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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애플·삼성 턱밑 겨누다
중국 스마트폰, 애플·삼성 턱밑 겨누다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1.03.02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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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3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섰다. 폴더블폰, 롤러블 등 제조 역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 박정은 전자신문 기자◀

휴대폰 상점이 밀집된 중국 거리. 삼성, 화웨이, 애플의 간판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휴대폰 상점이 밀집된 중국 거리. 삼성, 화웨이, 애플의 간판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누가 뭐래도 삼성전자와 애플이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 각각 1위와 2위인 두 기업의 점유율 합계는 34%.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며, 새로운 시장 트렌드와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주인공이 바뀐다. 바로 중국이다.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가 스마트폰 출하량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7개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인도와 중남미, 동남아시아,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앞선지 오래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공세를 펼치던 중국 스마트폰 업계는 이제 5세대(5G) 이동통신과 폴더블, 롤러블 등 혁신 기술력으로 무장했다. 단순히 ‘카피캣’으로 치부하기에는 성장 속도와 제조 역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딛고 나와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 날개 꺾인 중국의 패자 ‘화웨이’

중국 정보통신(IT)산업을 대표하는 화웨이는 통신장비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지난해에는 중국 내수 시장 ‘애국소비’ 기조에 힘입어 4월 한 달간 잠시나마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애플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자체 수급이 가능한 회사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 프로세서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정부와 민간 투자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부품·소프트웨어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6위까지 점유율이 급락했다.

기린 프로세서 역시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자체 팹(생산공장)이 없이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다. 그동안 대만 TSMC가 위탁 생산을 맡아왔으나 미국 정부 제재로 지난해 9월 이후 거래가 제한됐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여전히 방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70%대, 한국에서 삼성전자가 갖는 위상보다 높은 상징성과 애정의 대상이다. 10만 원대 초저가 모델부터 100만 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모델까지 전 가격대별 카테고리에서 두루 인기를 얻고 있다.

플래그십 라인업은 P 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다. 지난 2019년에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P30으로 ‘50배줌’ 기능을 선보이며 달 사진 촬영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리는 올해에도 상반기 중 신제품 P50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5G 지원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플래그십으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메이트X2로 삼성전자 따라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전작 메이트X에서 화면이 바깥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을 적용한 것과 달리 메이트X2는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와 같은 인폴딩 방식을 채택했다. 메이트X와 후속 모델인 메이트Xs가 내구성 등 문제로 시장에서 참패를 면치 못하자 사실상 패배 선언을 한 셈이다.

이외에도 중상급 라인업인 노바, 중저가 모델인 Y와 엔조이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지난해에는 첫 20만원대 5G 스마트폰 창샹Z 5G로 가격 전쟁에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관건은 제한된 칩셋과 부품 재고다. 새롭게 정권을 잡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무역 제재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화웨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30%를 차지하던 ‘아너’ 브랜드를 매각한데 이어 P와 메이트 라인업 매각설까지 거론되는 처지다.

물론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 부문 매각설을 일축한 상태다. 하지만 해외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내주고, 주요 부품 수급 난항으로 제품 생산까지 차지을 빚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내수 시장 애국소비에 기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가성비 넘어 프리미엄 겨냥한 ‘샤오미’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의 대명사로 알려진 샤오미는 2010년 설립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대열에 합류했다. 2020년에는 연간 1억4,580만 대에 이르는 스마트폰을 출하, 11% 점유율로 4위 자리를 꿰찼다.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화웨이 빈자리를 차지할 유력 주자로 손꼽힌다.

샤오미의 경쟁력은 높은 성능 대비 말도 안 되게 낮은 가격과 안드로이드 커스텀 롬인 미UI(MIUI)다. 초기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과 발표 행사(프레젠테이션)를 그대로 모방한 카피캣 전략으로 펼쳤지만 점차 자체 스마트 기기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와 나름의 제품 정체성을 발전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샤오미가 내세운 가격 정책은 ‘마진율 5%’로 요약된다. 신제품을 개발·출시하는데 있어 최대 마진을 5%로 제한,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제품을 선보인다는 원칙이다. 자체 제조 설비를 갖추는 대신 대부분 제품 생산을 외주 전문업체에 위탁생산(ODM)하고 오프라인 유통망과 마케팅을 최소화, 온라인과 바이럴 마케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비용 구조를 효율화했다.

샤오미 제품에 대한 팬덤 육성 역시 핵심 마케팅 전략 가운데 하나다. ‘미팬’이라 불리는 충성 고객층은 스스로 샤오미 제품을 홍보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자체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미UI 등에 소비자 피드백을 즉각 반영, 사용자경험(UX)을 꾸준히 개선하는 점 등이 인기 요인이다.

샤오미의 숨은 저력은 ‘스마트폰×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로 대표되는 방대한 생태계다. TV는 물론이고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 IP카메라, 스마트 체중계 등 거의 모든 가전을 미UI 계정으로 연동해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스마트 기기·가전은 대부분 유명 전자제품 브랜드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이미 중국에서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며 샤오미 생태계 제품군으로 스마트홈 시스템을 완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샤오미 스마트폰에 종속되는 ‘록인’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다.

