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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까르띠에]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사조 사이에서
[시계 속의 시계 | 까르띠에]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사조 사이에서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1.03.2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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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컬렉션 상트레 라인 출시 100주년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까르띠에 탱크 컬렉션 상트레 라인이 출시 100주년을 맞았다. 탱크 상트레는 시그니처 컬렉션 아래에 속하면서도 ‘전설’이란 수식어가 붙는 독특한 라인이다.◀

탱크 상트레 워치 2021년 모델. Antoine Pividori ⓒ Cartier
탱크 상트레 워치 2021년 모델. Antoine Pividori ⓒ Cartier

[Fortune Korea] 세계에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빅3 시계 브랜드 가운데 까르띠에만큼 시그니처 컬렉션이 많은 브랜드는 없다. 빅5, 빅10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마찬가지이다. 팬더, 산토스, 탱크, 발롱, 파샤 등 컬렉션은 이들을 독립된 시계 브랜드로 착각하는 소비자도 있을 정도이다.

개별 컬렉션 인지도가 높은 덕분에 컬렉션 내 하위라인 인기도 대단하다. 컬렉션 탄생 몇 주년은 물론 개별 하위라인도 연수가 특별히 맞아떨어지는 해가 되면 시계 마니아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까르띠에 역시 시계 마니아들의 기대에 부응해 특별한 이벤트나 한정판 시계를 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올해는 탱크 상트레 론칭 100주년이어서 시계 마니아들의 관심이 쏠렸다. 까르띠에는 실망시키지 않고 150피스 한정판 탱그 상트레 워치를 선보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시계를 실물로 볼 확률은 매우 낮다. 출시 이전에, 보도자료 배포 이전에 VIP 사전예약을 통해 완판됐기 때문이다. (구매자 중 누군가가 인수일에 여유를 줘) 한국에서도 실물을 영접할 수 있길 바라며, 까르띠에 탱크 컬렉션 상트레 라인의 역사와 의미를 알아봤다.

탱크 컬렉션 최초 모델인 탱크 노멀. 명품시계 업계에 아르데코 양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된 모델이다. © Cartier
탱크 컬렉션 최초 모델인 탱크 노멀. 명품시계 업계에 아르데코 양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된 모델이다. © Cartier

◆ 탱크 첫 번째 파생 라인

탱크 상트레는 탱크 컬렉션 첫 번째 파생 라인이다. 1917년 탱크 컬렉션 론칭 4년 만인 1921년 처음 선보였다. 탱크 컬렉션 상업 판매가 1919년부터 이뤄졌으므로 실제 기간은 2년 만이라 봐도 무방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탱크 컬렉션은 무한궤도와 두꺼운 철판으로 장갑한 군용 중기병 전차에서 영감을 얻었다. 까르띠에 3대 오너 경영인이었던 루이 조제프 까르띠에 Louis Joseph Cartier가 위에서 아래로 바라본 탱크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아 디자인했다. 탱크 컬렉션 아이코닉 디자인인 무한궤도 형태의 샤프트와 사각형 케이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1917년 디자인을 완료한 첫 번째 탱크 시계는 1918년 완성돼 존 퍼싱 John Pershing 미국 장군에게 선물됐다. 존 퍼싱 장군이 탱크 시계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영감을 제공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워낙 잘빠진 시계였던 까닭에 루이 까르띠에는 탱크를 상업용 컬렉션으로 전환했고 1919년엔 일반 소비자들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사각형 케이스와 직선 샤프트 등 선을 강조한 탱크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수공예적이고 연속적인 곡선을 강조한 기존 아르누보 Art Nouveau 양식 시계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탱크 컬렉션 첫 모델이자 첫 번째 라인인 탱크 노멀(현재는 탱크 루이 까르띠에로 변경)은 명품시계 업계 아르데코 Art Déco 양식의 선구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탱크 노멀의 선풍적인 인기를 확인한 까르띠에는 발빠르게 대처했다. 여러 후속 모델 및 컬렉션을 준비했고, 이는 오리지널 탱크 노멀이 출시된 지 약 15년 만에 상트레, 알롱제, 바스큘란트 같은 걸출한 라인이 탄생한 배경이 됐다. 이후 등장한 탱크 컬렉션 시계들은 이 시기 시도했던 여러 변형의 후속작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탱크 컬렉션의 창조적 에너지가 폭발하던 때였다.

