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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vs 상어?'…CEO 신년사로 본 2022 금융대전 포인트

대출 성장세 둔화 불가피...비은행 성장동력 경쟁 예고
'리뉴'·'리부트' 경영 키워드, 빅테크發 위기의식 반영
'바껴야 산다'…코어 경쟁력 강화 위한 조직 혁신 의지

  • 기사입력 2022.01.05 14:57
  • 최종수정 2022.01.05 15:23
  • 기자명 공인호 기자
(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
(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

[포춘코리아(FORTUNE KOREA)=공인호 기자]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 '역대급 실적잔치'를 벌였던 4대 금융지주가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과열 국면에서 키운 덩치(대출자산)가 금리 상승기에 되레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부채 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올해 한국 은행권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금리 인상'을 꼽았다.

여기에 일명 '노란 상어'로 인식되는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등 영역 확장과 함께 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선전도 기존 금융사들로서 달갑지만은 않다. 

이런 위기감은 주요 금융사 CEO들의 새해 첫 메시지(신년사)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노란 상어의 등장은 20년 가까이 '금융 왕좌' 자리를 두고 공성과 수성을 반복해온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위기감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상장기업의 중장기 성장가치를 평가받는 시가총액에서는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KB금융과 신한금융을 이미 크게 뛰어넘었다. 

금융그룹 3위 경쟁을 벌이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2022년은 CEO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한해다. 지난해 말 정부의 잔여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의 원년임을 선포한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 확장을 통한 자산 포트폴리오 균형이, 김정태 회장의 퇴진을 앞둔 하나금융은 원활한 권력 이양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윤종규의 'No.1 금융플랫폼' vs 조용병의 '신한웨이 2.0'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에도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을 강조했다. 출범 이후 불과 4년여만에 '노란 메기'에서 '노란 상어'로 급성장한 카카오뱅크가 가져온 금융환경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으로서는 지난 2014년 말 취임 당시 목표였던 '리딩뱅크 탈환' 이후 불과 2~3년만에 역대급 경쟁자를 마주한 것이다.  

윤 회장은 신년사 말머리에서도 "우리가 꿈꾸는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은 고객들이 KB를 더욱 많이 이용하고, 사랑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금융에 있어 'KB에 가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 드리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객수는 1700만으로, 전체 국민 3명 중 1명이 카뱅 앱을 이용하고 있다.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400만을 넘어서며 금융 모바일 앱 부문에서 1위다.

국민은행의 경우 법인고객을 포함한 전체 고객수가 36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되지만, KB의 주력 앱인 '뉴 스타뱅킹'의 MAU는 900만에 못미치고 있다. 개인금융의 최대 강자로 군림해온 KB국민은행으로서는 카카오뱅크의 급성장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부터 KB국민은행을 이끌게 된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이를 의식한 듯 올해 목표 MAU를 2000만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윤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 방향 키워드로 'R.E.N.E.W 2022'를 제시하며 첫번째 과제로 내실성장 속 성장활로 모색을 강조했다. 그는 "머니 무브와 제판분리가 가속화되는 금융환경 속에서도 KB금융은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자산관리 역량을 발휘해 시장에서 인정받는 금융파트너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며 "가계대출에서 성장 제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금융과 캐피탈 마켓 영역에 더욱 힘을 모아 성장 활로를 모색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와 함께 올해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그는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 앱'으로 자리잡고 계열사의 앱들과 상호 연계와 보완을 강화하도록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면서 진정한 고객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룹 차원의 톱다운 방식으로 확대하고 있는 ESG경영의 차별화와 함께, 개방적·창의적 조직문화 구현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최고의 인재는 미래 KB의 핵심 경쟁력이자 성장 동력"이라며 "Up-Skill, Re-Skill을 통해 디지털, WM(자산관리), IB(투자금융), 자본시장 등 미래성장 부문으로 재배치해 최적의 인력 운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경영전략이 인수합병(M&A)을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 균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 경영전략은 '과거와의 결별'로 요약된다. 이 역시 새로운 금융환경에서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2년 역시 복합적 불확실성이 우리의 안팎을 에워싸고 있다"며 "과거 관행과 성공 방식이 혁신의 장애물이 되고, 지난 영광의 안일함이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과거의 성공 방식이었던 '신한웨이' 역시 바뀌어야 할 대상으로 언급하며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를 핵심가치로 한 '신한웨이 2.0'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존 금융사들 역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Breakthrough(돌파) 2022, RE:Boot(리부트) 신한'으로 제시하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 경계가 허물어진 경쟁, 관행으로 굳어진 과거를 돌파하고 신한의 모든 것을 다시 정렬하자"고 독려했다. 이어 "속도와 민첩함을 바탕으로 팬데믹과 불확실성의 환경을 돌파하고,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새 전략으로 경쟁을 돌파할 때 품격있는 일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태승, 증권사 편입 과제…김정태 "덩치만 큰 공룡은 멸종" 

지난해 말 '완전 민영화'와 경영 정상화로 인해 이익 증가폭이 컸던 우리금융은 본격적인 선두권 편입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도 적극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불확실성이 가득하다는 것만 확실하다'라고 할 만큼, 시계(視界) 제로의 시장 환경이 예상된다"며 "수년간 3저 현상을 우려하던 금융회사들은 오히려 금리인상과 인플레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할 만큼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직원들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겠지만 빅테크나 인터넷은행들은 금융플랫폼으로서 기존의 금융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기존 금융회사들과 그야말로 하루 단위의 디지털 혁신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손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체계 완성'으로 정하고 수익·성장 기반 확대, 디지털 초혁신 추진, 핵심 성장동력 육성,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 기업문화·브랜드·ESG Level-up, 그룹시너지·경영효율성 제고 등을 6대 경영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강조하며 "이미 NPL 자회사인 우리금융F&I는 모든 설립 준비가 마무리되어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증권 부문 등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도 올해는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5대 금융그룹 유일의 '증권 부문' 부재를 조속히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그동안 손 회장은 다소 소극적인 M&A 행보로 '실기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아왔다.

'디지털 초혁신'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디지털은 금융에서도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회사들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는 과감히 혁신하되 그룹 차원에서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일상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WM(자산관리), CIB, 글로벌 분야의 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빅테크나 인터넷은행들이 아직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기는 하지만, 기존 금융회사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2년 이후 4연임을 끝으로 김정태 회장의 퇴진을 앞둔 하나금융은 매끄러운 권력 이양이 핵심과제로 등장했다. 김 회장 역시 마지막 메시지에서 카카오뱅크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지속적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당부했다. 

그는 "메타버스, D2C, NFT, 마이데이터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세상의 낯선 용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담당자들의 일이기에 금세 시큰둥해지고, 변화에 무관심해져 간다"며 "자산 500조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大馬不死)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작년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며 "우리는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금융의 모든 영역을 갖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는 말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 회장은 '강점의 레벨업', '디지털 퍼스트', '리딩 글로벌' 등을 제시하며 "우리의 핵심역량은 개인금융, 기업금융, WM, IB 등 금융의 전통적인 영역에 대부분 국한되어 있다"며 "때문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더욱 강화해 금융의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금융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과 글로벌로 나아가는 여정을 지속한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공인호 기자 ba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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