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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위블로, ‘퓨전 아트’ 기치로 명품시계 업계 변화 주도
시계 속의 시계 | 위블로, ‘퓨전 아트’ 기치로 명품시계 업계 변화 주도
  • 김타영 기자
  • 승인 2019.06.2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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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위블로는 최근 명품시계 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색적인 브랜드이다. ‘퓨전 아트 Art of Fusion’를 기치로 내세운 이색적인 존재감과 독특한 마케팅 활동, 특별한 소재 사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LaFerrari. 위블로가 2015년 선보인 컴플리케이션 모델이다. 50일간의 파워리저브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것 이외에도 독특한 구동시스템과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LaFerrari. 위블로가 2015년 선보인 컴플리케이션 모델이다. 50일간의 파워리저브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것 이외에도 독특한 구동시스템과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명품시계 브랜드의 가치는 주로 기계식 시계 분야의 정밀도와 제조 역량에 기초한다. 기술적으로 월등한 쿼츠시계가 등장(1969년)한 지 50년이 흘렀지만, 이런 판단 기준은 여전히 굳건하다. 어느 명품 카테고리나 마찬가지듯, 명품시계 역시 역사나 철학 같은 기능적 필요 이상의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명품시계 브랜드들은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기계식 시계 테두리 안에서의 경쟁은 언뜻 고루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여기에 명품시계 브랜드만의 매력이 있다. 스포츠 경기가 일정한 룰 안에서 기량을 겨루듯, 명품시계 브랜드들도 기계식 시계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키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 명품시계 변화 주도

“우리는 과거를 해치지 않고 미래와 결합함으로써 그 전통에 경의를 표합니다” 장 클로드 비버 Jean-Claude Biver 위블로 회장과 리카르도 과달루페 Ricardo Guadalupe CEO가 지속적으로 대외에 표방하는 메시지다. 대내 메시지는 좀 더 적극적이다. 2010년 새 컴플리케이션 부서 개소식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더 많은 시계 제조, 더 많은 전문성, 더 많은 혁신, 더 과감한 퓨전을 원합니다.”

위블로를 이끄는 투톱 멘트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위블로는 굉장히 다이내믹한 명품시계 브랜드이다. 명품시계 브랜드 경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명품시계 브랜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위블로는 그 탄생부터 기존 명품시계 공식을 깨뜨리며 시작했다. 1980년 카를로 크로코 Carlo Crocco가 창립한 위블로는 ‘골드 소재 시계에는 가죽 스트랩’이라는 당시 상식과도 같았던 조합을 버리고 골드 소재 시계에 러버 스트랩을 택하는 일대 기행으로 주목받았다.

2004년 명품시계 업계의 풍운아 장 클로드 비버가 CEO로 합류하면서 위블로는 더욱 특별한 브랜드로 거듭났다. 장 클로드 비버는 세계 시계 산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스와치그룹 및 리치몬트그룹과도 깊숙이 관계된 인물로, 이전에 이들 그룹 산하의 브랜드를 맡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키워낸 경험이 있다.

◆ Big Bang 컬렉션 론칭

장 클로드 비버는 위블로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 ‘퓨전 아트’를 천명하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2005년 바젤월드에서 퓨전 아트 철학에 걸맞은 Big Bang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다시 위블로를 화제의 명품시계 브랜드로 올려놨다.

2005년 첫 Big Bang 컬렉션은 1980년 론칭한 위블로 첫 모델과 같이 골드 케이스에 러버 스트랩을 사용해 브랜드 역사를 계승했다는 상징성으로, 또 카본 다이얼, 티타늄 H형 스크류를 사용한 세라믹 베젤, 블랙 PVD 처리한 텅스텐 로터, 케블라 러그 디스크 등 장 클로드 비버가 천명했던 퓨전 아트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이색적인 존재감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위블로의 빅뱅 컬렉션 론칭은 2005년 내내 이슈가 됐다. 글로벌 시계 전문매체에서는 위블로의 재조명, 부활 등 주제의 기사가 큰 비중으로 실렸다. 빅뱅 컬렉션은 같은 해 11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eva에서 올해의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2005년의 대미를 장식했다.

◆ 독특한 마케팅 활동

빅뱅 컬렉션 론칭으로 다시 화제의 브랜드가 된 위블로는 뒤이어 독특한 마케팅 활동으로 명품시계업계의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위블로를 비롯한 명품시계 브랜드들은 이전까지 유력 자산가들을 오프라인 자리에 불러모아 그 자리에서 홍보와 판매를 병행하는 소규모 네트워크 마케팅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위블로는 2005년 이후 오프라인 외에 온라인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을 빌려 멀리 떨어진 몇 개 지역에서 동시에 네트워크 행사를 여는 등 하이테크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시도들을 했다. 보수적인 명품시계 브랜드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위블로의 이런 시도들은 굉장히 혁신적이었다. 위블로는 최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마케팅에도 가장 먼저, 또 적극적으로 나서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마케팅 대상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위블로는 “잠재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명품시계 브랜드들이 그동안 접근하지 않았던 영역까지 파트너십 범위를 확대했다. 2008년 UEFA EURO 챔피언십 공식 타임키퍼가 돼 명품시계 브랜드 최초로 축구 종목과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이를 시작으로 스포츠 종목은 물론 패션계까지 저변을 넓혔다. 흑인 운동선수나 뮤지션 등 이전까지 명품시계 브랜드들의 관심 밖 대상까지 마케팅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 것도 위블로였다.