탱크 상트레 스케치 노트. ⓒ Cartier
탱크 상트레 스케치 노트. ⓒ Cartier

◆ 아르누보 양식 혼합

탱크 상트레 역시 이 시기에 등장했다. 탱크 노멀의 첫 번째 변형으로 탱크 컬렉션의 두 번째 라인이 됐다.

상트레 Cintrée는 프랑스어로 △아치 모양의 △굽은 △만곡(彎曲·활 모양으로 굽음) 뜻을 가진 단어이다. 앞서 탱크 컬렉션이 '곡선을 강조한 아르누보 양식에서 탈피해 직선을 강조한 아르데코 양식을 선구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을 생각하면 의외의 이름이다.

의외의 이름처럼 탱크 상트레는 케이스가 만곡 형태로 제작돼 붙은 이름이다. 탱크 상트레는 한 시계 안에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양식이 공존한다. 정면에서 보면 사각형 케이스와 직션 샤프트 등 특징이 아르데코 양식을 따르지만 측면에서 보면 케이스 전체가 활처럼 10~15도 굽어 아르누보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탱크 상트레의 이 독특한 포지션은 당시 시대상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르데코는 192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현대장식미술·산업미술국제전’에서 파생한 사조로 ‘1925년 양식’이라고도 한다. 탱크 상트레 출시 4년 후에야 비로소 이름이 붙을 정도로 당시로써는 생소한 양식이었다.

새로운 사조의 유행을 예견한 까르띠에 통찰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비자 눈높이를 너무 앞서 갈 순 없었다. 탱크 상트레는 그 접합점에 위치했다. 탱크 상트레 라인은 직선 일변도의 로마자 인덱스와 각진 레일 미닛 트랙 같은 탱크 다이얼 특징에서도 한발 물러나 곡선을 살린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선을 둥글게 처리한 레일 미닛 트랙을 사용하는 등의 시도를 했다. 이들 시도는 이후 다른 탱크 라인에서도 종종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1929년 제작된 까르띠에 탱크 상트레 워치. 탱크 컬렉션은 로마자 인덱스 사용을 특징으로 하지만 상트레 라인에서는 드물게 아라비아 인덱스가 사용됐다. Nick Weish, Cartier Collection ⓒ Cartier
1929년 제작된 까르띠에 탱크 상트레 워치. 탱크 컬렉션은 로마자 인덱스 사용을 특징으로 하지만 상트레 라인에서는 드물게 아라비아 인덱스가 사용됐다. Nick Weish, Cartier Collection ⓒ Cartier

◆ 희소성을 키워드로

탱크는 까르띠에 시그니처 컬렉션으로 입지를 굳히며 VIP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중적인 시계가 됐다. 하지만 탱크 상트레 라인은 여느 탱크 라인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희소성’을 키워드로 잡은 것이다.

일반에 생소한 이름과 달리 탱크 상트레는 기복 없이 항상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탱크 컬렉션 전환기였던 1940~1950년대에도, 쿼츠시계 범람으로 스위스시계업계가 절멸의 위기에 몰렸던 1970년대에도 지속해 절찬 판매됐다. 다만 매번 100피스 안팎의 소량 생산으로 마니아급에만 풀리는 시계이다 보니 일반에 덜 알려졌을 뿐이다.

까르띠에는 1980년대 들어 탱크 상트레 듀얼 라인인 탱크 아메리칸을 선보이며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소량 한정 생산하는 탱크 상트레와 구별해 대중화를 꾀하려던 것으로 해석된다. 명품산업 소비지형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라인 이름에도 반영됐다.

