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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합법적인 작전일까?

AP시스템 사례를 통해 본 기업분할

  • 기사입력 2017.05.04 11:03
  • 최종수정 2018.08.30 18:08
  • 기자명 홍덕기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업분할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중견회사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이다.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7월 1일 시행되고,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 경제민주화법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기 때문에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분할을 한 OLED 장비 업체 AP시스템의 사례를 통해 기업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의 이유와 분할 과정 그리고 그 효과 등을 알아보자.
 

이미지=셔터스톡

● 기업분할이란 무엇인가

기업분할이란 한 회사의 사업부문을 둘 이상으로 나누어 회사를 신설하는 것을 말한다(이때 분리된 사업부문은 다른 회사와 합병할 수도 있다). 분할 후 그대로 남는 기업을 존속회사라 하고, 분할하면서 새로 생기는 기업을 신설회사라고 부른다. 지주회사 전환인 경우 존속회사가 지주회사가 되고 신설회사가 사업회사가 된다.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눌 수 있다. 신설회사 주식의 소유권이 존속회사 주주와 존속회사 중 누구에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그 방식을 구분할 수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존속 회사가 신설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인적분할을 하는 목적은 크게 경영 효율성 제고와 지배 구조 개선 두 가지다. 우선 경영 효율성 제고를 살펴보자. 비대해진 사업구조를 핵심부문과 비핵심부문으로 분리해야 할 때, 혹은 현재 영위하는 사업들이 상호 연관성이 적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땐 독립적인 경영체제가 바람직하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기업분할 명분으로 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지배구조 개선인 경우가 많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지 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경영권을 유지할 정도의 지분만 가지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한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10%인 경우, 최대주주는 인적분할 후 원래 지분율만큼 각각의 존속회사, 신설회사의 지분 10%를 갖게 된다. 여기서 분할비율이 0,5이고 두 회사 주가가 같다고 가정해보자. 변경 및 재상장 후 최대주주는 신설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회사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이 주식스왑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20%로 올라가게 된다.

또 ‘자사주의 마법’ 등을 통해 자회사인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인적분할 후 자사주는 지주회사에 남아 그 비율만큼 지주회사 자사주와 자회사인 사업회사의 지분이 된다.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를 사업회사의 신주와 교환함으로써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상법(제342조)은 자사주 처분 시그 결정과 처분 방법을 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최근 야권 중심의 정치권은 ‘돈 한 푼 안들이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건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자사주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한 <상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업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투명하게 유도하기 위해선 ‘자사주의 마법’을 현재처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분할 절차는 어떻게 이뤄질까

이제 분할 절차를 살펴보자. 인적분할을 이사회가 의결하면 분할계획서에 따라 기존 회사의 자산과 부채, 자본을 사업 목적에 맞게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나누게 된다. 이때 존속회사인 지주회사는 주로 현금과 투자자산 등 비업무용자산을, 신설회사인 사업회사는 매출채권, 유형자산, 재고자산 등 영업자산을 가져간다. 그리고 신설회사의 분할비율이 정해진다. 이 분할비율이 신설회사 발행 주식수, 자사주 중 자산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어떤 법도 분할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세무법인 천일의 홍성대 세무사는 “합병 비율과 달리 분할비율에 대해선 상법, 세법, 자본시장법 같은 관련 법 어디에도 규정이 없다”며 “이는 분할회사 뜻대로 분할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특별심사팀 김진욱 부장은 “인적분할은 실질 자산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분할비율의 산정을 회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분할비율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주식 수 분할비율이 된다. 예를 들어 분할비율이 0.6이라면 기존 회사의 발행 주식 수가 1,000만 주일 경우, 존속회사는 400만주, 신설회사는 600만 주를 갖게 된다. 다시 말해 분할비율이 기존회사의 감자비율이 되는 셈이다. 또 분할비율은 자사주 자산 증가 효과의 승수가 되기도 한다. 이 분할비율만큼 자사주는 존속회사의 자본 차감(마이너스)계정에서 자산항목으로 바뀌게 된다.

