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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스페셜 리포트] 이제는 ‘취향 경제’ 시대 - 케이스 스터디④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발 빠른 취향 포착
-메이저 유통기업의 진화를 이뤄냈다

  • 기사입력 2019.04.01 13:56
  • 최종수정 2019.04.03 16:10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브랜드와 기업들을 소개한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스타필드 고양. 사진 신세계그룹 제공.
스타필드 고양. 사진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키덜트’ 취향을 사업화했다.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의 감성을 소비하는 어른을 뜻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SNS에 장난감, 가구 등을 비롯한 남성 취향의 특색있는 소품들을 소개하기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은 2016년 9월 스타필드 하남 개점 당시 취재진 앞에서 한정판 레고 제품을 구입하는 등 ‘키덜트’적 모습을 보이며 “평소 집에서도 레고 조립을 즐긴다”고 말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이 벌인 사업은 가전제품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였다. 정 부회장은 일렉트로마트를 ‘어른들의 놀이터’라고 불렀다. 국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키덜트 문화에 주목한 것이다. 국내 키덜트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덕후’라고 불리며 비주류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이제 정 부회장이 키덜트를 겨냥한 매장을 열 정도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주류 소비자로 등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SNS에 일렉트로마트를 “전자제품과 히어로에 환호하던 과거 B급 감성으로 돌아가 가전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전매장은 내게 호기심과 재미의 공간”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움과 흥미를 줄 수 있고 우리 같은 어른도 감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가전매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렉트로마트는 매장 입구서부터 벽면까지 매장 곳곳에 이마트타운의 영웅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이라는 캐릭터를 앞세우고 있다. 일렉트로맨은 매장입구부터 사람보다 훨씬 큰 초대형 피규어로 세워져 소비자들을 압도한다. 벽면에 일렉트로맨이 나오는 익살스러운 만화가 그려져 있다. 이마트 직원들도 일렉트로맨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움직인다. 일렉트로맨 뒤로 배트맨, 슈퍼맨, 드래곤볼, 원피스 캐릭터 등 좀처럼 볼 수 없는 고가의 피규어도 즐비하다.
정용진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마블 만화책 사진을 올리며 ‘슈퍼 히어로’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적도 있다. 정 부회장은 “빨간 천을 목에 메고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계단에서 날아보려 했던 기억이 솔솔 난다”며 “슈퍼 히어로의 양대산맥은 마블과 DC인데 나는 마블쪽 히어로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헐크, 엑스맨, 아이언맨 등 마블의 히어로는 인간적이면서도 귀여운 면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며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슈퍼 히어로를 리테일과 접목시키는 것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취향이 반영된 사업은 또 있다.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하우디(Howdy)’다. 하우디는 “남성 취향의 특색 있는 상품과 관점이 뾰족한 읽을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편집숍”이다. 하우디는 일반적인 쇼핑몰과 다른 ‘큐레이터(Men’s Lifestyle Curator)‘임을 강조한다. 하우디 홈페이지엔 뉴스 섹션이 마련돼 있다. 이곳엔 우사인볼트의 러닝화, 애스턴마틴의 전기차 등에 관한 읽을거리가 게시돼 있어 남성 잡지를 보는 듯 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하우디 뉴스란에선 정해진 주제 안에 머물기보단 뉴스부터 제품 분석까지 남성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상품 구성도 특이하다. 고급 카메라, 스피커, 드론 등 전자기기부터 와인글래스, 요리도구 등 리빙용품, 시계, 선글라스, 신발 등 잡화, 남성용 화장품, 캠핑용품 등 특별한 주제 없이 남성 취향의 온갖 제품이 갖춰져 있다. 하우디는 안내문에 “그루밍, 스타일, 테크, 리빙, 하비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추천의 근거가 충분한 아이템만을 소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스타필ㄷ 내 몬스터짚. 사진 신세계그룹 제공.
스타필드 내 몬스터짚. 사진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부회장은 충동구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30~40대 남성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1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키덜트 제품을 구입해 집안에서 외로움을 달래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원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정용진 부회장은 “미래 유통의 경쟁력은 제품을 잘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 시간을 차지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2016년 선보인 ‘체류형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는 이런 정 부회장의 확신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스타필드 하남의 방문객 평균 체류시간은 5.5시간(주차시간 기준)으로 기존 복합쇼핑몰의 2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시간이 길어진 것은 다양한 쇼핑시설과 함께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메가박스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이용객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렉트로마트를 이용한 소비자 중 남성은 32.7%로 기존 이마트의 남성 소비자 비중(27.8%)보다 5%포인트가량 많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일렉트로마트를 통해 시작한 실험들은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았다. 몸이 무거운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 자체가 신세계그룹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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