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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시대 활짝…은행권 판도 바뀔까?

  • 기사입력 2019.11.26 13:36
  • 최종수정 2019.12.10 17:09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오픈뱅킹은 은행권 판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12월 18일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된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정의에 따르면 오픈뱅킹은 ‘은행이 보유한 결제기능 및 고객 데이터를 오픈 API 방식으로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좀 더 쉽게는 ‘디지털 분야에서 은행 간 장벽을 없애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자주 쓰는 은행 앱 하나로 타사 은행 업무는 물론 향후에는 증권·카드 등 다른 금융업무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오픈뱅킹 전면 실시에 앞서 시스템 안정성을 사전에 확인·보완하고자 지난 10월 30일부터 10개(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KB국민, 부산, 제주, 전북, 경남) 은행을 통해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일부 은행 앱에서 예·적금 등록이나 타행 간 이체가 안 되는 등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시범 서비스 첫 주에만 102만 명이 서비스에 가입, 183만 계좌를 등록해 흥행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오픈뱅킹 서비스 총 이용 건수는 1,215만 건에 달했다.

◆ 핀테크 업계 기대 UP

비교적 성공적인 시범운영 결과에 금융위는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금융위는 오픈뱅킹 실시로 종합 금융플랫폼 출현,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 확대, 금융 편의성 개선 등 금융산업 혁신과 경쟁이 크게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 역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 핀테크 업체들의 기대가 크다. 이들은 오픈뱅킹 덕분에 6개 API(출금이체, 입금이체, 잔액·거래내역·계좌실명·송금인정보 조회) 수수료가 많게는 20분의 1까지 줄어들어 자금운용에 숨통이 틔였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위 몇 개 업체의 경우 내년을 기해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핀테크 기업 특유의 혁신 서비스 창출과 빠른 상품 개발 특성이 더해지면 핀테크 주도의 금융 패러다임 전환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오픈뱅킹으로 은행들이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지급결제 전산망과 고객 데이터가 다수에게 개방됐습니다. 은행의 고객 독점력이 사라지게 됐다는 말이죠. 몇몇 유명 핀테크 업체들이 이름을 날리고 있는 현재에도 은행권의 핵심 경쟁력은 금리와 상품으로 수렴되곤 하는데 앞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금융 데이터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은행권 판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심드렁한 반응도 나와

하지만 모두가 장밋빛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묘하게 분위기가 나뉘는 모습이다. 금융위 주도로 이뤄지는 오픈뱅킹인 만큼 모두 일사불란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보이는 것만큼 의욕적이지 않은 곳도 있다. 몇몇 은행은 오픈뱅킹 관련 서비스나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말한다. “선진 금융시장이라고 평가받는 영국은 지난해 1월 오픈뱅킹을 도입했습니다. 도입 목적은 우리나라와 같았어요. 금융권 경쟁 및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거였죠. 하지만 2년여가 흐른 현재 영국 상황을 보면 생각만큼 활성화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은행 각각을 차별화하지도 못했고요. 영국뿐만이 아닙니다. EU나 일본 등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점이 있다면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 정도죠. 따라서 당장 열을 올리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기보다는 잠시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은행 관계자들의 오픈뱅킹 관련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재밌는 뉘앙스의 이야기 하나가 감지된다. 오픈뱅킹이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과 편의에 더 집중돼 은행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부분 관계자가 완곡하게 에둘러 표현하지만 개중에는 “은행이 상대적으로 기득권으로 취급되다 보니 웬만큼 다 내려놓고 거의 양보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오픈뱅킹 기대효과로 신규 사업모델 창출이나 종합 금융플랫폼 토대 마련, 신규고객 유치 등을 들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의 반응은 크게 달갑지 않은 셈이다.

이런 반응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유럽권에서는 거대 은행들이 대놓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오픈뱅킹이 도입되기 시작한 지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이 됐는데도 확산이 지지부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 입김이 센 우리나라는 그래도 은행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동참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왕 할 수밖에 없다면 잘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낙천적인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 은행권 판도 바뀔까?

오픈뱅킹 도입과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당장 12월 18일에는 금융보안원의 보안점검을 통과한 핀테크 기업 138곳도 오픈뱅킹 서비스에 뛰어든다. 물론 여기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협업이나 경쟁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면서 새로운 금융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가 있는가 하면, 해외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뒤따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말한다. “하나의 앱으로 다 할 수 있게 되니까 고객 편의성은 당연히 올라가겠지만, 이걸로 은행권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진 않습니다. 몇몇 시중은행에서는 오픈뱅킹을 강하게 푸시하고 직원들한테도 (계좌를 유치하라고) 압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다고 고객이 자주 쓰던 은행 앱을 바꿀 것 같진 않거든요. 대부분 월급통장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다 보니 (그 은행 앱이 손에 익어) 거기서 오픈뱅킹을 사용하려고 할 거예요.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고객들은 기존에 쓰던 것을 편하다고 느끼고 또 그래서 습관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거든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관계자는 말한다. “소비자 습관을 바꾸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그래서 앱 업데이트하는 데도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죠. 분명 더 쉽고 편하게 업그레이드했는데 바뀐 시스템이 생소한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분명한 건, 더 나은 서비스가 있다면 소비자들은 이동한다는 겁니다. 물론 잠깐의 생소함을 이겨낼 정도의 편의성이나 이익을 보장해야겠죠. 이는 전적으로 은행이나 핀테크 업체의 역량에 달린 문제입니다. 오픈뱅킹 도입으로 리테일 금융은 확실히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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