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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수교①) 65년 만의 신시장…“장밋빛 일색은 아냐”

  • 기사입력 2024.02.29 06:00
  • 최종수정 2024.02.29 08:51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사진=셔터스톡]

[WHY? 미국 경제 제재 장기화 및 팬데믹 영향으로 쿠바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쿠바와 65년 만에 수교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쿠바의 문이 열렸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우리나라와 쿠바의 주UN 대표부는 미국 뉴욕에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로써 쿠바는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쿠바는 관광 등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제조업은 17% 수준으로,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코트라가 발표한 '2023 쿠바 진출 전략'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쿠바의 주요 수입 품목 1, 2위는 '식품'과 '기계 및 장비'로, 각각 비중 35.3%, 34.7%를 차지했다.

이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쿠바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쿠바는 미국의 금수조치로 기본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생활용품·전자제품·기계설비 등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공식 경제협정 등을 체결해 우리 기업의 제약을 해소하고, 공관을 개설해 기업 진출 과정에 있어 면밀한 현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쿠바라는 신시장을 개척하게 됐으나, 지금은 가시적인 성과를 낼 만한 적기가 아니다. 구매력이 매우 떨어져서다. 기업 진출은 고사하고 공적 원조 및 개발 지원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 우리 기업 끼어들 틈 없어

현재 쿠바의 경제 상황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미국의 대(對)쿠바 경제 제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팬데믹으로 관광객들의 방문이 뚝 끊기면서 외환보유고가 사실상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쿠바에 위치한 미국 기업들과 미국인들의 자산을 쿠바 정부가 모두 국유화해버린 '실리적 측면'과 공산주의 체제인 쿠바를 자본주의화하려는 '명분적 측면'에서 고강도 경제 봉쇄를 이어왔다. 미국은 1992년 '쿠바 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법(헬름스버튼법)'을 발효하고 쿠바에 대한 해외 자본 유입을 막는 등 각종 법적·경제적 제재를 가하며 쿠바의 경제적 위기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키는 모습이다. 

그나마 오바마 대통령 시절 완화된 제재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강화하면서 미국과 쿠바 간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또 후보자 시절 "대(對)쿠바 경제 제재는 대(對)중남미 관계에 비효율적이다"며 "과거 오바마 행정부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인 지금도 "(제재 조치가) 사실상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트라는 '2023 쿠바 진출전략'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바이든 정부 1기 하반기에 쿠바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만약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바이든 정부 임기 후반에나 (제재 완화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골든 타임'이 그냥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연달아 승리하면서 대선에서 바이든과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 제재 수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

이 가운데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쿠바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쿠바는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산업이 GDP의 70%를 차지해, 팬데믹의 타격이 컸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9년 428만 명이었던 쿠바 관광객 수는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 109만 명으로 줄었다. 관광 매출액도 2019년 약 26억원에서 2020년 약 11억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여행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쿠바에 다녀온 외국인들을 모두 파악해 에스타(ESTA·미국이 도입한 전자여행허가제)를 취소시켜 버린다. 쿠바에서 돈 쓰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21년 1월 12일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후 쿠바를 방문한 사람은 ESTA 발급이 불가능하고, 이미 ESTA를 소지한 경우에도 미국 입국을 거절당할 수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금 쿠바는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쿠바의 외환 보유고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그간 쿠바에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도 이미 거의 다 철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나라 떠나는 '신성장 동력원'

현재 쿠바의 명목GDP(현재 시장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는 2021년을 기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약 1070억 달러에서 이듬해 약 220억 달러로 대폭 줄었다.

코너에 몰린 쿠바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리는 모습이다. 첫 번째는 '전력 배급제'다. 쿠바의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는 주 원인 중 하나는 고질적인 전력난이다. 2022년 기준 쿠바의 발전소는 총 13개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중 8개가 노후화가 심해 폐쇄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2022년 8월 화재로 인해 마탄사스 대용량 원유저장창고의 탱크가 벼락을 맞고 폭발하면서 탱크 8개 중 4개가 전소된 바 있다. 전력난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막타'를 치게 된 것.

2022년 9월 기준 쿠바 내 전력 필요량의 약 30%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쿠바 정부는 전역에서 전력 배급제를 시행해 수도인 아바나까지도 전력 공급을 제한했다. 정부는 3일에 한 번씩 4시간만 정전되는 것으로 발표했으나, 사실상 수시로 정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현금 사용 제한 조치'다. 국가 내에서 현금이 부족해지자, 쿠바 중앙은행은 지난해 8월 기업의 ATM 사용을 금지하고, 기업 간 현금 거래를 5000페소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를 놓고 파벨 비달 알레한드로(Pavel Vidal Alejandro)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학교 교수는 "쿠바 정부는 신규 지폐를 찍어낼 종이와 잉크마저 구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임수진 대구카톨릭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는 "한 달에 100불도 못 버는 등 월급이 워낙 적기 때문에 쿠바 국민들의 구매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당에서도 배급을 예전처럼 충분히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수교도 쿠바가 북한과의 의리를 더 지킬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극심한 경제난에 쿠바의 '신성장 동력원'인 청년층, 지식인층이 최근 급속도로 빠져나가 그나마 있던 경제성장 잠재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1년간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밀입국하려다 붙잡힌 쿠바 인구수는 총 22만 4607명으로, 전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에 집계된 수(3만 8674명) 대비 471% 증가했다.

쿠바의 전체 인구수는 1100만 명 수준이다. 이번 '탈출 러시'를 통해 사실상 인구의 2%가 이탈한 것. 코트라는 "1958년 쿠바혁명 이후로 미국으로의 탈출은 꾸준히 있어왔으나, 이번 탈출 물결은 규모와 성격면에서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며 "쿠바 경제에 장기간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자금 경색으로 인해 대금 미납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을 주춤하게 하는 원인이다. 현재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쿠바에 지니고 있는 채권만 5000만 유로로 알려졌다. 현재 지불 유예 및 이자 협상만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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