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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영의 이코노믹 브리프] 일본 닮아가는 중국 경제… 중국판 '아베노믹스' 가능한가?

최근 중국 경제의 모습은 일본이 과거 디플레이션 국면에 돌입하기 전과 무척 비슷해 보인다.

  • 기사입력 2024.02.26 18:29
  • 최종수정 2024.02.27 08:52
  • 기자명 윤두영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중국 경제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 발자취를 따라가려 한다. 뭔 소리인가 하겠지만 최근 중국 경제의 모습은 일본이 과거 디플레이션 국면에 돌입하기 전과 무척 비슷해 보인다.

일본 경제는 1970~80년대 5%대를 넘나드는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파국을 맞았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1991년 가을부터 시작해 2005년까지 한 해도 쉼 없이 약 15년간 계속되었다. 장기간 지속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국내 건설투자와 민간 소비를 크게 위축시켰다. 또한, 대규모 금융부실을 초래하면서 자금시장을 경색시켜 경기 침체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2009년 11월 일본 정부는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다고 선언했다.

한편, 당시 일본 경제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권 부실 외에도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바로 1980년대 후반에 누적된 과잉설비와 설비의 부실화 문제였다. 과잉설비로 인해 기업들의 일본 내 신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없었다. 이 문제는 2015년부터 개선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0년이 지난 최근까지 성장률 저하와 고용 감소,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 역할을 했다. 일본 경제는 1990년 초 내수라는 성장 엔진은 꺼졌지만, 수출이 탄탄한 흐름을 보이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간신히 성장을 이어갔다.

현재 중국이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의 모습은 1990년 중반 일본 경제의 상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 내에서도 시간은 중국 편이 아니라며 더욱 과감하고도 신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중앙은행을 동원한 양적완화 정책의 실시이다.

이들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실이 커지고 내수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 재정정책에만 의존해 해결하려는 정부의 능력은 머지않아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본다. 양적완화는 출구전략이 가혹한 극약처방이지만 효과는 빠르다. 부진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며 검증된 정책 수단이기는 하다.

일본판 양적완화 정책은 ‘아베노믹스’이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공식 선언한 2009년 11월 이후 본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에 돌입했다. 2010년 ‘포괄적 금융완화 정책’에 이어, 2012년 ‘아베노믹스’가 발표되면서 정책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본격 시행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이미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올해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 2022년 10월 이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2로 집계돼 경기 수축 국면이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지속됐다. 한편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한 소비자물가지수(CPI) 감소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지난 2009년 9월 이후 14년 만에 최대폭이었다.

팬데믹 이후 중국의 내수 경기 침체는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금리를 내려도 소비는 늘지 않는다. 중국 정부도 최선을 다해 내수 경기를 살려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되어 온 결과여서 엉켜진 실타래를 풀어나갈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문제다. 이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내수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

2008년 이후 계속 지적되고 있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의 핵심도 부동산 부실이다. 현재, 상당수 지방 정부는 부채 상환에 점점 더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무 불이행이 대규모로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중국이 감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 2000년대 초 이후 잠잠하던 중국 은행들 부실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부실 자산 규모가 커지면, 은행은 대출을 꺼릴 뿐만 아니라 이미 실행된 대출마저 회수할 수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은 경제 전반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준다. 그 때문에 부동산과 상관없는 수많은 건실한 제조∙유통 기업들조차 파산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사실 양적완화는 중국 정부에 완전히 생소한 정책 수단은 아니다. 과거 중국 정부는 미국과 방법은 다르지만, 중앙은행을 동원해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한 경험이 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전체 자산의 26%가 넘는 부실로 파산 직전에 높인 중국의 4대 은행을 양적완화와 유사한 방식의 금융 지원을 통해 살려낸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이 원하는 것은 겉과 속이 같은 미국식 양적완화 정책이다. 출구 전략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선 정책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중국 경제 침체가 길어지면 위안화 절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위안화 움직임은 우리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어려움을 견디어 내려면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실제 경상수지나 GDP 성장률과 같은 명확한 수치로 나타나야 한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실물 경제의 성장을 이어간다면 위기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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