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뷰티공룡’ 세포라가 시코르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세계의 뷰티 공룡이라고 불리는 세포라가 국내 1호점 명동 매장을 폐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내로라하는 유통들이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실패 이유는? 소비자 분석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의 뷰티 소비자들은 까다롭고 스마트하다. 소비자 분석이 뒤떨어진 유통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반면에 고객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토종 유통 시코르와 올리브영은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 기사입력 2022.03.03 10:00
  • 기자명 홍승해 기자

 

 

세계 1위 뷰티숍 세포라, 적자·1호점 폐점 등 ‘부끄러운 성적표’ 

세포라는 미주권을 비롯해 글로벌 뷰티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유통업체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으로 전 세계 34개국에서 26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에 세포라가 진출한 한국은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이은 아시아 10번째 국가였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의 뷰티 유통업계에 선발로 나섰던 시코르가 밀려나는 것은 아닌가 모두들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세포라의 매출은 세포라코리아 설립 해인 2019년에 30억8000만원 선에서 2020년 142억1000만원으로 매출은 361% 늘었지만, 외형만 커졌을 뿐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9년도에 영업손실액은 69억400만원, 2020년도엔 124억9000만원까지 늘었다. 
현재 세포라는 국내에 들어온 지 2년이 지났지만 국내에서 오픈한 매장은 6개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난 1월 1호점인 명동점을 폐점하면서 5개로 줄어들게 됐다. 세포라가 한국 진출 당시 2022년까지 국내 13개 매장을 열겠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의 뷰티 유통 강자 ‘시코르’ 선방

‘한국의 세포라’를 지향하며 세포라보다 3년 앞서 론칭한 시코르는  세포라를 제대로 방어했다. 세포라가 처음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시코르를 세포라의 라이벌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포라는 그만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에서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포라가 쪼그라드는 사이, 시코르는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세포라가 지난 2년 동안 국내에 6개 매장을 내놓은 것이 비해 세포라보다 3년 앞서긴 했지만 시코르는 2020년 기준 30개점으로 오픈해 5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물론 시코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1호 매장인 100평 규모의 명동점은 폐점하지만, 온라인에서 매출을 키우면서 최대한 타격을 피하고 있다. 

토종 뷰티숍 시코르의 경쟁력은? 한국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잘 아는 유통 채널이라는 점이다. 시코르를 만든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시코르를 설립할 때 직접 해외 뷰티 브랜드를 독점으로 들여오기 위해 발품을 팔아가면서 기획력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백화점에 값비싼 뷰티 브랜드만 입점시키는 것과 달리, 시코르는 K뷰티로 입소문 난 브랜드를 선택해 하나하나 공들여 가져왔다. 특히 SNS에서 2030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개성있는 브랜드에 집중한 결과 가격과 상관없이 오프라인에서 매출 파이가 커졌다.

시코르를 발판으로 성장한 디어달리아, 헉슬리, 닥터지, 클레어스, 롬앤 등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들어간 토종 브랜드다.

이처럼 시코르를 통해 자리를 잡은 토종 브랜드들이 하나 둘 늘면서 K뷰티의 성지로 입소문을 탔고, 이외에도 해외에서 공수한 품질 좋은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K뷰티와 글로벌 화장품을 모두 모은 유일한 채널’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온리 원’ 전략에 실패한 세포라 

2010년도 즈음만 해도 여대생들 사이에서 해외 뷰티 브랜드(예를 들어 투페이스드, 어반디케이, 눅스 등)를 사기 위해 해외 직구가 유행이던 시기가 있었다. 이 유명한 브랜드들이 한국엔 없고 미국 세포라에서만 구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코르가 이 인기있는 글로벌 뷰티를 모조리 한국으로 들고 들어왔다. 2016년도 당시만 해도 유일하게 시코르 오프라인 지점에서 이 브랜드를 살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어반디케이나 투페이스드는 예약 주문이 쏟아졌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세포라의 실패 이유를 여기서 엿볼 수 있다. 바로 ‘오직 세포라’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강점이 한국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포라에서 자체 PB를 내고 있지만, 이 마저도 국내 소비자에겐 어필이 되지 않았다. 

 

 

독점 콘텐츠,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필수 

세포라는 국내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익스클루시브 브랜드가 시코르에 비해 떨어졌고, 오프라인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를 이끌 매력적인 오프 숍을 확보하지 못했다.

물론 시코르가 신세계백화점이라는 대형 유통 채널을 등에 업고 있긴 하지만, 세포라도 충분히 좋은 점포에 입점해 MZ세대를 유입시킬 기회는 많았었다.

세포라는 롯데, 현대와 손을 잡고 서울 명동, 잠실 등 주요 상권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미국 세포라에 비해 턱없이 좁은 공간과 화장품을 테스트하고 만져볼 수 있는 메이크업 부스 하나 없는 공간을 보고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반면 시코르는 여성 소비자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고를 수 있도록 전문 카운셀러가 매장에 상주해 1:1 상담이 가능하고, 서울 강남점과 명동점 등 주요 매장에는 중앙에 메이크업 부스를 마련해 다양한 화장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마트 분스, 부츠, GS왓슨스 등 철수 사례와 비슷 

신세계에서는 과거 미국 대형 헬스앤뷰티스토어인 분스를 한국으로 들여왔지만 결국 성장시키지 못하고 철수시켰다. 몇 년이 지나고 정용진 부회장이 총대를 메고 다시 분스의 리뉴얼 버전인 ‘부츠’를 국내 유통 스타일에 맞게 리뉴얼했지만 역시 철수했다. 

GS왓슨스도 마찬가지다. 랄라블라로 이름까지 바꿔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헬스앤뷰티스토어 과부화로 매장 수를 거의 절반 가까이 폐점시키는 등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유일하게 드러그스토어 시장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는 올리브영 뿐이다.

올리브영이 국내에 자리잡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뷰티 편집숍 개념으로 출발한 올리브영이 론칭한 20여년 전만 해도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뷰티 원 브랜드 숍(로드 매장)이 즐비했고 강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리브영이 점차 뷰티, 스킨케어, 라이프스타일, F&B까지 두루 섭렵하고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우며 원브랜드숍은 몰락의 길을 걸었고 올리브영이 상승무드를 탔다. 올리브영은 현재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인 2조원 대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한다. 

 

 

시코르·올리브영, K뷰티 인기업고 해외 진출 타진 중

국내 드러그스토어가 글로벌 리테일을 이겼다는 것은 의미있는 현상이다. 현재 시코르가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정유경 총괄사장이 뷰티 사업에 애정이 깊고 시코르를 전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머지않아 해외 진출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K뷰티 브랜드의 위상이 글로벌 시장에서 날이 갈수록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 브랜드를 가지고 해외로 나갈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힘을 보탠다.

국내 뷰티 리테일 숍의 한 획을 그은 올리브영도 마찬가지다. 해외發 뷰티 리테일도 이긴 토종 뷰티 공룡들이 해외에서 울릴 승전고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