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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강에서 만난 사람] 강금실 “세계 최대 기후행사, 그곳에 아시안은 없었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지구와사람 이사장

  • 기사입력 2024.02.01 12:00
  • 최종수정 2024.02.14 13:01
  • 기자명 문상덕 기자

흔히 ‘법인(法人)’을 곧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법정에선 도롱뇽과 산양, 나무와 산맥이 법인으로서 원고로 설지 모른다. 이미 해외에선 현실이 되고 있다. 10년 차 지구법학 연구자, 강금실 대표는 그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요즘 생각에는 내가 차라리 아주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롭게 산 사람의 모델이면 좋겠어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법무부장관이라는 모델보다는 말이에요.”

강금실 대표는 특유의 호방한 웃음을 섞어 말했다. 소리는 ‘호호’와 ‘하하’ 사이 어디쯤. 장관 시절 ‘강효리’라고도 불렸던 파격은 여전했다. 물론 검찰개혁, 호주제 폐지 등 숱한 개혁의 주역으로서도 그는 파격이었다.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을 끝으로 그는 ‘하고 싶은 걸 하러’ 떠났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로 합류하고,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때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의 저작들을 만났다. 지구법학의 창안자인 베리는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지 않았다. 대신 지구적 관점에서의 인간을 말했다.

그는 베리와의 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그때까지 삶의 지점 곳곳에서 부딪히고 괴로워하며 겪어야 했던 분열된 정체성, 갈망, 관심이 그의 사상 안에서 모두 하나로 이어져 정돈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 자신의 원형을 회복하고 삶을 질적으로 비약시켜줄 것이라 느꼈다.”(《지구를 위한 변론》, 27쪽)

대학원을 끝낸 뒤인 2015년, 재단법인 ‘지구와 사람’을 만들었다.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지구법학을 공부하는 공동체였다. 지구법학의 주장은 일견 급진적이다. 기업이 아닌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해야 한단 것이다. 자연의 권리를 위해서, 또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다.

하지만 지구법학의 주장은 전 세계에 걸쳐 점차 현실화했다. 이를 연구해 온 지구와 사람, 그리고 강 대표도 10년에 걸쳐 글로벌 환경 담론의 첨단에 도달했다. 뉴욕에서 글로벌 환경 리더들과 만나고 온 강 대표는 “올해부터 ESG 공시에서 생물다양성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지난 1월 호에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자를 만났습니다. 그분의 진정성이 인상 깊었어요. 이익이 아닌, 매출의 1%를 환경단체가 기부하는 것. 환경을 비즈니스 밖이 아닌 안에 둔 거죠. 아예 칠레에 있는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을 매입해 보전하기도 했더라고요. (※이본 쉬나드 창업자 인터뷰 링크)

각성해서 생태 보전에 나선 기업인이 꽤 많아요. 환경 영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회의가 1992년 리우 회의인데요. 여기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변화협약과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과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했어요.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흐름이거든요. 그런데 리우 회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모리스 스트롱도 유전개발로 돈을 번 사업가였어요. 

 

Q 최근에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있었죠. 그런데 생물다양성협약은 생소합니다.

2022년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는 등 실천목표를 정했어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라고 하는데요. 지금은 생태 보전 지역이 절반은커녕 30%도 안 된다는 거죠. 14~16% 내외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파리협정 이후에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가 만들어졌어요. 기업이 기후변화 관련 ESG 공시를 할 때 TCFD가 만든 기준대로 하자는 거죠. 그것처럼 생물다양성협약에서는 GBF를 계기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를 만들었어요. 기업이 자연에 해를 주고 있느냐, 얼마나 자연 보전에 기여하고 있느냐를 ESG 공시에 맞춰서 평가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TNFD에서 지난 2023년 9월 뉴욕기후주간 때 공시 기준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턴 생물다양성, TNFD 이야기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올 겁니다. 지금까지 ESG는 기후변화 중심으로 논의됐는데, 생물다양성이 들어오는 거예요. ESG 관련 기관들이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핵심은 뭐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통합해서 평가하겠다는 겁니다. 

 


강금실 대표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원은 2021년 6월 ESG센터를 출범시켰다. ESG경영을 위한 법률 자문과 전략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곳 초대 센터장을 맡았던 강 대표는 “국내에선 굉장히 빨리 시작한 케이스”라고 돌이켰다. 그의 말처럼 한국에는 2020년이 돼서야 ESG 개념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기구(UN PRI)에서 ESG를 언급하기 시작한 지 10여년 뒤였다.


 

Q 작년 뉴욕기후주간에 다녀오셨다고요. 

경기도 기후대사 자격으로 갔어요. 기후주간을 주관하는 곳이 클라이밋 그룹이라고, RE100을 만든 곳이에요. 여기서 ‘언더투연합(Under2 Coalition)’도 운영하고 있어요. 2050년 넷제로 목표를 밝힌 지방정부 간 네트워크인데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의장으로 있습니다. 공동의장으로 충남도지사가 있는데, 곧 임기가 끝납니다. 그래서 경기도에 가입을 제안해 왔어요. 

