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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

  • 기사입력 2022.05.03 17:00
  • 최종수정 2022.05.03 17:39
  • 기자명 Bernhard Warner

3D 몰입형 인터넷이라는 아이디어는 최근까지 현실이 아니라 환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늘날 모든 IT공룡들이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고, 골드만삭스는 8조달러 규모의 황금어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초기 투자자들이 메타버스를 ‘차세대 잭팟’으로 믿는 이유를 살펴본다.

2000년대 초반, 데이비드 바수츠키는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의 과학 박람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학부모였다.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그는 박람회에서 자신의 새 발명품을 선보였다. 그가 밤낮으로 작업한 3D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였다. 그렇다! 올해 59세의 바수츠키는 자신의 괴짜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아빠였다.

이 프로젝트는 그가 1980년대 만든 ‘인터랙티브 피직스’라고 불리는 2차원 물리 실험 프로그램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가 당시 설립한 회사인 지식 혁명(Knowledge Revolution)은 전국의 모든 학교가 그 물리 실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과학 실험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집과 자동차 등 모든 디지털 사물을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가상의 자동차를 이용해 충돌 후 피해 정도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수츠키는 훗날 “사용자들이 자신이 구축한 가상세계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했다"고 회상하곤 했다.

아울러 사용자들은 자신만의 아바타를 원했고, 그 아바타 친구들과 채팅할 수 있는 능력도 희망했다. 바수츠키와 지식 혁명에서 함께 일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에릭 카셀은 그런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다시 열린 과학 박람회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시제품이 나오는 컴퓨터 화면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한 명씩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아바타를 만들어 플레이하고 서로 소통을 했다.

이들의 흥미는 더욱 커졌다. 재미에 푹 빠진 이 10대들은 결국 로블록스-게이머들이 모인 몰입형 가상 세계로, 젊은 STEM 괴짜들뿐 아니라 다수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가 탄생하는데 일종의 초기 비공개 테스트 그룹 역할을 한 셈이다. 바수츠키는 2004년 캘리포니아 주 샌 마테오에서 로블록스를 설립했다.

그리고 회사는 작년 3월 기업공개를 했다. 직상장을 한 로블록스의 기업가치는 410억달러로 평가 받으며, 2021년 최대 IPO 중 하나로 기록됐다. 덕분에 캐나다 태생으로 미국 미네소타에서 자란 바수츠키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이 사건은 실리콘밸리와 월가, 암호화폐 큰 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유는 완전히 다른 데 있었다. 즉, 로블록스가 메타버스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로블록스 같은 기업들이 더 등장할 수 있다. 상장 후 10개월 동안, 메타버스 광풍은 실로 대단했다.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 이름을 변경할 정도였다. 아울러 메타버스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세계에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데 약 700억달러를 투입했다. 골드만삭스의 에릭 셰리던은 최근 메타버스를 “8조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는 독일과 일본의 GDP를 합친 규모에 버금간다. 이런 열풍의 중심에는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힘든 모호한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이 없던 1990년대에 한 공상과학 작가가 만든 메타버스라는 아이디어는 몰입형 3D 세계를 가리킨다. 오늘날의 메타버스 기술은 SNS(대화)와 모바일 게임(플레이 시간만큼 돈을 내는 게임방식), 그리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거의 현실처럼 느껴지는 상상 세계)이라는 가장 중독적이고 매혹적인 영역들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가장 좋게 표현하면 메타버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말 그대로 건설한다), 거래할 수 있는 가장 활기찬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몰입형 3D 세상을 게임의 미래로 한정해서 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몇 년 후 진정한 메타버스가 우리의 삶과 일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IT공룡과 대형 투자사들은 메타버스가 SNS와 모바일 웹 광풍이 불었던 2007년을 재현할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이런 기술의 대전환을 놓쳐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놓칠 수 있을지 정확히 설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바수츠키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의 기업을 경영하지만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는 로블록스를 “인류의 공동 경험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메타버스라는 시대정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바수츠키는 최근 포춘과의 줌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전신(電信)이나 전화, 혹은 최근 줌 화상회의처럼 말이다”라며 “기술의 발전, (주파수의) 대역폭의 다양화, 그리고 기기의 진화 등을 고려할 때 이런 트렌드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회사는 왜 메타버스가 매력적인지 잘 보여준다. 매달 5000만명에 가까운 사용자들이 로블록스 사용자들이 구축한 3D 디지털 '경험'을 수시로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로 전세계인들이 자가격리를 하는 상황에서 로블록스의 이용자수는 급증했다.

