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춘코리아 전유원 기자 yuwonchun@fortunekorea.co.kr
구글의 인공지능 도구 제미니(Gemini)가 인종 역사를 재해석한 사건이 결국 회사 고위급까지 번지며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CEO 직접 개입을 요구하게 됐다.
미디어인 세마포(Semafor)와 더 버지(The Verge)를 통해 유출된 사내 서한에서, 최고 경영자는 이용자들과 회사의 사명을 배반하는 행위로 사용자의 신뢰에 큰 상처를 입혔으며, 소수민족과 유색인종에게 치우친 부당한 행동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서비스가 사용자들을 실망시키고 편향을 드러낸 부분, 분명하게 말해 이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우리의 실수다"라고 그는 밝혔다.
이달 초, 흑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과 다양한 인종의 제2차 세계대전 병사들이 히틀러(Adolf Hitler)의 나치 군대에 합류해 싸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확산되며 논란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백인만을 특정하여 생성하려 한 시도는 제미니(Gemini)에 의해 거부당했다.
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엑스(Space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이번 사건이 인공지능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드러내며, "위대한 교체(Great Replacement)"라는 음모론에서 백인들이 차별 받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몇몇 인공지능 엔지니어가 탄생시킨 제품에 막대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내포하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세계인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방대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의 경우 이러한 위험성은 더 크다.
"구글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제미니는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뿐만 아니라 현대 기업의 역사에서도 가장 형편없는 제품 출시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고 그는 수요일에 언급했다.
구글은 서한의 진위를 확인했지만, 추가적인 논평은 거절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미 정체성 정치가 기업의 이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논쟁이 가열되어 있다. 클로딘 게이(Claudine Gay)와 앨리사 하이너샤이드(Alissa Heinerscheid)는 다양성 채용이 실패로 이어진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고 있다.
기술적인 판도라 상자로 비유되는 인공지능은 여러 인간의 편견과 가중치를 통한 학습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와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 사이의 논쟁이 이제 뉴스 미디어에서 인공지능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금광을 발견한 듯 구글 같은 기업이 그들의 인공지능 도구를 시장에 빠르게 배포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칩 주식 회사인 엔비디아(Nvidia)는 지난해 11월 말 챗지피티(ChatGPT)가 출시된 이후 나스닥(Nasdaq) 대비 10배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주에는 단 하루 만에 코카콜라(Coca-Cola) 수준의 시가총액 상승을 기록했다.
딥마인드(DeepMind) 인수 이후 선두를 달려 온 구글도 최근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선보인 텍스트에서 비디오로 변환하는 인공지능 도구 소라(Sora)의 놀라운 성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제미니의 그 반복판이 출시된 2월 15일의 이슈에 뒤처져 보인다.
제미니를 통해 생성된 흑인 '건국의 아버지들'의 이미지의 중심에는 제품 담당자 잭 크라우쳑(Jack Krawczyk)이 서 있다. 그는 이미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은 견해를 표출한 이력이 있는 인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사람이 구글 인공지능이 인종 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경향을 보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라고 머스크는 크라우쳑이 자신의 X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기 하루 전에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많은 당파적 미디어와 일간 신문이 겪고 있는 것처럼 당파성에 물든 이미지를 회피하기를 원하는 플랫폼 제공 업체인 구글에게 있어서 이는 큰 도전이다.
"전 세계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널리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유용하게 만드는 우리의 사명은 매우 소중하다. 우리는 항상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확하고 편견 없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바로 그것이 사람들이 구글을 신뢰하는 이유이다."라고 피차이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