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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채널의 반란…‘미래형 점포가 뜬다’

  • 기사입력 2020.09.29 10:52
  • 최종수정 2020.10.15 17:45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편의점, 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진화하고 있다. 킥보드 충전과 세탁까지 책임지는 편의점, 지역 맛집이나 게이밍숍을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킨 마트, 매장 1층 공식을 깨버린 백화점 등이 그 예이다.◀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미래형 점포가 주목받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변신을 꾀한 결과다. 이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이런 변화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마트나 백화점 대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고 또 성장 중이기까지 한 편의점은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오랜 업력을 쌓아온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미래형 점포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 편의점의 진화

30대 중반의 기자는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하루 소비의 절반 이상을, 또 필요한 물건 구매 대부분을 편의점에서 해결할 정도이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어쩌면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을 모두 다 비치해 놓고 있는지 편의점은 매번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편의점을 애용하는 덕분에 주변에서는 기자를 통해 편의점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지인들도 적지 않다. ‘요즘 편의점에선 레고나 군고구마도 판다거나 치킨도 튀기고 라면도 끓여 준다’ 같은 상품 관련 내용부터 ‘택배를 보내고 받을 수 있다거나 온라인 쇼핑몰 결제 대행이나 공과금 수납, 펫 보험 가입 같은 금융 업무도 볼 수 있다’는 내용 등이다.

이렇듯 주변에 편의점 사용 설명서를 이야기하고 다닐 정도로 편의점 똑똑이라 자부하는 기자이지만, 최근 GS25 강남동원점과 이마트24 삼청점 두 곳을 둘러보고는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탁소와 전동 킥보드 충전소 등을 겸하는 GS25 강남동원점은 종합 생활 서비스센터로, 스타벅스 경주보문호수DT점을 연상케 하는 이마트24 삼청점은 생활 감성 공간으로 진화 중이었다.

◆ 플랫폼화 추구

“편의점들이 매장 변화를 통해 추구하는 건 플랫폼화입니다. 편의점은 오프라인계의 카카오톡이라 할 수 있어요.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는 게 편의점이잖습니까. 이 인프라를 플랫폼처럼 활용할 순 없을까 하는 고민이 동력이 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마트24 관계자의 말이다.

편의점 매장의 진화는 크게 두 가지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GS25와 CU가 지향하는 ‘일상생활 플랫폼’과 이마트24가 지향하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일상생활 플랫폼은 이전부터 이어져 온 편의점 발전 단계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담배, 과자, 음료 등으로 상품 종류가 제한적이었던 편의점은 2010년대 들어 ‘없는 게 없는’ 편의점으로 진화했다. 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편의점이 위치한 지역의 상품 수요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만물상이 된 게 아니라 수요 착시를 통해 만물상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말이다.

2020년 현재 일상생활 플랫폼을 지향하는 편의점들은 ‘안 되는 게 없는’ 편의점으로 진화 중이다. 단순 소매점 역할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1997년 공공요금 납부 서비스를 시작으로 하나둘 서비스를 확대해온 결과 현재는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가 30여 개로 늘었다.

◆ 새로운 형태의 지향점

복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은 최근 이마트24가 제시한 새로운 형태의 지향점이다. 그간 편의점 서비스 확대는 음식점, 은행, 우체국 등의 생활 편의 시설을 대신하는 것에만 집중됐는데, 이를 문화예술 시설인 미술관이나 카페 등으로 확대해 보자는 ‘발상의 전환’이 배경이 됐다. 매장에 감성 요소까지 서비스해보자는 생각이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은 무인매장 운영에도 적극적이다. 다른 편의점 업체들이 IT기업에 실험 공간을 제공해 주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는 데 반해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은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주도적으로 무인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는 무인매장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결제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매장으로, 세븐일레븐은 실험적 성격의 매장이 아니라 준상용화 단계의 매장 운영으로 눈길을 끈다.

물론 아직도 완전한 무인매장 상용화에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하지만 무인매장은 연중무휴 운영을 가능케 하고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이기도 하다.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많은 업체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 사진=각 사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 사진=각 사

◆ 마트 진화의 동인

마트 역시 매장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미래형 점포로 거듭나는 중이다. 마트 점포 변화의 핵심 동인은 e커머스시장 확대에 대응코자 하는 것이다. 한정된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받는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e커머스시장 확대에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업태가 마트이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마트 업체들의 점포 변화 양상은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체험을 강조하는 매장 구성과 e커머스 채널과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임대매장 비중 확대 등이다. 이들은 전체 마트 업계가 동일하게 진행하는 내용으로 앞서 편의점 업계가 비교적 차별점을 두고 변화하는 것과 대비된다.

◆ 체험을 강조하는 매장

체험을 강조하는 매장 구성은 세 가지 축 가운데 가장 오래된 내용이다. 체험은 e커머스가 제공할 수 없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만의 고유 강점이란 점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시식코너와 같이 체험을 강조하는 일부 공간이 존재했지만, e커머스시장 견제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매장을 꾸린 건 2010년대 중반부터였다.

마트 업체들이 초기 체험형 매장을 꾸리고자 흔하게 썼던 방법은 상품 공급 업체와 제휴를 통해 이벤트 매장을 꾸리는 것이었다. 특별한 신선식품은 물론 이동기기나 모바일 기기를 비롯해 레고 등 장난감 매장도 올라왔다. 고정매장과 구별돼 이벤트 매장, 이색매장 등으로 불리는 이 같은 체험형 매장은 오늘날에도 흔하게 사용된다.

