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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 ‘블랙박스’를 열다 [고영경의 아세안 이노베이터]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

  • 기사입력 2024.02.13 12:0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해양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재활용이 아니다. 전체 배출량의 60~80%가 하천에서 비롯되는 것이 현실. 이 점에 착안한 원 대표는 이제 ‘배출량 2위’ 인도네시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교수 

[사진=포어시스]
[사진=포어시스]

2018년 인도네시아 서부 해변에 향유고래 사체가 떠밀려왔다. 전에 없던 일은 아니지만, 뱃속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경악했다. 115개의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 샌들 등이 얽히고설켜 6㎏ 무게의 플라스틱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모두 인간이 버린 쓰레기였다. 그해 태국 남부 해안에서 발견된 들쇠고래 사체의 위장에서는 8㎏ 무게의 비닐봉지 덩어리가 발견됐다. 

해외 토픽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한국 연안에서 죽은 바다거북 10마리 중 8마리꼴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땅 위에서 발생한 쓰레기와 달리, 바다로 떠내려간 쓰레기는 수거하기도, 처리하기도 어려웠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문제는 동남아에서 특히 심각했다. 관련한 공인 통계는 없다시피 하다. 제나 잼백 미국 조지아대 교수 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추정치(2010년 기준)가 유일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129만t), 필리핀(75만t), 베트남(73만t), 스리랑카(64만t)가 중국에 이어 2~5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도전, 인도네시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토목공학 박사(응용역학 전공)인 원종화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스마트 해양 솔루션기업 ‘포어시스(Foresys)’다. 

포어시스는 해양 쓰레기를 소재로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 부유 폐기물을 수거 및 관리하고 ▲폐기물을 재활용 소재로 쓸 수 있도록 염분과 각종 유기물을 제거하는 일(전처리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재활용에만 한정된 타 기업과 달리, 해양 쓰레기 재활용 밸류체인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26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원 대표는 “내년 중반께 시리즈A 라운드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인도네시아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에 참여할 예정이다. 원 대표는 “호주 서호주대 해양기초연구센터(COFS)와 인도네시아 국립연구혁신센터(연구혁신청) 등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남부로 배출되는 쓰레기들을 분석하고 어떻게 관리할지 전략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본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하천 부유 쓰레기 관리시설을 (해외로) 확장해 가는 사업을 펼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대 난관, 바닷물

[사진=포어시스]
[사진=포어시스]

해양 쓰레기의 60~80%가량이 하천을 통해 유입되고 있었다. 하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게 급선무였다.

 

해양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 난도는 육상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해양 쓰레기는 염분은 물론, 물속 유기물이 달라붙어 전처리가 어렵다. 특히 수온이 높은 여름에는 유기물이 더 빨리 불어난다. 또 부유 쓰레기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로 가라앉기 때문에 수거는 더더욱 어렵다. 해양 클린테크 기업이 드문 이유는 이렇게 페인 포인트가 중첩돼 있기 때문이었다. 

원 대표는 오염원 관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해양 쓰레기의 60~80%가량이 하천을 통해 유입되고 있었다. 하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게 급선무였다. 졸업 후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했던 그는 해양 플랜트 설계 방법론을 적용, 하천에서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부유쓰레기 차단시설 ‘플로팅 배리어’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부유 쓰레기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 최적의 위치에 시설을 설치했다. 포어시스는 현재 부산과 충남 두 곳에서 하천 부유 쓰레기를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수거한 쓰레기 중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선별, 전처리 과정을 진행한다. 보통 폐어망과 폐밧줄을 재활용 소재로 만든다. 원 대표는 “하천 쓰레기는 주로 생활계 플라스틱과 농업용 병, 비닐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복합 폐기물이라 재활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밧줄과 어망은 발생량이 많고, 버리는 주체가 뚜렷하며, 단일 재료로 이뤄져 있어 주로 쓴다”고 덧붙였다. 이들 쓰레기는 주로 PA(폴리아마이드, 나일론), PE(폴레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으로 이뤄져 있다.