샤오미는 이제 단순 저가 제품을 넘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정면으로 겨냥했다. 올해 출시한 미11은 퀄컴 스냅드래곤888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후면 1억800만 화소 트리플 카메라, 55W 초고속 충전 등 최상위급 성능을 갖췄다. 가격 경쟁력도 겸비, 유럽 기준 출고가는 749유로(약 101만 원)로 경쟁사 동급 모델과 비교해 30%가량 낮게 책정했다.

중저가 영역에서는 여전히 레드미(홍미) 시리즈로 인도와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다.

다만 기대 이상의 약진이 도리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샤오미를 중국 공산군과 연관된 기업으로 분류, 투자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렸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받고 있는 거래 제한 조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미국 정부가 샤오미의 빠른 성장을 경계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 중국의 숨은 실세 ‘BBK그룹’

오포와 비보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와 더불어 유망주로 주목 받는 중국 제조사다. 별개 기업으로 독립 운영되고 있으나 사실상 중국 부부가오(BBK)그룹과 지분 관계로 얽힌 계열 회사다.

오포와 비보, 서브 브랜드인 리얼미 등 BBK그룹 계열 제조사 출하량을 합산하면 2억6,720만 대로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북미 시장에서 ‘플래그십 킬러’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조용하게 판매량을 늘려가는 원플러스 역시 BBK그룹에 속했다.

오포는 TV와 음향기기 등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BBK전자의 디지털 사업부에서 출발했다. 점차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2004년 별도 회사로 분사했으며, 이후 비보 또한 같은 길을 걸었다. 오포 리얼미, 비보 아이쿠(iOOQ) 등 각각 서브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오포와 비보의 주무대는 중소 규모인 3선 도시 이하 지역이다. 중국은 지역내 총생산(GRDP)과 인구수, 환경·생활수준, 경제력 등을 종합 평가해 도시를 분류한다. 소비 수준이 높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이 1선 도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칭다오·옌타이·충칭 등이 2선 도시에 속한다.

오포와 비보는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낮은 지방 근로자와 농민공을 타깃으로 오프라인 중심 유통망과 전통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유동인구가 많은 기차역을 거점 매장과 스마트폰 신제품 광고 배너로 장식하고, 인기 예능 방송 등에 대규모 후원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내수 시장 인지도를 높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제목이나 진행자 마이크에 오포·비보의 신제품 이름이 크게 표시된 사례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황금 시간대 광고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혁신 기술 선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 주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언더 스크린 카메라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콘셉트도 발 빠르게 선보였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 선점만을 위해 설익은 기술을 무리하게 발표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포는 2019년 상하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장에서 처음으로 화면 아래 전면 카메라를 숨긴 언더 스크린 카메라(USC) 기술을 공식 발표했다. 현장에서 데모 제품을 시연까지 했으나 이를 상용화한 양산 제품은 아직까지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LG전자보다 앞서 화면이 확장되는 롤러블 콘셉트 스마트폰 ‘오포X 2021’을 공개했으나 이 제품 역시 상용화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오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4개국 시장 점유율 20%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유럽과 일본 등에는 프리미엄 모델 리노 5G를 조기에 공급하며 초기 5G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상반기 중 선보일 파인드X3에는 이른바 ‘현미경’ 기능으로 불리는 슈퍼 마이크로 줌 카메라도 탑재할 예정이다.

비보는 올해 유럽 지역 내 12개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다. 독일 광학기술 전문 기업 칼 자이즈와 협력,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켰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AP를 신제품에 적극 채용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5나노(nm) 공정으로 개발한 엑시노스1080의 경우 비보 X60에 가장 먼저 탑재된 바 있다.

중국 브랜드 색채를 거의 풍기지 않는 원플러스 역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플래그십 모델을 겨냥, 고성능에 가격을 낮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입소문을 탔다.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과 ODM 생산 방식 전면 도입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 중국 스마트폰 가격 경쟁 원동력 ODM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주 생산을 위탁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 업체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제품 개발부터 제조 라인 유지보수, 공급망 관리까지 고정 비용을 최소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주요 ODM 업체로는 화친과 윙텍, 롱치어 등이 손꼽힌다. 이들 업체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 모델도 일부 위탁 생산한다. 한 지붕 아래 서로 다른 제조라인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화웨이 스마트폰이 함께 생산되는 일도 가능한 셈이다.

화친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4,000만 대에 이른다. 윙텍은 1억3,000만 대, 롱치어는 7,000만 대 수준이다. 이들은 베트남과 인도에도 생산 거점을 마련,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윙텍의 경우 반도체 전문회사 넥스페리아를 인수해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5G 스마트폰 개발 관련 퀄컴과 기술 협력을 맺고 있다.

마진률을 극도로 낮춘 샤오미는 스마트폰 자체 생산 비율이 20% 미만이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플래그십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제품이 ODM 업체를 통해 만들어지는 셈이다. 오포 역시 메인 브랜드는 50%, 서브 브랜드인 리얼미는 거의 전량 ODM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ODM 업계 입지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또한 지난해 ODM 비중을 30%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집계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보여준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수면 아래 ODM 생산까지 감안하면 중국이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이미 우리 상상을 넘어섰을 것이다.

박정은 전자신문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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