마트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체험형 매장도 이 시기부터 등장했다. 이들 체험형 매장은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소매업 retail과 오락 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쇼핑 과정에 오락 활동을 함께 제공)를 강하게 추구한다.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오락 같은 아이템으로 키덜트들을 사로잡은 일렉트로마트가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일렉트로마트는 미래에서 온 듯한 IT기기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이들 체험형 매장들은 소비자 반응에 따라 마트 밖에서 단독매장을 열기도 하고 론칭 몇 달 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마트 전체를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공간으로 마련한 이마트 월계점 같은 곳도 등장하기 시작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리버스 O4O 매장 등장

e커머스와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은 옴니채널(Omni-Channel·모든 것, 모든 방식을 의미하는 접두사 Omni와 유통경로를 의미하는 Channel의 합성어),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 등 구호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재밌는 건 과거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온라인은 서포트하는 형식으로 운영됐던 이들 시스템을 최근엔 반대로 운영하는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롯데마트가 실험적으로 운영 중인 롯데마트 금천점은 기존 O4O를 역으로 해석한 리버스 O4O 매장으로 완벽 변신해 눈길을 끈다. 소비자들은 윈도쇼핑을 하는 것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확인 후 QR코드를 찍어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롯데마트는 리버스 O4O 연장선에서 지난 8월부터 마트 업계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에도 뛰어들어 눈길을 끈다. 올해 초부터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에 들어간 롯데마트가 매장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임대매장 크게 늘어

과거 전체 매장의 20%에 불과했던 임대매장 비중은 꾸준히 늘어 최근엔 절반이 넘는 곳들도 흔하게 발견된다. 이마트 월계점은 식품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매대를 과감히 드러내고 매장의 70%를 임대 매장으로 전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대매장엔 트램펄린, 클라이밍, 집라인 등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바운스 트램펄린’ 등의 소비자 체험을 강조하는 매장 위주로 채워져 소비자들을 끌어모은다.

임대매장 비중 확대는 앞서 나온 체험을 강조하는 매장 구성과 e커머스와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는 목적이 다소 구별된다. 체험매장 구성과 e커머스 시너지 시스템 마련 등은 초점이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는 데 반해 임대매장 비중 확대는 수익성 제고가 주된 목적이다.

◆ 기존 매장 공식 버려

백화점들은 마트와 일부 변화를 공유한다. 특히 체험을 강조하는 공간 구성이 그렇다. 소비자를 온라인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목적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소비자 성향을 고려한 매장 리뉴얼이다. 최근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은 몇몇 백화점 점포 구성을 크게 바꿨다. ‘백화점의 얼굴’이라는 인식 덕분에 명품과 화장품 매장 위주로 구성했던 1층을 과감히 리뉴얼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식품관을, 롯데백화점은 편집숍을, 현대백화점은 식당가를 위치시켰다.

이런 변화에는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와 상권 특수성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공식화한 기존 매장 구성을 새로운 소비세대와 각 점포 특성에 맞게 리뉴얼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직은 실험형이어서 일부에만 적용 중이지만, 이런 흐름은 전체 매장으로 확산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백화점들은 자신들의 고급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 편의 극대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편리한 차량 입출고 시스템이라든가 유모차 대여 등 프로세스 업그레이드는 예가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내부.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장치와 매장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사진=롯데쇼핑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내부.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장치와 매장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사진=롯데쇼핑

--------<이하 박스기사>--------

[매장 변신을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의 속내]

이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변화를 시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시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는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편의점이든 마트든 백화점이든 매장 변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집객에 있을 겁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여전히 운영하겠다고 한다면 고객이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하니까요.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오프라인 채널들의 변신은 이제 막 시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언론에서 보도자료성 기사로 잘한다고 하니까 그 이면을 잘 보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요즘 들어 업체들이 이렇게 막 변한다고 나오는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변신한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바뀐 매장은 몇 개 없어요. 보통 소비자들은 바뀌었는지 눈치채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e커머스로 시장이 이렇게까지 많이 넘어간 상황에서 이 정도이니 사실은 매우 느린 변화죠.”

◆ 임대매장 의견 분분

시장 관계자들은 마트 업체들의 임대매장 전환을 두고도 여러 목소리를 낸다.

박 연구원은 말한다. “마트들이 임대매장을 늘리면서 쇼핑몰 타입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 변화 중에선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e커머스에서 오픈마켓과 같은 형태를 오프라인에서 하겠다는 거잖습니까.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거죠. 이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임대 준 매장이 잘 안 되면 다른 사업자로 운영자를 대체할 수 있어 좀 더 유연한 매장 운영도 가능하고요.”

다른 시장 관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그는 말한다. “임대매장을 늘리는 건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장사를 잘 못한다는 거예요. 그 공간을 내가 운영하는 것보다 남한테 맡겼을 때 더 많은 수익이 나온다는 얘기잖아요. 기업이란 건 돈을 투자했을 때 효익 만족도가 자신이 생각한 만큼 나와야 의미가 있는 건데 그걸 못한다는 거죠.”

◆ 편의점, 최적화 모델로

위 관계자는 편의점 매장 변신에도 부정적인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말한다. “1~2개 점포에서 테스트하는 걸 가지고 과대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편의점 표준 모델이 고작 17~18평인데 여기에 어떻게 세탁소랑 킥보드랑 카페 같은 기능을 다 넣습니까. 시도에 의의가 있을 뿐이지 이게 대중화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반박한다. “그런 시도를 하면서 고객 반응을 살피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거죠. 고객들이 어떤 걸 좋아하고 또 뭘 원하는지 말이에요. 테스트 모델을 그대로 일반 (점주가 운영하는) 가맹점에 옮기겠다는 게 아니라 고객의 니즈에 가장 부합하는 서비스를 추려 개개 가맹점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구현하겠다는 겁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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