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시계 속의 시계 | 오메가 양대 마스터 컬렉션

  • 기사입력 2019.08.27 09:35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스피드마스터 Speedmaster와 씨마스터 Seamaster는 오메가를 대표하는 양대 아이코닉 컬렉션이다. 오메가가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 컬렉션의 영향이 컸다. 각자 분야에서 세계 기계식 시계 발전에 이정표를 세운 상징적인 컬렉션이기도 하다.◀

Speedmaster Moonwatch Professional Chronograph. 1969년 아폴로 11호와 함께 달을 밟은 Speedmaster(1964년 모델)를 거의 복각 수준으로 재현한 모델이다. 문 워치 상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러그 조각이 조금 길어진 것과 르마니아 기계식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21 대신 오메가 기계식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861이 쓰인 것 정도가 차이이다. 사진=오메가
Speedmaster Moonwatch Professional Chronograph. 1969년 아폴로 11호와 함께 달을 밟은 Speedmaster(1964년 모델)를 거의 복각 수준으로 재현한 모델이다. 문 워치 상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러그 조각이 조금 길어진 것과 르마니아 기계식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21 대신 오메가 기계식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861이 쓰인 것 정도가 차이이다. 사진=오메가

[Fortune Korea] 뒷자리 숫자가 7, 8, 9로 끝나는 해는 오메가 브랜드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7은 모든 시계 컬렉션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을 자랑하는 Speedmaster 론칭 연도(1957년)와 이어진다는 점에서, 8은 오메가 매뉴팩처 창립 연도(1848년) 및 오메가 베스트 컬렉션이자 다이버 워치의 상징과도 같은 Seamaster 론칭 연도(1948년)와 이어진다는 점에서, 9는 Speedmaster가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함께한 연도(1969년)와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혹자는 Constellation 컬렉션을 론칭한 1952년의 뒷자리 숫자 2나 스와치그룹의 모태가 된 SMH그룹을 결성한 1983년의 뒷자리 숫자 3은 특별하지 않은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이들도 특별하다. 하지만 오메가 브랜드에 집중해 보자면 뒤에 -master가 붙은 두 컬렉션 Speedmaster와 Seamaster의 탄생에 비할 바는 아니다. 두 컬렉션은 오메가를 넘어 전체 시계 브랜드에서도 매우 특별한 컬렉션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 달에 다녀온 시계

오메가는 올해 대대적인 Speedmaster ‘문 워치 Moonwatchʼ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Speedmaster가 아폴로 11호와 함께 인류의 첫 달 착륙 대업을 이룬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모습은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로 회자된다.

Speedmaster는 당시 이벤트 덕분에 문 워치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1957년 레이싱 워치를 염두에 두고 론칭했지만 12년 만인 1969년 달 착륙에 함께해 문 워치 별칭을 얻은 다음부터는 오메가에서도 문 워치 이름을 더 선호하는 모습이다.

오메가에서 Speedmaster를 문 워치로 마케팅하는 이유는 그 이름이 상징하는 기술적 자긍심 때문이다. 달에 다녀왔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이지만 워치메이커 브랜드로서 그보다 더 큰 자긍심은 Speedmaster가 지구 바깥 극한 환경에서도 제 역할을 온전히 해냈다는 점이다.

◆ 혹독한 테스트 이겨내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 NASA에서 아폴로 11호 프로젝트에 동행할 시계로 Speedmaster를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나사에서는 달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정상작동하는 시계를 찾기 위해 프로젝트 한참 전인 1964년부터 여러 브랜드의 시계를 사전 테스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테스트는 매우 가혹했다. 0.35 기압, 15% 이하 상대습도에서 30분 93°C 혹은 48시간 71°C에 노출하는 고온 테스트는 물론 -18°C에서 4시간 동안 노출하는 저온 테스트, 상대습도 95%에서 총 240시간 동안 20°C에서 71°C 사이 기온을 오가는 온도 변화 테스트 등이었다. 이 외에도 압력·대기 변화, 충격, 가속, 진동, 소음 등 우주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가 이뤄졌고 이 모든 테스트를 극복한 유일무이한 시계가 오메가의 Speedmaster였다.

당시 테스트에 참여했던 Speedmaster 시계는 고역이었겠지만, 이때의 경험은 Speedmaster가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스토리를 가진 시계 컬렉션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테스트만으로도 전문서적이 몇 권이나 나왔을 정도였다. 테스트가 발판이 돼 문 워치 별칭을 얻게 되면서 나온 서적은 훨씬 더 많았다. 이들 서적으로 세세한 내용과 사실관계가 증명되면서 오메가의 문 워치 이야기는 이제 시계 업계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수 있는 단골 메뉴가 됐다.