최근 발표된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2020년 틱톡과 인스타그램, 줌을 제치고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앱에 등극했다(1위는 포트나이트였다. 이 배틀 로열 방식의 게임도 메타버스의 선구자로 불린다). 로블록스 내의 2400만개 가상환경들 중에서 어디를 방문하든, 사용자들은 사이버 탐정 친구들과 함께 살인 미스터리를 풀거나 은행 강도 음모를 꾸밀 수 있다. 그들은 또한 가상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가상 나이키 제품과 교환할 수 있는 금화를 찾기 위해 구름 사이를 깡충깡충 뛰어다닐 수도 있다.

상대의 기를 죽이는 말을 하거나 가상친구의 새로운 옷을 칭찬하는 등 사교적인 요소가 재미를 더하며 메타버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로블록스에는 또 다른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주요 사용자는 9~13세의 아이들이다). 더욱 많은 기존 게이머들이 아픈 어린 게이머들을 위해 가상세계에서 쾌유 파티를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또한 종종 레고처럼 생긴 자신들의 아바타를 위해 ‘누브(Noob)’: 게임에서 초보자를 의미 맞춤 옷을 구입한다. 결국 부를 축적하고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메타버스에서 성공하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로블록스는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메타버스 쇼핑몰. 
메타버스 쇼핑몰. 

그리고 IPO이후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까지 회사의 시가총액은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막상막하였다. 그리고 지난 1월 18일 마이크로소프트가 M&A 역사상 최대의 현금 인수 거래 중 하나를 성사시켰다. 세계적인 히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캔디 크러시의 제작사인 액티비전을 687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같은 날 아침, 기술주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웨드부시 증권사의 에널리스트 대니얼 이브스는 “이번 거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메타버스 경쟁의 참여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인수에 대해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게임 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가총액 2조달러의 이 거대 IT기업은 가상세계 빌더 고전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도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부터 홀로렌즈 혼합 현실 헤드셋(개당 3500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단비같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로블록스는 순수한 게임업체에 더 가깝다. 하지만 메타버스 사업을 통한 수익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작년 11월 회사 매출은 1억8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골수팬들이 로블록스에서 아바타 복장을 구입하는데 돈을 물쓰듯 썼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 2019년 아바타에 적용할 피부와 외모부터 신체와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디자인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사용자들에게 양도했다 *역주: 회사가 가격을 설정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아이템과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지난 11월 투자자들에게 “그 이후 디지털 디자인에 주력해 온 일부 사용자들은 아이템 판매를 수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키우기도 했다”고 보고했다. 바수츠키는 2020년 말 로블록스가 주최한 래퍼 닐 나스 X의 무료 가상 콘서트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당시 3690만명의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물론 슈퍼볼 하프타임 쇼 시청자수에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저스틴 비버와 DJ데이비드 게타 같은 유명 가수들이 이런 가상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바수츠키는 “그 가상 콘서트는 게임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게임처럼 단순히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뭔가를 배우고, 그것을 일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 자신도 메타버스에서 ‘빌더맨’이라는 이름의 아바타로 활동한다. 월가가 메타버스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확장성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소매업체와 소비자 브랜드들이 글로벌 고객층에 접근할 수 있는 유망한 미개척 시장이다.

게다가 연예인들에게는 코로나 여부와 상관없이 공연의 매진사례를 기대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편 이 기술을 통해 전문가들이 대규모 산업 장비의 결함을 원격으로 해결하고, 신규 직원을 채용할 수도 있다. 화이트칼라 IT 종사자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자리에서 새로운 메타버스 유망 종목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유사한 사례를 꼽자면, 스티브 잡스가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나타났던 2007년 초가 바로 그랬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펀더멘털 주식팀 공동 책임자 케이티 코크는 “잡스가 첫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어느 누구도 그것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그게 다야?’라는 반응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메타버스에 대해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새롭게 선보인 미래IT선도기업 주식 ETF를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룩 데인은 같은 인터뷰에서 “투자자는 항상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와 혁신의 편에 서 있기를 원한다. 우리는 메타버스가 바로 그런 변화와 혁신의 순간이 될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골드만 듀오는 모두 합쳐 약 1250억달러의 투자자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작년 9월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이 유망한 성장주에 더 접근할 수 있도록 미래 IT ETF-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ARK 이노베이션 펀드의 경쟁 상품이다-를 출시했다. 이 ETF의 주요 보유 종목 중 하나는 데이터 센터 하드웨어 회사 마벨 테크놀로지다. 이 종목은 메타버스 섹터에서 인기있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19%나 하락했다. 미래 IT ETF 역시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금리 상승 전망으로 인해 위축되면서 초기 메타버스 투자자들의 믿음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2021년은 일단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스릴 넘치는 공상과학 소설책 한권을 읽는 느낌이었다. 지난해 델타·오미크론·델타크론 변이, 좌석이 텅 빈 비행기, 격리 호텔, mRNA 백신, mRNA 부스터샷, 추가접종 의무화, 목재·원유·커피의 초호황기, 밈 주식의 급등, 정부의 재난 지원금, 그리고 반도체 부족 사태 등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게다가 교외 지역의 형편없는 주택과 더 형편없는 중고차에 엄청난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다. 우리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단어와 신세계를 소개한 실리콘밸리에 감사를 표한다. 덕분에 이 광기 어린 세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어쨌든 메타버스라는 아이디어는 마크 저커버그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IT업계에 떠돌고 있었다. 1992년 공상과학소설 ‘스노 크래시’의 저자 닐 스티븐슨은 이 책에서 반이상향적인 무정부주의 자본가들의 세계에 널리 퍼진 인터넷 기술을 처음으로 상상했다.

