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포춘US]코로나 백신 배포의 현실은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IN THE COVID VACCINE ROLLOUT, OUR EXPECTATIONS DON’T MATCH REALITY

  • 기사입력 2021.01.29 09:04
  • 기자명 CAROLYN BARBER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배포를 논할 때, 보건 정책 및 전염병 전문가 윌리엄 섀프너 William Shaffner는 이 과정을 말 그대로 “점차적으로 속도가 붙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백신 배포는 선로에 서있는 기관차가 출발하는 것과 기능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관차가 실제로 움직이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밴더빌트 의대 교수인 섀프너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러나 머지않아 그 기차가 선로를 따라 전국을 달리는 것처럼, 백신 배포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더 효율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백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있어, 미국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투입되는 것처럼 보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은 너무나 원대한 목표였다. 그래서 우리가 백신 배포 속도에 대해 너무 투덜거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너무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코로나 위기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한층 더 가열된 분위기다. 감정을 자제하고, 이성을 찾는 일은 불가능한 요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백신 배포는 모든 측면을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리를 뛰어 넘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상황에서도,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게다가 그것은 모두가 인정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과정을 망치는 등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일을 더욱 더 망가뜨렸다. 대통령은 골프를 치고, 부통령은 베일 Vail에서 스키를 탔다. 그러는 동안 중환자실(ICU)은 포화상태에 직면했고, 환자들은 때때로 주차장, 병원 예배당, 선물 가게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 새로 선출된 41세의 하원의원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했다. 그는 이 질병으로 사망한 35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 가운데 한 명이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몇 달 동안 한 약속은 백신개발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배포 계획을 잘 세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빈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트럼프 팀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더욱 더 중요한 질문이 가려지고 있다. 정확히 우리가 무엇을 기대했느냐는 것이다. 백신을 배포하는 업무의 범위를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약 5억명 분의 백신을 배포하려고 노력 중이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한 백신을 원격 온도 모니터링 시스템이 설치된 냉장 박스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백신을 생산공장에서 트럭으로 옮기고, 이를 다시 시골지역, 약국, 보건소, 병원 및 장기 관리 시설로 옮기고 있다. 이는 대규모 작업이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될 가능성이 아주 큰 업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 Greg Abbott은 1월초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주에 전달된 백신 중 상당 부분이 “병원 선반에 그대로 방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플로리다에서는 론 드산티스 Ron DeSantis 주지사가 연방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노인들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고령 거주자들이 선착순에 따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등 엄청난 수요 문제를 야기했다. 시 보건부에 따르면, 휴스턴에서는 백신 예약을 받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콜센터가 최초로 가동됐다. 토요일에만 25만 건이 넘는 전화가 쇄도하면서, 보건부는 곧바로 ‘기술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주 정부의 면역 관계자들을 대표하는 면역관리자협회(Association of Immunization Managers)의 클레어 핸넌 Claire Hannan 총괄책임자는 "백신 배포 속도가 너무 느린 또 다른 이유는 주 정부들이 장기요양시설 거주자에게 상당량의 백신을 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휴가 기간이 겹치면서, 많은 개인 병원들이 휴업을 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대형 병원들은 의료진에게 백신 주사를 놓는 훈련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또 이 병원들은 핸넌이 "매우 민감한 백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어떻게 다루고 배포할지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백신은 정말 소중한 화물이다. 화이자 백신을 담은 냉각 박스는 최대 30일 동안 5일마다 드라이아이스를 새롭게 채워야 한다. 그리고 그 상자를 하루에 두 번 이상 열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열어야 할 경우에도, 한 번에 1분 동안만 여는 편이 좋다. 다른 방법은 백신을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냉동고의 대당 가격이 약 1만 5,000달러에 달한다. 이런 방법은 많은 소규모 및 시골 시설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모더나 백신의 배포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그 백신은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백신 배포가 공정하게 처리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그리고 보건 관계자들이 자주 지적했듯, 특정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 캠페인의 특성상,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핸넌은 "백신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일리가 있지만, 신속하게 접종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 두가지 상황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서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Anthony Fauci는 NBC의 투데이 쇼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시행한 백신 프로그램들 가운데 규모와 의미에서 역대급이다. 우리는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 하루 2,000만 분량을 투여하기를 원했다.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런 일은 현재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잘못된 메시지가 기대감만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1억 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작년 9월이었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그런 약속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데 동의했다. 섀프너는 필자에게 “행정부의 중대한 실책 중 하나는 지나친 낙관과 저조한 배포 속도였다. 지난친 낙관은 항상 큰 실수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코로나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1월 3일 저녁 기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거의 1,300만 회분이 배포됐다. 하지만 아직 430만 명만 1차 접종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중환자실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캘리포니아에서는 배포된 분량의 3분의 1만이 의료 종사자, 요양원 거주자 및 최전방 제공자 등의 우선 접종자들에게 투여됐다.