재활용할 쓰레기는 자체 개발한 초음파 정밀 전처리 시설 ‘포어소닉(Fore-sonic)’을 통해 염분과 이물질을 세척, 탈수한다. 이들 소재를 자체 재활용할 공장 ‘리버스 팩토리(Re:birth factory)’를 현재 경주에 짓고 있다. 완공되면 연 3000~4000t 규모의 소재를 처리할 수 있다. 

재활용 제품 중 하나가 재생 콘크리트다. 해양 섬유질 폐플라스틱 전처리 중에 발생하는 플라스틱 파이버(fiber)와 패각을 섞어 콘크리트를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크리트 3D 프린팅 설비를 구축했다. 기존 설비로 구현하기 어려운 비정형 구조물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 재생 콘크리트의 강도 역시 일반적인 콘크리트와 다르지 않다고 원 대표는 설명했다. 또 폐기된 선박 밧줄에서 뽑은 순도 높은 플라스틱은 고품질 상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대기업과의 협력사업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폐차 부품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재료로 물류 운영용 포장재를 만들어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 엔진 포장재 6000세트를 현대차에 납품했고, 지속적으로 물량을 확대해 갈 예정이다. 또 HMM 및 해외 선사들로부터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계류로프를 수급하고, 소비재 가운데서는 모자챙에 들어가는 재료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다운스트리밍

[사진=포어시스]
[사진=포어시스]

 

가장 주목할 만한 행보는 인도네시아 진출이다. 약 1만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서 길이만 5000㎞가 넘는 거대한 나라, 인도네시아는 강과 바다가 국가경제나 국민들의 삶에 갖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고, 관리해야 하는 지역도 넓다. 그만큼 효율적인 관리, 통제 시스템이 절실하다. 포어시스의 솔루션을 활용하면 단순히 하천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밸류체인을 적재적소에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다운스트림 정책(Downstreaming, 국내에서 원자재를 가공,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과도 부합한다. 또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디지털, 그린 전환에 부합하는 아이템이 포어시스의 통합 솔루션이다. 현재 현지 정부 측 요청을 계기로 공적개발원조사업 형태로 진출하고 있다. 또 현지 기업들로부터 포어시스 측에 재활용 사업을 함께 하자는 협업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포어시스에 인도네시아는 원조나 협력 대상을 넘어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 원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피어나는 자본주의의 중심지 중 하나임과 동시에 그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라며 “현지 정부는 물론, 많은 국가가 인도네시아의 해양 쓰레기 배출을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수요에 걸맞은 모델을 제시한다면 충분한 시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은 어떨까. 원 대표는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게 최대 임팩트 투자 콘퍼런스 ‘SOCAP23’에서 참석자들과 나눈 이야기로 답을 갈음했다. 그는 “모두 내년 미국 대선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면서, 그 전까지는 침강 상태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환경, 그리고 재활용 재료의 사용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이 열렸습니다. 새로운 산업은 폐기물을 원료로 합니다. 사람들이 광물을 캐고 석유를 생산했듯, 포어시스와 같은 회사는 새로운 산업의 원료를 생산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류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임팩트 투자 업계의 걱정과 무관하게, 원 대표는 국내 전역과 해외를 도느라 쉴 틈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맞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와 그린 이코노미 열풍에 이어 ‘블루 이코노미’가 뜨면서 포어시스를 찾는 기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블루 이코노미는 ESG나 그린 이코노미처럼 지속가능한 경제모델을 강조하지만, 해양자원과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경제활동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해상풍력발전이나 해조류 활용한 식품 개발, 해양 청정 운송, 해양 폐기물 재활용 등이 모두 블루 이코노미 영역에 해당한다. 이 중 해외에도 해양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업 들은 있어도 관리하는 회사는 없기에 포어시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회사명 ‘포어시스’는 ‘먼저’를 뜻하는 접두사 ‘fore’와 바다의 ‘sea’를 합친 말로, ‘미래의 바다를 앞서 가꿔 나가자’(Foresys foresees fore-system for seas)는 뜻을 담고 있다. 블루 이코노미에서 ‘세계 첫 사례가 되고 싶다’는 그의 포부를 꼭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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