◆ 기술적 성장에도 박차

위블로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소재 혁신 등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위블로는 기술적인 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장 클로드 비버라는 걸출한 CEO와 그가 주도하는 디자인 혁신이 높이 평가됐을 뿐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명품 브랜드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을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은 2008년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Louis Vuitton Moët Hennessy그룹(이하 LVMH)이 위블로를 인수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위블로는 LVMH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업그레이드를 해나갔는데 이 중 가장 돋보였던 부문이 기술 섹터였다.

위블로는 2009년 스위스 니옹 Nyon 지역에 6,000㎡ 상당의 최첨단 매뉴팩처를 새로 지어 기술 업그레이드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해 저명한 무브먼트 제조사 BNB가 파산하자 BNB의 고급 기술 인력 상당수를 새 매뉴팩처로 영입하며 명품시계 브랜드로서 위상을 더욱 확고히했다. 이전까지 라 주 페레레나 ETA 기반의 범용 무브먼트 위주 시계를 내놨던 위블로가 순식간에 기술적 우위를 갖춘 시계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었다.

BNB의 기술 인력들은 과거 위블로와 합작으로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개발하는 등 이미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많은 상대였다. 위블로는 바로 활용 가능한 인적 자원을 흡수한 덕분에 이듬해인 2010년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HUB 1240 Unico를 선보이는 기염을 토했다.

위블로는 같은 해 독립된 컴플리케이션 부서를 따로 만드는 등 발전된 기술 역량을 과시하는 퍼포먼스를 잇달아 벌였다. 2013년에는 50일간의 파워리저브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MP-05 La Ferrari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선보여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 소재 개발에서도 성과

위블로는 LVMH에 인수된 이후 특별한 소재 개발에도 많은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인수 첫해부터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과 협업을 시작해 3년 만인 2011년 금의 무른 특성을 상쇄한 매직 골드 Magic Gold 소재를 개발하며 주목 받았다. 같은 해 카본 파이버 부품 제작 전문 업체인 프로퓨전 Profusion을 인수하는 등 외형적인 확장도 병행해 2015년에는 8,000㎡ 크기의 두 번째 매뉴팩처를 건립했다.

위블로는 현재 다양한 신소재 개발을 위해 별도 야금술 부서를 통해 여러 개 용광로를 함께 운용 중이다. 이 같은 인프라 투자 덕분에 위블로는 창립 초기부터 주요하게 활용해온 러버와 함께 세라믹이나 콘크리트, 티타늄 등 가공이 어려운 소재들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다. 텍사리움이나 매직 골드 같은 특수 소재 활용에도 탁월해 위블로는 명품시계 브랜드들의 소재 개발 및 활용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이 위블로는 고고한 명품시계 브랜드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행보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성과는 최근 더 집약되는 모습을 보여 시계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10년 이전의 위블로만 기억하는 라이트한 시계 마니아들이 종종 위블로의 달라진 위상에 깜짝 놀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의 위블로는 괄목상대라는 표현이 꼭 알맞다. 위블로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Big Bang Unico King Gold Ceramic

이 시계는 Big Bang 컬렉션에 HUB 1242 Unico 무브먼트, 18K 킹 골드 케이스, 블랙 세라믹 베젤, 블랙 러버 스트랩을 결합한 모델이다. 위블로 아이코닉 컬렉션인 Big Bang 베이스에 Unico 인하우스 무브먼트, 특별한 케이스·베젤 소재, 러버 스트랩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위블로 브랜드의 특징과 성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시계 주요 부문을 구성하고 있는 킹 골드, 세라믹, 러버는 위블로가 자주 사용하는 특별한 소재들이다. 특히 킹 골드는 위블로가 자체 개발한 18캐럿 합금 골드 소재로 유명하다. 불그스름한 금색을 표현하기 위해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5N 골드보다 더 붉은색을 띠는 특징이 있다. 위블로 금속 공학자들은 5N 골드에 구리 함량을 더 높이고 백금을 추가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킹 골드 개발에 성공했다.


Spirit of Big Bang Titanium Blue

이 시계는 위블로 이름의 유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좀 의아해할지도 모르는 모델이다. 위블로는 배의 현창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위블로 시계 베젤이 배에 쓰이는 동그란 창을 모티프로 따온 데서 유래했다.

위블로는 2014년 토노형 케이스를 사용한 새로운 컬렉션을 론칭하고 ‘Spirit of Big Bang’이라 명명했다. 이름과 같이 Big Bang 정신을 상징한 이 컬렉션은 토노형 케이스를 제외하곤 대부분 2005년 론칭한 Big Bang 컬렉션의 특징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재밌는 건 티타늄 케이스와 베젤을 사용했으면서 이번엔 스트랩에 악어가죽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비슷한 질감이나 색감의 금속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이질적인 소재 매칭이다. 골드 소재와 가죽 스트랩을 조합한 위블로 첫 시계를 연상케 한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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