탱크 아메리칸 론칭 이후 탱크 상트레 시계 출시는 더 드물어졌다. 가뜩이나 소량 한정 판매되던 시계가 출시까지 드물어졌으니 탱크 상트레 이름은 더 마니아틱하게 인식됐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배경 덕분에 탱크 상트레는 시그니처 컬렉션의 한 라인이면서 이제 겨우 론칭 100주년을 맞았음에도 ‘전설’ 타이틀이 붙는 몇 안 되는 이름이 됐다.

2017년 선보인 까르띠에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 ⓒ Cartier
2017년 선보인 까르띠에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 ⓒ Cartier

◆ 신의 한 수 스켈레톤

2000년대 이후부턴 거의 잊혀진, 말 그대로 전설 속의 이름이 됐던 탱크 상트레는 2017년 탱크 컬렉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시 세상에 등장했다. 플래티넘과 골드 소재로 각 100피스씩, 총 200피스 소량으로 출시됐다.

까르띠에는 2017년 탱크 상트레를 기획하며 무척이나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설의 이름을 다시 끌어온다는 점에서 네임밸류에 걸맞은 기획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까르띠에의 선택은 스켈레톤이었다. 탱크 컬렉션은 론칭 100년이 지나도록 스켈레톤 모델을 출시한 일이 매우 드물었다. 2004년 출시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 녹탕뷜과 2013년 출시한 탱크 MC 스켈레톤, 2014년 출시한 탱크 LC 사파이어 스켈레톤 등 3종이 다였다. 아르데코 사조를 추종하는 컬렉션 특성상 스켈레톤 시계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탱크 상트레는 이름과 태생 자체가 아르누보와 아르데코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라인이었기 때문이다. 오픈 다이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둥근 톱니바퀴와 배럴, 헤어스프링 등은 탱크 컬렉션 시계들이 좀처럼 소화하기 힘든 것이었다. 왜 이제서야 탱크 상트레에 스켈레톤 기술이 사용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탁월한 궁합이었다.

탱크 상트레 워치 2017년 모델. © Cartier

◆ 100주년 기념 모델

탱크 상트레의 부활은 시계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까르띠에는 탱크 상트레를 크게 홍보하거나 내세우지 않았다.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알면 된다는 식의 탱크 상트레 특유의 마니아적인 스탠스를 유지했다.

2018년에는 오프 다이얼에 아르누보&아르데코 스타일을 좀 더 유려하게 혼합한 모델을 내놓으며 또다시 주목받았다. 시계 마니아들은 탱크 상트레 라인의 완전한 부활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까르띠에는 조용히 넘어갔다. 이 시계는 12시, 6시 인덱스를 부드럽게 처리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사용하면서도 시·분 핸즈는 블레이드로 처리해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탱크 상트레는 2019년, 2020년 출시를 건너뛰면서 시계 마니아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또다시 깊이 침잠하는 것은 아닌지, 1990년대와 같이 2017년, 2018년 역시 그저 특별한 이벤트로 출시됐던 것뿐인지 혼란스러워했다.

탱크 상트레 출시 100주년을 맞는 올해, 까르띠에는 100주년 기념 모델을 내놓으며 시계 마니아들의 혼란을 잠재웠다. 100주년 기념 탱크 상트레는 1921년 출시된 첫 모델의 복각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출시돼 눈길을 끈다. 로마자 인덱스와 윗변과 아랫변이 둥그스름하게 변형된 레일 미닛 트랙, 오픈팁 핸즈 등의 특징이 그대로 재현됐다.

기사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시계는 출시도 되기 전에 완판돼 실물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정면과 옆면을 한 번에 봐야, 즉 실물로 봐야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있는 탱크 상트레인 만큼, 이는 구매자 외 시계 마니아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구매자가 있다면, 까르띠에가 일정 기간 부티크 전시를 할 수 있게끔 허락하는 넓은 아량을 기대해본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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