Seamaster Aqua Terra 150M GMT Worldtimer. 과거 Seamaster가 와일드한 매력을 뽐냈다면 최근 Seamaster는 점차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Seamaster Aqua Terra 라인은 클래식한 매력도 일부 접목돼 Seamaster 1948 라인과 함께 우리나라에선 예물용 시계로도 많이 쓰인다. Seamaster 앞으로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 모델이다. 사진=오메가
Seamaster Aqua Terra 150M GMT Worldtimer. 과거 Seamaster가 와일드한 매력을 뽐냈다면 최근 Seamaster는 점차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Seamaster Aqua Terra 라인은 클래식한 매력도 일부 접목돼 Seamaster 1948 라인과 함께 우리나라에선 예물용 시계로도 많이 쓰인다. Seamaster 앞으로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 모델이다. 사진=오메가

◆ 세계 최초의 다이버 워치

Seamaster는 Speedmaster와 함께 오메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컬렉션이다.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오메가를 대표하는 컬렉션이 Seamaster이냐 Speedmaster이냐를 두고 의미 없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Seamaster로 결론이 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Seamaster 1948이나 Seamaster Aqua Terra 라인이 예물시계로도 많이 활용되면서 Seamaster 컬렉션을 좀 더 익숙하게 생각한다.

Seamaster는 1948년을 공식 론칭 시기로 하지만 오메가를 대표하는 다이버 워치라는 점에서 그 원류를 1932년 론칭한 Marine에서 찾기도 한다. 다이버 워치는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등장, 발전한 시계이다 보니 브랜드 간 론칭 시기가 겹쳐 꽤 복잡한 양상을 띤다. 자존심이 강한 시계 브랜드들이다 보니 세계 최초의 특수목적용 다이버 시계, 세계 최초의 모던 다이버 시계 등으로 ‘세계 최초’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버 워치라는 대분류 단일 항목에서 보자면 오메가의 Marine이 세계 최초로 꼽힌다.

Marine 출시 이전까지 시계들은 다이버 워치가 아니라 방수 시계 개념이 강했다. 개스킷과 스크류다운 케이스백&크라운 등으로 조금 더 나은 생활 방수 기능을 지원했을 뿐이다. 장시간 물놀이에 사용할 수 있는 시계들도 있었으나 이들은 다이버가 활동하는 수준의 비교적 깊은 수심에서는 그 수압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Marine은 케이스를 또 다른 케이스에 끼워 넣도록 한 특별 설계 덕분에 비교적 깊은 수심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1932년 프랑스 해군 장교인 이브 르 피어 Yves Le Prieur가 17m 잠수에서, 1936년 미국 탐험가인 윌리엄 비브 William Beebe가 70m 잠수에서 Marine의 탁월한 방수 성능을 확인·인증하면서 비로소 Marine을 필두로 한 다이버 워치 시대가 문을 열었다.

◆ 수심 한계 1,000m ↓

Seamaster는 오메가를 대표하는 다이버 워치이지만 Marine과는 구별된다. 이중 케이스를 사용한 Marine과 달리 본체 케이스 밀폐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상이한 면이 있는 데다가 외형도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사각형 모양이었던 Marine과 달리 1948년 론칭한 Seamaster는 현대 정형화된 둥근 다이버 워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메가 역시 Marine의 역사적 성취를 잇고 싶었으나 기술·외향적 차이가 너무 커 별도 라인으로 분리한 듯 보인다.

Seamaster는 론칭 이후 10년 안팎의 텀을 두고 커다란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곤 했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건 1970년 공개한 Seamaster Ploprof(전문 다이버를 뜻하는 프랑스어 Plongeur Professionnel의 앞부분 철자들을 딴 이름)였다. 이후 영문인 Seamaster Professional 600으로 이름이 바뀌며 Seamaster Professional 라인 첫 모델이 된 이 시계는 기존 다이버 워치들의 500m 안팎 수심 한계를 1,000m까지 끌어내렸다. Seamaster는 고릴라 테스트라는 항기압 테스트에서 137기압까지 버텨내 이론상 1,37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시계로 기록됐다.

◆ 시대를 앞섰던 이유

Seamaster Professional 600이 동시대 다이버 워치 한계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포화잠수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당시 잠수부들은 산소와 질소 혼합가스에서 산소와 헬륨 혼합가스로 산소통 내용물을 바꾸면서 더 깊은 물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른바 포화잠수법의 개발이었다.

포화잠수법은 헬륨을 사용하는 데다가 더 깊이 잠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이버 워치에 매우 치명적이었다. 잠입 깊이가 깊어지면서 높아진 수압에 다이버 워치 안으로 침투하는 헬륨이 폭증했는데, 사람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빠져나가는 헬륨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려 문제가 됐다. 시계 안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헬륨이 팽창해 시계가 파손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당시 다이버 워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아주 소수 시계 브랜드들은 헬륨 방출 밸브를 만듦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오메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오메가는 여기에 더해 밀폐성을 극도로 향상시킨 모노블록 케이스를 사용함으로써 방수 밀폐 한계를 극대화했다. Seamaster Professional 600은 출시 당시 기능성을 극대화한 비주얼로 충격을 줬지만, 이후 초 한계 다이버 워치의 전형적인 디자인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현재는 대부분 시계 브랜들이 채택하는 디자인이 됐다. Seamaster는 이후에도 특별한 디자인으로, 장치로, 기술력으로 세계 다이버 워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Speedmaster와 Seamaster는 오메가의 현재를 있게 한 두 개 Master 컬렉션이란 측면에서, 또 각자 분야에서 세계 기계식 시계 발전에 초석을 놓은 상징적인 컬렉션이란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두 개 컬렉션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시계 마니아로서는 큰 흥밋거리가 될 듯하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