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교황 “더러운 좌파” 비난한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바티칸 예방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자비에르 밀레이가 교황과 화해하며 정치적 자본을 얻었다.

  • 기사입력 2024.02.12 17:00
  • 최종수정 2024.03.20 16:49
  • 기자명 MANUELA TOBIAS 기자 & 조채원 기자
[사진=GETTY IMAGES]
[사진=GETTY IMAGES]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가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첫 TV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한 자문관이 갑자기 휴대폰을 건네며 촬영이 중단되었다. 전화기 너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밀레이는 선거 기간 내내 교황과 날 선 말을 주고받았다. 거친 언사로 알려진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레이는 교황을 "더러운 좌파" 및 "지상의 악마의 사자"라고 비난했다. 교황 역시 선거 전 TV 인터뷰에서 "과거가 없는 구원자들"을 경계하며 마치 아돌프 히틀러를 언급하는 듯한 발언을 하여 밀레이는 이를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라미로 마라 자문관이 블룸버그 뉴스에 전한 바에 따르면, 화해적이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 그 통화는 양측이 이번 주에 처음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밀레이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아르헨티나 최초 여성 성인 서품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포옹을 했다. "매우 강력했고, 믿을 수 없었다"고 밀레이는 이후에 언급했는데, 이는 이탈리아 통신사인 안사가 아르헨티나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행사가 시작할 때 밀레이는 앞줄에서 십자가를 긋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대통령과 교황은 월요일 바티칸에서 양자 회담을 가졌다.

산티아고 올리베라 아르헨티나 군(軍) 주교는 "그 통화는 전과 후를 나누는 순간"이었다고 말하면서 양국 원수 간의 월요일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인이자 성부이며, 세계가 큰 경의를 표하는 인물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권력에 오른 자유주의 지도자 밀레이의 바티칸 방문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주요 안건에 대한 입법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장기간의 해외 출장을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의회 야당이 계획에 반대해, 밀레이는 그것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출신으로서 특별한 정치적 중량감을 지닌 교황과의 만남은, 어려운 시기에 밀레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정치적 자본을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 교황의 목소리는 특히 자국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밀레이는 의회가 자신의 주요 법안을 무산시키기 전부터 전국적인 파업에 직면했으며, 지금은 자신이 제안한 긴축 정책 "충격 치료"로 인해 추가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마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토르쿠아토 디 텔라 대학의 정치학 교수 후안 네그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정부가 매우 비이성적인 국제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라며 "교회는 매우 높은 사회적 긴장과 많은 빈곤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사회의 가장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선거 후 다른 대상들에 대한 비난을 누그러뜨리며 밀레이는 아르헨티나의 두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브라질에도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은 훨씬 더 큰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밀레이의 종교적 신념이 그의 대외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는 지난주 이스라엘 방문에 이어, 밀레이가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약속을 했고, 예배당 벽에서 랍비들과 춤추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이은 것이다. 밀레이는 가톨릭 신자지만 유대교로 개종할 의사가 있으며, 가자 지역에서 이어지는 전쟁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스라엘과의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밀레이의 실용주의적 국제 무대 행보는 정치보다 영성 쪽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카밀라 페로체나 정치 분석가가 말했다. "그가 브라질이나 중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바티칸을 찾은 것이 그 증거다."

글 MANUELA TOBIAS & 조채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