분할 재무상태표(2016. 6.30.기준)

※ 분할 전 자본총계와 분할후 자본총계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자사주 중 약 120억 원이 존속회사의 자산으로 분 류되었기 때문이다. 존속회사의 자본총계가 신설회사의 자본총계보다 많은데도 불구하고 분할비율은 여전히 0.53이다.

분할기일 개시 재무제표(2017.3.1.기준)

 

실무상 분할비율은 순자산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기존회사의 순자산(자산-부채)에서 분할 부문의 순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로 결정되는 방식이다. 자사주가 있는 경우, 실무상 분할비율은 ‘분할 부문 순자산 장부가액/(기존 회사의 순자산 장부가액+자사주 장부가액)’이라는 공식을 따른다. 자사주는 지주회사가 될 존속회사가 전부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할계획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분할기일 기준 분할 후 개시재무제표가 만들어진다. 증권거래소는 이 개시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재상장할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기준가를 결정한다. 이때도 순자산비율이 기준이 된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신설회사 기준가=(분할전 기존회사의 최종 매매거래일 시가총액*순자산 분할비율)/신설회사 발행주식수(코스닥시장업무규정 제22조).
순자산분할비율=신설회사 순자산/기존회사 순자산

기존회사의 마지막 거래일 시가총액을 순자산비율을 기준으로 분할하고 이를 신설회사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분할 후 신설회사의 기준가격이 산정된다는 것이다. 존속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주식수를 분할하는 순자산비율과 기준가를 결정하는 순자산비율이 다소 달라진다.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분할비율은 분할결정 직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산정하고, 기준가는 약 6~8개월 뒤인 분할기일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는 까닭이다.
 

 
 

● AP시스템 사례로 본 인적분할
AP시스템은 OLED 제조장비 업체로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업체다. OLED 제조장비 중 ELA(Eximer Laser Annealing·레이저 결정화)가 주력 상품이다. 지난해 매출액 5,550억 원, 영업이익 323억 원, 순이익 275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분할 기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7,130억 원이었다.

총 발행주식수가 약 2,560만 주(액면가 500원)인 이 회사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8.98%로 아주 낮은 편이고 자사주는 9.8%다. 상환전환우선주 300만 주를 고려하면 최대주주 지분은 8%, 자사주는 8.8%가 된다. AP시스템은 지난 3월 1일 존속회사 APS홀딩스와 사업회사 AP시스템으로 인적분할하며 지주 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금부턴 분할 결정에서 변경 및 재상장에 이르기까지 주요 공시 별 분할 절차를 알아보고 변경 및 재상장 후 주가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자. AP시스템은 지난해 10월 14일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자회사 지분의 관리 및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부문과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장비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는 장비사업 부문으로 나누는 인적 분할이었다. AP시스템은 분할비율을 지난해 반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산정했다(표1 참조).

분할비율=신설회사 순자산의 장부가액/분할전 순자산의 장부가액=93,572,420,716/175,186,793,902=53.41294%

이 회사는 실무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분할비율과는 달리, 자사주를 산정 방식에서 제외했다. 분할 전 자사주는 약 250만 주, 장부가액으로 약225억 원이었다. 분할 전 순자산이 1,751억 원이었기 때문에 자사주 225억 원은 상당히 높은 비중이라 할 수 있다. 자사주를 포함시켰다면 분할 비율이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었단 얘기다. 신설회사에 배정되는 주식수도 바로 이 분할비율에 따라 결정됐다.

신설회사 주식수=총발행주식수*분할비율=25,609,961*53.4%=13,679,033
존속회사주식수=총발행주식수*(1-분할비율)=25,609,961*(1-53.4%)=11,930,928

그리고 분할 기일인 지난 3월 1일, 분할 개시 재무제표(표2 참조)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에 배분하고 변경 및 재상장 기준가를 산정했다. 이때 사용된 기준 역시 순자산비율이었다.
그런데 개시 재무제표에 특이한 점이 보인다. 8개월간(2016.7.1.~2017.2.28.)의 영업 및 투자 활동으로 기존 회사의 순자산은 약 308억 원 증가했다. 그런데 존속회사 순자산은 약 546억 원 증가한 반면, 신설회사의 순자산은 약 238억 원 감소했다. 이로 인해 분할 결정 당시 신설회사 순자산비율인 53.4%이 기준가를 결정할 때 33.8%로 대폭 줄어들었다.

