로 만들었다. 세계화하지 못할 한식은 없다. 남은 과제는 우리 입맛이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한식을 만드는 것이다. 올가니카와 브라잇벨리가 세계 굴지의 파트너들과 함께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올가니카는 세계적인 셰프 장조지(Jean-Georges)와 손잡고 한식의 기반인 고추장 등 8종의 소스를 국내 최초 100% 식물성으로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했다. 
올가니카는 세계적인 셰프 장조지(Jean-Georges)와 손잡고 한식의 기반인 고추장 등 8종의 소스를 국내 최초 100% 식물성으로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했다. 

Q 에세이 50에서 ‘올가니카의 성장을 위해 빠르게 바르게가 아닌 똑똑한 리더십’을 이야기했다. 똑똑한 리더십이 뭔가?

답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안하거나 못하는 거다. 하지 말아야 될 일을 아는게 똑똑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을 ‘무엇을 하지 말아야 될지 확실히 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Q 언론사주, 정치인, 식품기업 회장. 홍정욱의 실패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난 재즈를 좋아한다. 책 <7막 7장>으로 번 돈이 8억~9억원 정도였는데 재즈클럽에 모두 투자해 깨끗이 날렸다. 29살엔 잘 다니던 리먼브라더스를 나와 인터넷 기업을 창업, 6개월 동안 투자금 150억원을 모두 날리고 도산했다. 알거지가 돼 아내와 딸하고 들어와 부모님댁에 머물렀다. 여기저기 돈을 빌려 사실상 부도기업이었던 언론사 헤럴드미디어를 인수했다. 노조와 싸우고 검찰에 불려가며 3~4년 소송에 시달렸다. 헤럴드도 결과적으론 수익을 내는 탄탄한 기업이 됐지만 패션문화 콘텐츠를 만들고자 동아TV를 인수했다 되팔았고 최고의 쌀을 만들겠단 각오로 인수한 곡물기업 ‘천보’도 3년 만에 다시 팔았다. 정치도 내 뜻을 펼치지 못해 그만뒀으니 실패다. 난 절반의 성공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 실패다. 난 누구보다 많이 도전했고 그만큼 많이 실패했다.

포춘코리아 6월호 표지. 홍정욱 회장은 국내에 비건이란 말이 생소하던 2010년대 초반 비거니즘을 예견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주스를 시작으로 도시락, 프로틴, 패티, 소스 등으로 제품을 확대하며 선택지를 넓혔다. 이제 그는 K비건을 들고 '한식의 세계화'에 도전한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난 누구보다 많이 도전했고 그만큼 실패했다. 실패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싫다"고 했다. 
포춘코리아 6월호 표지. 홍정욱 회장은 국내에 비건이란 말이 생소하던 2010년대 초반 비거니즘을 예견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주스를 시작으로 도시락, 프로틴, 패티, 소스 등으로 제품을 확대하며 선택지를 넓혔다. 이제 그는 K비건을 들고 '한식의 세계화'에 도전한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난 누구보다 많이 도전했고 그만큼 실패했다. 실패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싫다"고 했다. 

Q 홍정욱을 말할 때 ‘높은 안목과 취향’을 이야기하더라. 평소 어떤 생각을 하나?

어떤 답을 해도 오만하게 보일 것 같아 고민이다.(막힘없이 답하던 홍 회장은 한참 고민했다.) 대부분의 평균적인 기업은 ‘고객 우선주의’를 말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키자는 건데 세상을 바꾸는 기업은 다르다. ‘고객은 고객이 뭘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만들고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었다면 훨씬 더 빨리 달리는 말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 고객이 원하는 컴퓨터와 전화기를 만들었다면 맥북이나 아이폰도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난 어떤 제품, 어떤 서비스가 세상에 필요한지 계속 질문한다.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한다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테니.

Q 스스로 어떤 경영자라고 생각하나?

난 온화하고 이해심 많고 참을성 있는 경영자가 아니다. 불 같을 때도 있다. 똑똑하지 않은 경영을 싫어한다. 저와 일하는 경영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내 역할이 너무 많았다. 이젠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각 영역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거다. 난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 세상에 멋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 관심은 임팩트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그 임팩트를 고민한다.

/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김태환

 

*자세한 내용은 포춘코리아 6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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