그는 그것을 “메타버스”라고 불렀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개인이 아닌 기업이 운영하는 기술이었다. 메타버스 세계는 어둡고 암울한 미래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더 몰입적인 인터넷 경험을 구현하겠다는 생각은 실리콘밸리에서 최고 사상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 중에는 영향력 있는 벤처 투자자 매슈 볼도 있었다. 볼은 최근 몇 년 동안 IT공룡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든 인류가 이용 가능한 상시적인 디지털 세계 구축에 필요한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그는 2020년 1월 성명서에서 “궁극적인 비전으로 보면 메타버스는 대부분의 디지털 경험, 모든 물리적 경험의 핵심 구성요소가 될 것이며 위대한 차세대 노동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썼다.

몇 주 후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포하며 우리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경계가 영구적으로 모호한 세상을 맞게 됐다. 코로나는 메타버스의 비전을 확장하는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와 봉쇄로 우리 대부분은 과거에 디지털로 대체하기 힘들었던 업무와 교육, 그리고 사교생활까지 줌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우리 주변의 기술은 조금씩 더 나아지고, 더 빨라지고, 더 저렴해졌다. AR/VR 헤드셋, 휴대폰, 노트북 및 게임 콘솔의 컴퓨터 성능, 칩셋, 거의 모든 곳에서 접속가능한 클라우드, 그리고 5G 및 광가입자망이 대표적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글로벌 장기투자 리서치 책임자 하임 이스라엘은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점진적인 발전을 위해 10~20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5G기술은 메타버스를 대중적으로 보급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는 결국 6G가 필요하다. 더욱이 AR/VR 혼합 현실 헤드셋은 사용자의 시야를 방해하고 가끔 감전된다는 이유로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별 1점짜리 리뷰가 있더라도 그것이 IT공룡들의 질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작년 10월 페이스북의 ‘만물 가상현실’에 관한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저커버그는 자신의 SNS거대 기업 사명을 메타 플랫폼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이 조치가 단순한 리브랜딩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인터넷”으로의 대전환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가상공간으로 순간 이동하는 ‘플로팅 홀로그램’의 세계를 약속했다. 저커버그의 아바타 ‘메타저크’의 움직임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소개한 아바타 동료들은 일주일간 진행된 개발자 회의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큼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중요한 점은 투자자들이 그의 전망에 설득 당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웹3.0-모바일 인터넷의 후속 기술-이라는 아이디어가 마침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곧 이름이 바뀐 메타의 주가는 그 후 몇 주 동안 10%나 급등했다(그 이후 다시 하락하긴 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주가 등락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메타버스 테마 ETF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한편 경제 매체들은 메타버스를 크리스마스 시즌의 ‘승자’라고 표현했다.

소비자들이 가상 및 증강현실 기기 구매에 아낌없이 돈을 썼기 때문이다. 메타의 오큘러스 VR 헤드셋과 연동하는 오큘러스 앱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앱 다운로드 차트 1위에 올랐다. 메타버스는 대형 IT기업들 사이에서 역대 가장 자본 집약적인 사업전환이 될 수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애널리스트 저스틴 포스트와 조앤나 자오는 “페이스북이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기 이전에 50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손쉽게 집행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자본 지출은 다른 IT분야에도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모든 분야의 경쟁업체들이 뛰어난 인공지능 칩셋을 갖춘 신규 데이터 센터 설립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타버스로 인해 VR앱과 다양한 VR 신규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모든 관심이 메타가 2014년 20억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VR 사업에 쏠리고 있다. 메타는 VR 앱스토어에서 애플과 구글을 압도할 기세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게임 인구를 넘어선 메타버스의 확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캐시카우 역할은 게임이 하고 있다. 프랑스 대형 은행 BNP 파리바의 예측 및 리서치 회사 라틀리에 BNP 파리바는 ‘가상 멀티플레이어 게임 및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 기업들의 매출이 2021년 12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이전의 글로벌 매출보다 크게 증가한 규모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게임 내 소액 결제다(당신의 아바타는 최신 장비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전자상거래, 광고,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 NFT도 큰 폭의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NFT와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자산들이 각광을 받으며 사업 수완이 뛰어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로블록스 친구들을 위해 쾌유 파티를 여는 꼬맹이 아마추어들과는 차원이 다른 부류다. 핀테크 투자자 출신으로 현재 라틀리에 CEO를 맡고 있는 존 이건은 “일부 가치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모호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들이 다수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사례는 샌드박스와 디센트럴랜드 같은 신생 메타버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토지 거래다. 전세계 투기꾼들이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땅을 앞다퉈 매입하고 있다.

