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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영의 이코노믹 브리프] 장기 지속될 中 ‘디플레이션’ 수출 대비해야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보다는 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 기사입력 2024.03.14 15:43
  • 최종수정 2024.03.14 17:30
  • 기자명 윤두영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발생한 과잉 설비와 재고 누적 때문에 중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전 세계에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세계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 상품의 가격은 글로벌 상대 기업들이 함께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중국의 과잉설비 문제는 최근 일이 아니다. 이미 2010부터 서서히 시작된, 오래된 문제이다. 2013년 7월 한국은행 북경사무소가 작성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과잉설비는 통상 시장수요의 불확실성 및 공급의 비탄력성 등에 주로 기인하나 중국은 이외에 구조적ㆍ순환적 요인에 의해 과잉설비 현상이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1) 투자ㆍ수출 주도형 성장 경제 구조 2) 지방정부의 GDP 성장 중심 발전 전략 3) 국영기업의 비효율적 의사결정 4) 낮은 수준의 생산요소 및 에너지 가격 등을 언급했다.

순환적 요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4조 위안 규모)으로 국영은행의 대출과 국영기업의 투자가 대폭 확대되었으나 대내외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과잉설비가 누적됐다.”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경제의 과잉설비 문제는 향후 상당 기간 실물 및 금융 부문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상황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에는 더욱 악화하는 모습이다.

당시 중국 정부도 설비 과잉으로 인한 제품의 과잉 공급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내수가 확장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심해지고, 과도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예상치 못한 팬데믹 상황의 전개로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과잉 설비와 과잉 생산으로 제조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파산 위험이 커지자 결국, 중국 기업들은 저가 공세로 밀어내기식 수출에 나서고 있다. 현 중국 내 소비 상황을 보면 이런 추세는 매우 긴 시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의 가계 소비는 엥겔지수만 높아지고 성장을 뒷받침하는 내구재 소비는 늘어날 기미가 없다.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37.0%로 전 세계 평균 54.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세계은행 통계 기준 2000년 46.7%에서 2022년 37.0%까지 낮아졌으며 이는 미국 68.2%, 일본 55.5% 등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 한국의 개인소비 비중은 50%대 초반으로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편, 미래 중국 민간 소비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것은 높은 실업률이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크게 늘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낮게 잡아도 15%에 육박한다. 비공식적 통계는 이미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20년 전 세계 태양광 설비 가격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으로 급락한 바 있다. 중국 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는 가운데도 설비를 계속 증설한 탓에 제품 가격이 10~20%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해부터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가격을 50%나 내린 중국산 패널이 세계 시장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태양광 설비 제조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올해 3월 12일에는 중국 화학들 저가 공세에 국내 1위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할 때 두루 쓰이는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이달 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자체 생산보다 중국에서 사오는 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 알리바바(Alibaba)나 테뮤(Temu)와 같은 자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낮은 가격의 중국산 제품과 상품의 국내 유통시장 잠식이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미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알리바바는 홍콩 법인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를 통해 중국 상품의 국내 유통 시장 공세를 본격화했다.

해외 시장 접근성이 좋은 한국 시장을 이용한 제품의 해외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일본과 미국으로 향하는 제품은 한국을 거점으로 판매하는 것이 유리할 경우가 많다. 알리바바그룹은 중단기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물류센터 건립 등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난 2월 7일 알리익스프레스는 ‘케이베뉴(K-venue)’입점 판매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케이베뉴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 2023년 10월 문을 연 한국산 상품 판매 채널이다. 현재 LG생활건강·애경·한국P&G 등의 업체가 입점해 있다. 호객을 위해 입점하는 국내 판매자 모두에게 입점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당분간 면제하겠다고 한다.

더 나아가, 매년 11월 11일 열리는 ‘광군제’와 함께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할인 행사인 3월 ‘애니버서리 세일’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으로선 혹할 만한 조건들이다. 하지만, 내수가 크게 위축된 중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 제품들이 많이 팔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편, 세계은행(World Bank)이 해결 기미가 없는 중국 부동산 위기를 고려해 2024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보다도 낮은 4.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23년 5.2%에 비해 0.7%P 낮은 수치이다. IMF 전망치는 더욱 어둡다. IMF는 이날 공개한 중국 관련 연례보고서에서 2024년 경제성장률이 4.6%로 둔화할 것이며,  2028년까지는 약 3.5%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보고서에서 2023년 5%대 성장은 일시적이라고 판단한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적어도 ‘5% 내외’ 경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 자체에서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는데 우리가 믿을 이유는 없다. 중국 내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장기화한다면 일자리를 찾고자 해외로 떠나는 중국 근로자들 수도 늘 수 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은 세계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에 보다는 생산, 유통, 그리고 고용 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과거 중국 기업들의 일반적 상술을 보면, 상거래 초반에는 매우 많은 혜택을 주는 듯하다가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면 태도가 돌변해, 초과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입점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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