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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총선 바람 타고 현실화 가능성 커져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총선 바람 타고 현실화 가능성 커져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02.25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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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4.15 총선을 앞두고 금융노조의 협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현실화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202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 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행사 진행을 따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202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 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행사 진행을 따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Fortune Korea] ‘노조 측 인물이 사외이사를 맡는 제도’가 금융권에서 현실성 있게 논의된 건 2017년부터이다. 서울시가 2014년 11월 산하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 의사를 밝힌 이후 공공 부문에서 강성 노조의 협상용 카드로 종종 이름이 오르내렸던 걸 생각하면 꽤 늦은 편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이다.

금융권에서는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당국에 ‘민간금융회사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여론의 후폭풍을 우려해 노동이사제 추진에 부담을 느꼈던 금융노조의 빗장이 풀린 셈이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고용 안정성이나 급여 등 처우가 타 업종보다 좋다는 외부 인식 때문에 노동이사제 도입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 권고 이후 금융권에서는 노조이사제 도입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다. 당장 같은 해 11월 KB금융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로 노동이사제보다는 한발 뒤로 물러난 제도이다. 곧바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는 어려우니 스텝바이스텝 진행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올해 2월까지 KB금융노조가 두 차례, 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노조가 각각 한 차례씩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엔 KDB산업은행노조가 추진에 나섰다.

◆ 4.15 총선이 변수?

최근 금융권에서 노조추천이사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1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합의하면서, 또 같은 달 KDB산업은행노조가 노조 집행부 교체를 계기로 '다른 기관과의 연대를 통해서라도 뜻을 이루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물론 여기까지라면 지난해 혹은 지지난해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노사는 거의 매년 노동이사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의견 합일’을 이뤘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던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금융권 내부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 수뇌부의 조합원 보여주기용 카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상 선언적인 의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올해 1월 수출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마지막 단계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과거와 다르게 묘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말한다. “4월에 총선이 있습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전부터 금융노조와 긴밀히 정책협약이나 공조를 해왔어요.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리지 않겠다던 2017년 맹약을 먼저 깨뜨린 만큼 (여당이) 금융노조에 빚을 하나 지고 있는 데다, 또 요번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인 만큼 여러모로 여당 쪽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노조가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거죠.”

◆ 근로자 참관제도 확산

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정·청이 금융노조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록 공공기관에 한정하긴 했지만 초기 국정과제로 올릴 만큼 의욕이 앞선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의 부정적인 여론과 믿었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조차 진척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이사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잔잔한 수면 아래서 노동이사제는 조금 방향을 바꿔 진행됐다. 이는 금융노조에서 노동이사제 직행에 부담을 느껴 노조추천이사제라는 노동이사제 전 단계를 목표로 삼은 것과 유사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도’를 확산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도는 노조추천이사제보다 더 전 단계로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참관은 하되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는 제도다.

지난해 1월 시작된 공공기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도는 2020년 2월 현재 30개 기관에서 시행 중이다. 제도 도입 1년 만에 전체 공공기관 340곳 가운데 약 10%가 채택했다. 아직 금융권은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으나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도가 확산하다보면 금융공기업인 KDB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도 충분히 가시권에 들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당·정·청이 금융노조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은 전략적인 연출로 해석할 수도 있다.

◆ KDB산업은행에 관심 집중

이 같은 이유로 현재 금융권의 관심은 온통 KDB산업은행에 쏠려 있다. KDB산업은행이 오는 3월 28일 최방길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7월까지 총 5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되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이 ‘총선을 앞둔’ 여권과의 협상으로 금융권 최초 노조추천이사제 혹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정부 지분이 100%인 특수은행이어서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노조추천이사제까지 바로 강행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노조 측 인물의 경영 참여가 외부에 어떻게 보일지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시행에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말한다. “아직은 국책은행이나 특수은행 쪽에서만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금융권 전체에 확산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도 독일을 비롯한 몇몇 유럽국가에서 시행 중이고 또 잘하고 있잖아요. 과거엔 우리나라 노조가 좀 지나친 면이 있어서 그들 나라처럼 했다간 사측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지금은 우리도 어느 정도 자제·자정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로자 측 인사가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투명경영을 확대하는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하 박스기사>

◇ 금융권 밖에서는?

금융권 외부에서는 노조 측 인물의 경영 참여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언론에서는 노치(勞治)가 우려된다는 식의 기사도 흔하다. 노조의 잇속 챙기기 딴지가 심화해 사측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주된 배경이다.

하지만 개중엔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말한다. “물론 노조 측 인사가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너 없는 금융사에서 지주사 회장이 황제경영을 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이를 제어할 사외이사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사외이사들은 모두 거수기 역할밖에 못 하고 있잖아요. 특히 노동이사제가 아닌 노조추천이사제라고 하면 교수나 변호사 부류의 전문가 집단에서 선택될 텐데 이들이 막연히 노조 이익만 대변할 것 같지도 않고요. 우려되는 단점을 상쇄할 만큼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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