 

[사진=법무법인 원]
[사진=법무법인 원]

 

Q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었나요?

매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기후주간이 열리잖아요. 그해 논의될 예정인 기후변화 이슈가 기후주간에 먼저 많이 노출이 돼요. 2023년엔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화석연료 폐지 운동을 벌였어요. 당사국총회에서 채택은 안 됐지만, 핵심 의제로 다뤄졌죠. 또 존 케리는 메탄 배출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예상만큼 못 줄이고 있으니까, 빨리 줄일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취지였어요. 농축산업 외에도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메탄이 많이 나오거든요.

문제는 개막식에 갔는데, 아시아인이 거의 없어요. 저 말고는 일본인 두 명이 전부였습니다. 

 

Q RE100 선언을 보면서 ‘탄소만 줄이면 환경을 보전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생물다양성을 기후변화와 같은 무게와 깊이로 다루고 있었네요.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지금 6차 대멸종을 예측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큰 이야기를 하는 데 익숙하지 않죠. 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인권은 다뤘지만, 지구 전체의 문제를 다뤄본 적은 없어요. 우리가 지구를 어디까지 쓸 수 있고 어디를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거죠. 지구와의 관계에서의 윤리, 지구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세계관이 없다는 거예요.

 

Q 대표님께서 천착하시는 지구법학이 새로운 세계관에 필요한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기업만 법인격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구나.’ (※박태현 강원대 로스쿨 교수에 따르면, 지구법학에서 말하는 ‘생태법인’이란 “특정 생물종이나 생태계 등 자연물에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1970년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법학과의 크리스토퍼 D. 스톤 교수가 ‘나무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그 당시 월트 디즈니와 한 환경단체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었거든요. 디즈니는 숲을 개간해서 놀이공원을 지으려고 하고 있었죠. 연방대법원은 디즈니 손을 들어줬어요. 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적격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였죠. 그런데 그때 한 대법관이 스톤 교수의 논리를 받아서 소수의견을 씁니다. 지구법학 역사에선 중요한 사건이었죠. 

 

Q 자연물도 법적 권리를 지닌다,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법인격이 처음 생긴 때가 1700년대예요. 동인도회사가 식민지 경영을 하면서 막대한 부를 벌어들이는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법인격이 처음 생겼죠. 당시에도 반대가 많았다고 해요. 어떻게 사람이 아닌 회사에 인격이 있을 수가 있느냐? 그런데 지금은 당연하죠. 

 

Q 자연물이 스스로 권리를 갖는 건 그 자체로 존엄하기 때문인가요,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해가 돼서인가요?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게 ‘깊은 생태학’의 관점이고요. 지금의 현실에서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 보호해야 한다가 설득력이 있는 거죠. 어느 하나가 옳다 그르다 보다는 병존할 수밖에 없는 거 같고, 상당히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는데, 현실에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기업들이 기후위기나 생물다양성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하잖아요. 큰 변화이고, 인류가 접점을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법무법인 원]
[사진=법무법인 원]

 

우리는 큰 이야기를 하는 데 익숙하지 않죠. 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인권은 다뤘지만, 지구 전체의 문제를 다뤄본 적은 없어요. 

 

Q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지구적 관점이 반드시 정의로울까’를 고민했습니다.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에 소외받는 인간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됐어요.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개발도상국 입장에선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처럼요. 그런데 《지구를 위한 변론》에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생태적인 이유만으로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비난하는 것은 더 이상 충분치 않다. 대인적인 교통 체계에 대한 빈틈없고 잘 연구된 권고가 뒤따라야 한다(96쪽)”고 말씀하셨어요.

2015년부터 깊은 생태학에서 한 걸음 더 나간 ‘통합 생태론’이 부각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통합 생태론을 언급했다.) 골자는 인간의 필요와 지구 문제를 통합해서 봐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ESG가 통합 생태론적인 개념이거든요. 사회적 가치, 예를 들어 노사관계나 아동착취 문제와 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는 거죠. 

기후변화 쪽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는 주제가 ‘정의로운 전환’이거든요. 소외되는 사람, 기업이 생겨요. 

예를 들어서 석탄 발전소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우리나라 에너지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있을 거잖아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해서 노동자 의사도 묻지 않고 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모멸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겁니다. 전환이 필요하다면 당사자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가야 해요. 말을 하면 화가 안 나는데, 말 한 마디 못 하면 화가 치밀거든. 그러니까 절차에서의 매니지먼트가 중요한 겁니다. 

이렇게 가면 더뎌요.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빨리빨리 결정해 왔지만, 이제는 위기에 부닥치고 전환을 해야 하니까, 더디더라도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역할을 주고 격려하는 게 필요한 거죠.

 

Q 리더십의 문제인데요. 느린 것만이 정의로울까요?

거버넌스의 문제인데, 배치를 잘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것은 실무자에게 위임하고, 조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 예를 들어 급여나 복직 문제는 의견을 들어야 하죠. 경영 전반까지 나도 같이 결정하자, 이것도 좀. ‘버라이어티를 수용하는 유니티’랄까요. 사람은 다양성과 통일성 둘 중 하나, 이렇게 이분법으로 결론 내는 걸 선호해요. 인류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신석기 시대에 형성됐다는 연구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사고를 비난할 것도 없긴 해요.

