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7일 플랫폼 산업 정책과 관련해 "최근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가 국민 경제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플랫폼 기업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행위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 추진 의지를 주요 경제인들 앞에서 내비쳤다.
한 위원장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주최한 특별 강연 자리에서 "공정위는 그동안 특정 플랫폼 사업의 독과점 을 막아왔지만 시장의 변화속도가 빨라서 제재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했다"며 "플랫폼의 독점화 피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관련 규제 입법을 통해 엄중하게 제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구체적인 사례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경쟁 음원 배급사의 콘텐츠 공급을 방해해 시장을 일방적으로 잠식하거나 유튜브 '뒷광고' 등 플랫폼의 부적절한 광고 표시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는 4월 총선으로 인해 사실상 국회의 개점휴업 상황에서 플랫폼법 입법 추진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대기업 집단 규제에 대해서는 "시장상황 등에 비춰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규제는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진화하는 부당내부거래 행위와 편법적 규제회피 행태에 대해서는 제도 인프라를 개선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한 위원장의 강연은 AMCHAM의 초청 하에 지난달 공정위가 발표한 '2024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을 비롯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권오형 퀄컴 본사 수석 부사장 겸 아태 지역 총괄 사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국내외 경제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AMCHAM의 주요 회원사이자 국내 플랫폼법의 적용 대상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이번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제임스 김 AMCHAM 회장은 "한국이 아·태지역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잠재력 발현을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 모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