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취재수첩] 집 안짓는 건설사?…3기 신도시 공급 약속 ‘공염불’ 될라

최근 공사비 갈등이 주택 공급의 걸림돌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대규모 주택공급이라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 기사입력 2024.03.13 17:41
  • 기자명 김동현 기자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조합 간 의견을 맞췄더니 이제 집을 짓겠다는 건설사가 없네요."

시공사 선정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서울시 한 재개발구역 조합원의 한숨섞인 말이다. 

당초 이 구역은 재개발사업 추진 당시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역으로 '대장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스레 건설사들의 높은 관심도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첫 시공사선정 당시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이후 이어진 재선정절차를 통해 지난달 겨우 한 곳의 건설사가 입찰하며 체면치레를 하는데 그쳤다.

강남권 알짜입지로 불리는 잠실우성4차아파트도 시공사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돼 조합이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려 다시 공고를 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를 누리던 시기인 2018~2020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시공사들은 서울시내 정비사업지라면 앞다퉈 입찰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선물 등을 제공하거나, 시공사 투표를 독려하는 등의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치며 과열양상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시멘트 등 원자재가격 인상과 더불어 인건비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공사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수주전략을 세우고 있어서다. 아예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지 않겠다는 회사도 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정비사업의 주도권을 조합이 쥐었다면, 이제는 건설사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있다.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사비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건설사는 원자재가 급격하게 올랐으니 조합에 공사비를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고, 조합은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일정부분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이 충돌하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사업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공사비 문제로 인해 지난 2022년 공사를 중단했다. 급격히 오른 원가를 반영해 조합측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최근에는 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조합과의 공사비 갈등으로 1월1일부로 공사장을 멈춰세우기도 했다. 이 밖에도 조합과 건설사 간의 공사비 갈등은 부지기수다.

과거 건설사 입장에게 주택사업, 특히 정비사업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다. 오히려 오른 공사비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지고 조합과의 갈등과 법적다툼 등으로 인한 시간낭비, 기업 이미지 실추 등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는 시장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집 안 짓는 집 만드는 회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고 건설사들이 집짓기를 주저한다면 향후 2~3년 후에는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의 이러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담당부처에서는 대대적인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의지와는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 인허가는 29만 1062가구에 그쳐 전년 45만 7433가구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정부는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정작 공사비 갈등 등의 요인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수치상으로 드러난 셈이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축소 등을 통해 공급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하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만 나온다.

과거에는 조합설립,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등이 정비사업의 걸림돌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사비 분쟁이 사업을 방해하는 요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모습이다. 공사비 갈등 문제 해결 대신 3기 신도시 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전혀 다른 처방만 내놓고 있다. 정작 정부가 발주한 사업장에서도 민간업체와의 갈등이 이어지는 데도 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대보건설이 시공하는 세종시 공동캠퍼스의 경우 지난해 10월 공사비 갈등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이후 이달 다시 공사비를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공사가 중단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현장은 당초 750억원의 공사비가 책정됐으나, 시공사인 대보건설은 급격한 원가인상을 이유로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LH는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며 공사를 진행하라는 입장이다.

민간 발주가 아닌 공공분야 발주, 비교적 소규모 사업장에서조차 공사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대규모 공공발주인 3기 신도시 공사입찰에 민간기업이 참여할리 만무하다. LH 자체적으로 시공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면 3기 신도시 공급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은 당연하다.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다 할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방안 없이 당초 계획한 주택공급 확대에만 집중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야 하고, 공사비와 관련된 분쟁을 최소화 할 가이드라인과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게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공급대책은 '공급없는 공급정책'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