 

Q 결정된 것이 번복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국가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있어 봤는데, 결정한 다음부터 싸워요(웃음). 결정할 때 많이 듣고 나면 안 싸우는데. 강정마을 사태가 대표적이었어요. 해군기지 이전 문제를 충분히 얘기 듣고 나서 결정할 문제인데, 결정한 다음에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런 일을 보면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매니지먼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Q 한국에서도 지구법학과 관계된 사건이 있었나요? 

한국에서는 2003년 천성산 도롱뇽 소송 사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건이 있었는데, 소송으로 가서 다 각하가 돼요. 동식물은 소송의 당사자가 못 되니까요. 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어요.

 

Q 법 개정이 쉽지는 않겠습니다.

법 제도적으로 지구법학을 도입하기엔 쉽지 않은 문제가 많아요. 헌법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 많죠. 다만 2022년 이탈리아는 헌법에 ‘국가가 환경과 생물 다양성, 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민간의 어떠한 경제 활동도 보건 혹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어요. 에콰도르도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했고요. 

 

Q 이본 쉬나드는 포춘코리아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시시대처럼 인간과 자연의 직접적인 관계를 깨닫고 인정하기 전까지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생각보다 체험을 통해서 변하는 것 같진 않아요.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 그런 내적 갈망을 가진 분들은 있는 것 같지만요(웃음). 

공동체 수준에서의 큰 변화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봐요. 문제를 예측하고 고민하고 대비하거나, 혹은 재난을 실제로 겪거나. 미래를 잘 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동체가 더 번영할 수 있는 것이고요. 겪을 대로 다 겪으면 그만큼 어려움을 겪는 거죠. 

 

Q 지금 한국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당장 ESG 공시 의무화 시점도 주요국보다 늦죠.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SG 선언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삼성이 그래도 앞서갔어요. 1992년 환경선언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RE100 선언도 했고요. 삼성이 결정하기 전까진 기업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극심했죠. 그래도 이제는 RE100이 안 되면 수출이 어려워지니까 대기업에서는 열심히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사진=법무법인 원]
[사진=법무법인 원]

 

요즘 생각에는 내가 차라리 아주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롭게 산 사람의 모델이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법무부장관이라는 모델보다는 말입니다. 

 

Q 10년 차 연구자이십니다. 2015년 재단법인 ‘지구와 사람’을 만드셨으니까요. 검찰개혁, 호주제 폐지를 이끌던 운동가, 행정가였던 때를 돌이키면.

장관 때까진 사회적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이곳에 오면서 다시 되짚어 봤어요. 제가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배경이 된 시절이죠. 그 당시 분위기가 노태우 정권까지 이어졌거든요.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라는 인간이 누구인가는 그 다음 문제였어요. 

또 사법시험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1% 정도였을 때예요. 그 1% 여성에게 주어지는 책임감이 굉장히 컸죠. ‘유리천장을 깨 달라.’ 여성 법무부장관을 할 수 있는 인적자원 자체가 몇 명 안 됐어요. 

사실 선택의 순간마다 부담감을 안고 있었어요. 장관을 그만두면서 ‘첫 여성 법무부장관까지 했으면 사회적 소명은 다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죠. 

정치 입문은 판사를 하고 장관을 할 때까지 지켜왔던 공적 윤리의 일관성에 맞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국민들 보기에 국회의원이나 장관이나 같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법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당파적이면 질서가 흔들리죠. 

이후엔 나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어요. 내가 정말 윤리적인 사람인지, 아니면 판사라서 윤리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한 건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법대 나오고 연수원 갔으니 언제 공부를 제대로 했겠어요. 딱 10년 됐거든요. 실컷 한 것 같습니다.

 

Q 정치인 강금실과 지구법학자 강금실은 연속으로 봐야 할까요, 단절로 봐야 할까요? 

‘왜 환경을 다루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 것을 보면 사회적으론 단절에 가깝고요. 제 스스로 생각하기엔 연속이죠. 확실한 연속입니다. 사회적 소명이 더 컸던 시대를 살았던 내가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10년간 살아온 내가 있는 거죠.

요즘 느끼는 건 두 가지예요. ‘여성 법무부장관’이란 모델보단 자유롭게 산 사람의 모델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나는 내 자유를 좇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 자신이 원하는 걸 전개해 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못 하게 하는 공동체가 나쁜 공동체예요.

저는 유리천장을 깨는 역할을 어느 순간 멈추고, 내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과제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을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요즘 생각에는 내가 차라리 아주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롭게 산 사람의 모델이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법무부장관이라는 모델보다는 말입니다. 

행복은 동심원적이에요. 자신부터 행복하고, 그 다음 가족, 직장으로 확장하는 게 필요한데, 우리는 사회적인 것만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나오는 부작용이 많아요. 저는 쉽지는 않았지만, 원도 한도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치매 예방에 힘쓰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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