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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영의 이코노믹 브리프] 금리 올리는 일본, 내리는 중국, 한국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은행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라고 발언한 지 약 13년 만의 일이다.

  • 기사입력 2024.03.19 16:38
  • 최종수정 2024.03.19 17:26
  • 기자명 윤두영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날 BOJ(일본중앙은행, Bank of Japan)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양적완화 해제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 집권 전 자민당 총재로서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 일본은행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라고 발언한 지 약 13년이 지났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뿐 아니라 장기 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2016년 9월 도입한 수익률 곡선관리(YCC)도 폐지한다고 한다. 디플레이션 국면을 벗어나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 2% 목표를 지속해서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중앙은행을 신뢰하고 맡긴다”며 중앙은행의 결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호전되는 경제 흐름을 반영해 3월 19일 일본 증시의 닛케이(Nikkei) 지수는 약 34년 전인 1989년 12월에 기록한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4만 대를 넘었다.

일본 경제가 잘 나가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기업 설비투자의 증가이다. 일본 장기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인 과잉설비 문제는 2015년 기점으로 해소됐고, 일본 기업은 새롭게 국내 투자를 늘려갔다. 1980년대 후반에 누적된 과잉설비로 인해 기업들은 일본 내 신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최근까지 성장률 저하와 고용 감소,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 역할을 했다.

일본 설비투자 내용을 보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 높은 국내 투자 비중이다. 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1~2020년 국내 설비투자가 연평균 2.5% 증가해 왔지만, 일본은 이보다 높은 3.9% 증가했다. 지난해 9월 4일 닛세이기초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2023년 명목 설비투자는 2022년보다 5% 가까이 증가한 약 101조 엔으로 추정된다. 명목 설비투자 규모가 100조 엔을 넘기는 것은 1991년 이후 32년 만이다.

민간 소비 증가세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은 일본 내 근로자 임금이 향후 10년간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낮은 임금 수준 때문이다. 일본 내 최저 임금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2023년 말 기준, 주요국의 최저임금을 엔화로 환산해 보면 일본의 최저임금(1004엔)은 한국(1080엔)보다 낮다. 프랑스(1786엔)와 영국(1876엔), 독일(1924엔) 등은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현재보다 50% 높은 1500엔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투자와 소비가 늘면 돈이 돌고 경제는 성장한다.

흐름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BOJ가 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 변화가 주는 적 효과의 명암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리면 자금 유입이 늘면서 일본 엔화의 수요 증가로 엔화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향후 예상되는 미국 금리의 하락은 미 달러화 채권의 수익률 하락과 더불어 미 달러화의 약세가 시현된다면 엔화의 강세는 더욱 가파를 수 있다. 엔화 강세는 수출에는 불리한 영향을 주지만 수입 물가의 하락으로 민간 소비 증가에는 유리하다. 물론, 그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는 엔화 강세를 늦추는 효과로 작용한다.

중국은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 흐름은 민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The People’s Bank of China)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Loan of Prime Rate)를 대폭 인하한다고 지난 2월20일 밝혔다. 5년물 LPR을 연 4.20%에서 3.95%로 0.25%P 내리고, 1년물 LPR은 연 3.45%로 동결했다. LPR 인하는 지난해 8월 1년물 LPR을 연 3.55%에서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 이후 6개월 만이다.

LPR은 18개 중국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 평균치를 뜻하는데, 인민은행이 통화정책과 각종 창구 지도를 통해 LPR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기준금리로 통한다.

문제는 위축된 가계 소비이다. 엥겔지수만 높아지고 내구재 소비는 늘어날 기미가 없다.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37.0%로 전 세계 평균 54.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2000년 46.7%에서 2022년 37.0%까지 낮아졌으며 이는 미국 68.2%, 한국 51.3%, 일본 55.5% 등에 비해 크게 저조(World Bank 추정) 중국의 내수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가장 큰 표면상 이유 부동산 경기 침체이다.

하지만, 더욱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바로, 높아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그리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률도 크게 늘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낮게 잡아도 15%에 육박한다. 그러나, 비공식적 통계는 이미 2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정부의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자, 시장과 학계를 중심으로 중국판 ‘양적완화’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한국의 중앙은행(BOK)은 조용하기만 하다. 2023년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5%로 추정되며, 유가 상승과 국제 원자재값 급등을 고려하면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 기준금리는 높은 미국 금리를 감안해 경기 침체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이후 3.5%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더욱 낮아져 1월에는 2.8%를, 근원물가도 낮아져 2.5%를 각각 기록했다. 2023년 경제 성장률은 전년 2.6%에서 1.3%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내수와 설비 투자의 부진 때문이다. 수출과 수입도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높은 금리 부담의 지속은 가계소비와 기업투자를 계속 억누른다. 정부부채를 제외한 한국의 가계와 기업부채 규모는 약 5000조 원에 달한다. 조달 금리가 3~5%P 올랐다고 가정하면 추가 이자 부담만 147~250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말 기준 국가 총 국내총생산(명목) 규모인 2161.8조 원의 약 6.8~11.6% 수준이다. 물론, 이자 부담이 없는 외상 매입 대금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낮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 조달 금리 상승 폭이 5%P를 넘는 경우가 많아 결코, 높게 평가된 수치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편, 가계의 대출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는 부동산 관련 대출에 주로 기인한다. 부동산구입 및 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가구 비중이 2012년 55%에서 지속해서 확대되어 2022년 67%까지 높아졌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은 건 별 규모가 커서 타 용도 대출에 비해 대출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특히, 40대 중반 이하 가구 금융부채가 빠르게 늘어났던 것도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와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다. 이 연령대의 가구는 다른 연령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소유율이 낮아 부동산가격 상승과 함께 주택구입, 전세자금 마련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주택 수급에 대한 실효적 정책 대안 없이 금리만 올려서 주택 가격의 안정을 꾀하기는 힘들다. 공급이 줄어든 상태로 수년이 지나서 발생한 수급 불균형은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다. 집값이 일정 기간 후 큰 폭으로 오르는 계단식 가격 변동 패턴을 반복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9월 말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비율을 (GDP 대비) 100% 이하로 낮추는 것을 정책 1순위로 두겠다”라고 했다. 한국은행만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경제 환경은 변하는데 끈질기게 금리를 3.5%에서 동결시키는 한국은행은 숨겨둔 묘수(妙手)가 있는지 궁금하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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