급격한 순자산비율의 변화에 대해 회사측은 그 동안의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일으킨 무역금융(약 430억 원)과 다른 자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약 335억 원), 그리고 자사주 효과(약120억원)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설회사 기준가=(분할전 기존회사의 최종 매매거래일 시가총액*순자산 분할비율)/신설회사 발행주식수
(증권거래소는 분할 개시 재무제표 공시 전에 받은 재무제표상 순자산비율(30.7%)을 기준으로 평가가격을 산정한다. 계산 식은 생략한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거래소가 산정한 변경 및 재상장의 기준가는 얼마였을까. APS홀딩스 4만 1,450원(시가총액 약 4,945억 원), AP시스템 1만 6,050원(시가총액 약 2,195억 원)이었다. 이 기준가는 변경 및 재상장 하루 전에 공시됐다.
 

 

지금부턴 변경 및 재상장일인 4월 7일에 나타난 주가 흐름을 살펴보자. 장 개시 전 1시간 동안 단일호가로 결정되는 시초가가 극단적으로 움직였다. 존속회사 주가는 최대 하락폭인 -50%, 사업회사 주가는 최대 상승폭인 +100%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장이 시작되면서 지주회사 주가는 20% 추가 하락했고, 사업회사주가는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이튿날도 마찬가지 추세가 이어졌다. 시장이 존속회사 기업가치를 고평가로, 사업회사 기업가치를 저평가로 판단한 것이었다.

4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지주회사 약 1,748억 원, 사업회사 약 7,373억 원이었다. 변경 및 재상장 기준가와 비교해보면 지주회사는 64% 떨어졌고, 사업회사는 235% 상승한 셈이었다(표3 참조).
앞으로 APS홀딩스는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정(상장자회사 지분 20% 미만 보유)을 해소하기 위해 마지막 작업을 해야 한다. 공개 매수와 현물 출자를 통해 사업회사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는 사업회사 지분 8.98%를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회사 지분을 받게 된다. 4배 이상 벌어진 두 회사 시가총액 차이만큼 지주회사 지분율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 인적분할 이후의 주가 추이
그렇다면 인적분할을 하면 왜 이렇게 주가가 요동을 칠까. 첫째 주가는 순자산가치로 100% 결정되지 않는데, 인적 분할의 분할 기준은 순자산비율로 두 회사를 인위적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인적분할을 할 경우, 변경 및 재상장 때 두 회사의 주가 향방이 엇갈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실질 가치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한 회사가 저평가되어 주가가 오르면, 다른 회사는 고평가되어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분할비율이 회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자율은 결국 최대주주의 뜻대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최대한 올려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

셋째 분할비율과 기준가 산정의 시차로 인해 왜곡이 발생한다. 주주총회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분할결정에서 분할기일까지 약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건 불가피한 현실이다.
마지막으론 ‘자사주의 마법’을 꼽을 수 있다. 지주회사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통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상 자사주는 분할비율 만큼 존속회사의 자본항목(자기주식)에서 자산항목(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되기 때문에 자산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선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중 어느 쪽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까? 변경 및 재상장 초기에는 저평가된 사업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크라운제과의 경우, AP시스템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지주회사는 3일 연속 상한가를 친 반면, 사업회사는 4월 17일 현재 기준가보다 상승했지만 재상장 시초가보단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인적분할을 시도하는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 자사주 비중, 분할비율 등을 통해 저평가된 회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경영권 승계 이슈, 분할된 사업회사의 다른 자회사 평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홍덕기 포춘코리아 객원기자 beaba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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