블룸버그 데이터의 보도에는 시간차가 있긴 하다. 따라서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의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투여된 분량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한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약 400만 회분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분명히, 이러한 분량 중 일부가 환자의 2차 접종을 위해 보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배포 속도는 적절하지 않다. 1월초 NBC 뉴스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배포 속도로 볼 때 우리가 팬데믹을 통제할 정도로 충분한 사람들을 백신 접종하는데 거의 10년이 걸릴 것이다.

위기의 심각성과 백신의 한정된 보관 수명을 고려할 때, 수백만 회분의 백신이 창고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는 말이다. 이런 보도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알렉스 아자르 Alex Azar 보건복지부 장관은 작년 12월 기자들에게 “화이자가 제조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반면, 회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어떤 생산 문제도 없다. 창고에 있는 수백만 회분의 백신을 선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오히려 추가 선적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코로나바이러스 자문위원회 위원인 릭 브라이트 Rick Bright는 CNN 뉴 데이 New Day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계획의 실패"라며, "전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실패한 것이다. 또한 의사소통의 실패, 문제 해결 능력의 실패, 미국민들에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백신의 복잡성과 일정을 알리지 못한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연방정부는 주 정부들에 백신을 전달했다. 이제부터 백신 접종은 각 주들에 달려있다. 빨리 움직여라!"라고 촉구했다. 섀프너는 “엄밀히 말하면, 연방정부는 약속을 지켰다. 백신개발 초고속 작전은 백신을 만들어 주 정부들에 전달하려는 취지였다. 특히 모더나 백신의 개발을 지원하고, 개발된 백신을 배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화이자는 자체적으로 배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포 과정은 혼란스러웠고, 때때로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섀프너는 “주 정부와 지방정부 기관들은 모든 계획을 수립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 및 보완했다. 보건 공무원과 직원들은 오랫동안 밤과 주말을 반납하며 일을 해왔다. 그들은 모든 과정이 완벽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 학장인 아시시 자 Ashish Jha는 트위터로 연방정부를 향해 자칭 ‘맹비난’을 가했다. 그는 “기관들이 9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모든 테스트와 데이터 분석 및 보고를 처리했으며, 기업과 학교에 조언을 제공했다. 아울러 공공 캠페인도 펼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들이 이미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까지 그들의 책임으로 추가한다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한다. 그럼 연방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들은 계획도 없고, 돈도 없다. 단지 각 주 정부가 이 문제를 알아서 처리하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핸넌이 설명했듯,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과중한 업무”다. 그녀는 “핵심은 연방정부가 공급하는 코로나 백신을 민간 시장의 인프라를 통해 배포하는 노력이다. 이는 모든 법률과 면허, 검증 및 조직 요건 등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섀프너는 "연방정부가 멀리서 쳐다보는 것보다 이런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한 것 같다. 주 정부와 지방정부의 보건당국들은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추가 재원(주로 더 많은 인력)을 지원받지 못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람들에는 돈이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들을 훈련시킬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은 소외계층—흑인과 인종 공동체뿐만 아니라 저소득 지역 및 도시 지역 주민들도 포함—에게 백신 접종을 하려면 백신의 잠재적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그들은 백신 접종을 믿지 못하고 있다. 섀프너는 "그들을 설득하는 일을 SNS로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직접 만나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

섀프너가 근무하는 밴더빌트 대학 의료센터의 의료진과 약사들 사이에서도 백신 배포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회의론이 존재한다. 이 센터는 교육용 동영상을 제작하고, 질의응답을 실시함으로써 이런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인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센터는 현재 1만 5,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배포와 관련한 초기 접종 목표는 현실을 고려해 재조정해야 한다. 작년 9월 트럼프가 제시한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백신 접종 목표를 제대로 세워, 값비싼 실수를 피해야 한다. 섀프너의 표현대로, 보건 전문가들은 "뛰기 전에 걷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최근 발생한 사례를 다시 반복하지 않고자 한다. 42명의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대신에 실수로 항체치료제를 맞는 사고가 있었다. 그런 사고들로 인해, 사람들은 백신 접종의 장점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백신 배포에 모든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의료 시설들이 급증하는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의 치료로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슬프게도 이런 상황은 결코 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부작용이 없는 노력은 있을 수 없다.

믿거나 말거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건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나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그것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다만 새해는 더욱 밝아 보인다. 지난 1월 2일 7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백신 접종을 했다. 하루 접종 건수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많다. 그리고 보건 복지부가 백신 배포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각 주 정부에 3억 4,000만 달러를 제공했다. 한편 의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이 배포 과정을 돕기 위해 80억 달러 이상을 할당했다.

바이든은 최근 기자들에게 "이것은 미국이 직면했던 도전들 가운데 가장 큰 도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행정부가 각 주 정부에 대한 지원을 늘릴 때, 그런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백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확신이 생길 것이다. 이는 더 많은 백신 접종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기차가 어떻게 달릴지 지켜보자. -CAROLYN BARBER

※이 글의 필자 캐럴린 바버는 25년 동안 응급실 의사로 근무 중이다. 그녀는 노숙자 근로 프로그램 ‘변화의 바퀴(Wheels of Change)’의 공동 설립자이자, ‘고삐 풀린 의약품: 당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사실들(Runaway Medicine: What You Don’t Know May Kill You)’의 저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