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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T&G 이사회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정부가 받자

  • 기사입력 2024.02.08 14:59
  • 최종수정 2024.02.08 18:07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제구실을 못하는' 기업 이사회 문제가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KT&G 이사회가 "회사가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1조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의 요구를 7일 거절하면서다.

FCP가 이사회에 손해배상 청구를 한 배경은 이렇다. KT&G는 2001년부터 자사주 약 1000만 주를 사들여 재단과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를 꾀하는 해외 기업들과 대비된다.

FCP는 KT&G가 자사주를 증여한 재단과 기금에 특히 주목했다. 대부분이 KT&G와 관련된 곳이어서 증여 지분이 '경영진의 지배권 유지'를 위한 우호 지분으로 활용됐다고 FCP는 의심한다. 증여받은 곳들이 주주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더라도, 유통 주식 물량과 의결권을 제한했다는 측면에서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KT&G 이사회 측은 이를 부정하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며 반박 중이다. 이미 충분히 예견된 반응이었기에 FCP는 곧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KT&G 건은 여러모로 국민 심경을 복잡하게 만든다. (막연한 반감부터 드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란 측면에서 보면 KT&G 입장을 두둔하고픈 생각이 한 켠에 있다. 하지만 최근 이사들의 외유성 출장 논란과 '미국 주 정부에 묶여 있는 1조 5400여억원의 장기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대 측에 서고픈 생각도 꿈틀거린다. KT&G 이사회가 '부도덕과 무능함의 컬래버레이션 집단'이라는 어느 취재원의 평가가 날카롭게 꽂힌다.

이사회 문제가 논란이 된 건 비단 KT&G만의 일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 이사회 역시 호화 출장 건으로 구성원 전원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포스코 건은 한국 기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고, KT&G 건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이사회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거의 매년 금감원 등의 감시기관이 이사회 구성이라든가 감시기능 작동 여부를 살펴본다는 기사가, 또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언론사 지적이 시즌에 맞춰 코스요리처럼 나온다.

공교롭게도 어제, KT&G 이사회가 FCP의 요구를 거절한 날과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대담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문제 해결 방안으로 "조세제도에 의한 규제적 측면들을 제거해 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조세제도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이는 매우매우 드물다. 따라서 조세제도를 손본다고 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얼마나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업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기업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한다면 △조금만 이슈를 타면 기업을 쪼개기 상장하는 'K 분신술'이나 △기업 장래보다 특정 주주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한국 특유의 '족벌형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을 터이다. 언급한 것들은 대외 의존도가 높다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는 등의 불가항력적 문제들을 제외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FCP 소송은 1조원이라는 규모도 규모지만, 한국의 이사회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 아주 세차게 젓자. 이만한 기회를 흐지부지 날려버린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결정적 원인은 '정부가 무능해서'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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