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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불모지’ 개척하는 게임사들…“후발주자라도 괜찮아”

게임 소비자들의 세대교체, 모바일 게임시장 경쟁 과열 등으로 게임업체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 기사입력 2024.03.15 16:52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사진=셔터스톡]

[WHY? 콘솔 게임 개발 난도가 과거 대비 낮아진 데다 추가 수익모델이 존재해 매력적인 시장이다.]

모바일에 집중된 국내 게임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콘솔 게임'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 국내 게임사들이 후발 주자인 만큼 우려도 크나, 결국에는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지난해 국내 주요 게임사는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중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대형 게임사 중에서는) 넥슨, (중견 게임사 중에서는) 네오위즈뿐이었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3조 9323억원, 영업이익 1조 2516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네오위즈의 지난해 매출은 3656억원, 영업이익은 317억원이었다. 직전년 대비 각각 24%, 62% 증가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바일 게임에서 나아가 콘솔 게임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넥슨의 새 서브 브랜드인 넥슨 민트로켓의 PC·콘솔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난해 정식 출시 하루 만에 스팀 유료 게임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누적 판매량은 300만 장을 넘겼다. 또 네오위즈가 지난해 출시한 PC·콘솔 게임 'P의 거짓'은 서비스 한 달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미국 게임 평론가 시상식 'NAVGTR 어워드'에서 유일한 한국 게임 수상작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시뮬레이션 게임 부문에서 수상했고, P의 게임은 아트 디렉션, 게임, 오리지널 드라마틱 스코어, 사운드 이펙트 부문 등 총 4관왕에 올랐다.

그간 국내 게임 시장은 '콘솔 불모지'라 불릴 정도로 콘솔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의 '2023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콘솔이 국내 게임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로, 모바일게임(58.8%)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콘솔 시장 잠재력이 약해 보이자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은 당장 돈이 되는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편식 사업'을 이어간 것.

하지만 넥슨과 네오위즈의 파격 전략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들면서 콘솔 게임이 새 먹거리로 부상하게 됐다. 넥슨은 자회사인 네오플에서 제작 중인 '퍼스트 버서거:카잔'으로 콘솔 흥행 2연타를 노리고 있다. 네오위즈는 라인게임즈 출신 진승호 디렉터를 영입해 PC·콘솔 중심의 신규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 엔데믹에도 훈풍 부는 콘솔 시장

엔데믹 시대로 접어든 지금, 모바일 게임 대비 편리성·접근성이 낮은 콘솔 게임이 오히려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 소비자들의 세대교체, 모바일 게임 시장 경쟁 과열 등이 일어나면서 게임 플랫폼 산업이 재편되기 시작한 것.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부 교수는 "모바일 시장은 보통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과금 모델로 수익을 창출했다"며 "그런데 현재 게임 소비자들 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현재 20~30대 게임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과금 모델인 '페이 투 윈(P2W)'을 기피하고, 배틀 그라운드나 리그오브레전드(LoL)와 같이 공정한 규칙 하에 승부를 짓는 장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모바일 게임 장르의 쇠퇴가 일어나는 가운데 게임사들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PC나 콘솔 쪽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또 콘솔 게임 이용자 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모바일·PC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 강도가 낮은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PC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을 새로운 활로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며 "물론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에 비해 경험치가 높지 않으니,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모바일 게임에 특화돼 있는 만큼, '이제는 콘솔 게임이 신선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내 콘솔 보급률이 높아졌고, 몇몇 콘솔 게임들이 해외 시장에서 흥행하면서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도도 높아지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듯 하다"고 전했다.

콘솔 게임 시장은 콘솔 보급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팬데믹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콘솔 게임 시장에 발을 들이던 2021년, 콘솔 게임 시장 규모가 오히려 역성장한 것도 낮은 콘솔 보급률 때문이다. 한콘진에 따르면, 2021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직전년 대비 3.7% 감소한 약 1조 5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말 차세대 콘솔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시리즈 X/S 버전'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가 출시되면서 콘솔 게임이 주목받을 수 있는 판이 열렸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5는 2024년 3월 현재 누적 판매량이 5000만 대를 넘어서고 있다. 늘어난 콘솔 보급률에 2022년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규모도 동반 성장했다. 직전년 대비 6.4% 증가한 1조 1196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직전년 대비 0.6% 증가한 1840억 달러로, 그중 콘솔(532억 달러)은 전체 시장의 약 29%를 차지한다. 전년 대비 1.9% 성장한 수치이다.

◆ 후발주자라도 괜찮아

성숙기에 들어선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에 국내 게임사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너무 늦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에 집중하던 모바일 게임 사업과 달리 개발 과정, 비즈니스 모델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며, 추가 수익모델도 존재해 걱정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은 서로 메모리 사이즈나 하드웨어 특성이 달라 호환하기 어렵다. 따라서 콘솔 게임 시장에 진입하려면 이 특성에 맞게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콘솔 하드웨어 제작사나 자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유통하는) '퍼스트 파티' 개발사들은 콘솔 게임에 특화된 자체 엔진을 이미 가지고 있는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이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과거에는 다이렉트엑스(DirectX)나 오픈지엘(OpenGL) 등 로우 레벨 API를 통해 소위 '날 것'부터 개발을 해야 해 어려움이 컸다면, 현재는 유니티, 언리얼 엔진 등 '멀티 플랫폼 엔진'이 갖춰져 있어 게임을 비교적 빨리 개발할 수 있다. 이렇게 게임을 제작한 후 (현재 콘솔 시장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엑스박스에 공급하는 구조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들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퍼스트 파티 대비) 기술력이 부족해도,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재미, 특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고 말했다.

또 콘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 운영 기간 동안 아이템 등을 판매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바일·PC 게임과 달리 콘솔 게임은 패키지를 한 번 판매하면 이후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에 집중했던 모바일·PC 게임 대비) 투자수익률(ROI)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콘솔 게임도 '확장 콘텐츠(DLC)' 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DLC는 콘솔 게임 발매 이후 다운로드를 통해 추가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게임사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게이머는 게임을 보다 오래 즐길 수 있어 여러모로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콘솔 게임은 (마케팅 등 출시 전 물밑 작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출시하자마자 몇 천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한 방이 큰 사업'이다. 이후 DLC를 발매할 때 또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다"며 "최근에는 DLC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게임사들이 DLC의 값을 세게 부르는 모습이다. 9~10만원짜리 패키지를 대거 팔아들인 후, 5~8만원짜리 DLC를 몇 번 더 판매할 수 있어 여러모로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콘솔 게임의 경우, 모바일·PC 게임처럼 서버를 지속적으로 운영·관리하거나,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성은 비교적 적다. 따라서 한 번 게임을 잘 발매해놓으면 (관리 비용은 절감하고) DLC 등을 통해 수익을 계속 쌓아나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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