그들은 변동성이 매우 큰 게임 내 암호화폐로 땅값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암호화폐의 가치는 2022년 첫 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훨씬 더 낙폭이 심했다.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것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꿈이다. 모노폴리 보드게임 내에서 가장 좋은 보드워크 및 파크 플레이스와 유사한 가상 부동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가상 부동산 자산의 내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마치 도지코인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가치와 상관없이 구매하고 있다.

2021년은 메타버스에 분수령으로 기록된 해였다. 골드만삭스는 민간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유니콘 유망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612건의 거래를 통해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조달됐다고 분석했다. 그렇게 막대한 돈이 유입되고 있음에도, ‘메타버스가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큰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아울러 온갖 종류의 혼란과 불협화음이 야기되고 있다. ‘누가 메타버스를 규제할 것인가?’, ‘사용자의 데이터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현재의 기술이 큰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뼈아픈 질문. ‘이런 가상 부동산 열풍은 오늘날 일부 IT공룡들이 장악하고 있는 폐쇄적인 메타버스의 또 다른 형태-현재 IT 기업들의 통제력이 더욱 막강해진 인터넷-에 불과하지 않을까?’(공상과학소설 ‘스노 크래시’ 같은 미래를 경계하는 회의론자들은 이런 생각에 몸서리를 칠 것이다). 아니면, 모두에게 개방된 오픈 메타버스-현재 수백 개의 오픈 메타버스가 개발 중이다-로 성장할 여지가 있는 걸까?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완전한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사람들의 아바타들이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나들 수 있는 메타버스는 가능할까?(오픈 소스 혁신가들은 현재 수준을 뛰어 넘는 열린 가상세계를 원한다).

이런 논쟁들이 가열되는 동안 디즈니부터 나이키와 구찌, NFL, 그리고 멕시코 음식 전문 체인점 치폴레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비자 브랜드들이 지난 1년간 로블록스에 진출했다. 이런 신규 사업이 그들의 실적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들의 중심축을 전환하며 메타버스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치폴레는 메타버스 진출을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했다. 로블록스 이용자들에게 핼러윈에 부리토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증정한 것이다. 구찌는 구찌 가든이라는 팝업 매장을 오픈했다. 그리고 500로벅스(5달러)짜리 한정판 퀸비 디오니소스 핸드백의 가상 버전을 판매했다.

2021년의 일이라고 믿기지 않지만, 순식간에 입찰 전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가상 가방 중 적어도 하나는 무려 4115달러에 팔렸다. 실제 가방은 매장에서 3400달러에 팔린다. 한편 나이키는 로블록스에서 아직 아무것도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티팩트(RYFKT)라는 디지털 디자이너 조직을 인수했다(인수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메타버스 맞춤 운동화와 수집품’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월가는 그 인수를 성공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거물인 구겐하임 증권은 나이키를 2022년 최고의 유망종목으로 전망했다.

나이키는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메타버스 전략에 대해 밝힌 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스포츠의류 거인이 메타버스 전략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올해 들어 1월21일까지 나이키 주가는 11.3% 하락했다). 바수츠키의 경우, 현재 메타버스 시장을 초기 단계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는 로블록스의 사용자가 10대 청소년을 넘어 다른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더욱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흐름에 편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바수츠키는 “우리는 지난해 많은 메타버스 논의가 벌어지는 것을 봤다.

‘메타버스의 미래는 어떨까?’, ‘또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일까?’,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놀고, 배우며, 서로를 연결할까?’ 등의 화두가 제기됐다”라며 “이처럼 메타버스가 공적인 거대 담론으로 발전하고 있어 매우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많은 투자자들이 그런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바수츠키와는 입장이 다르다. 투자자들은 메타버스로 부자가 되기에 앞서 이 가상차원의 세계가 더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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