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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尹 정부, ‘개미 표심’에 골몰하느라 규제 혁파는 뒷전

윤 대통령이 민생 경제를 살리겠다며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업 규제도 여전하다.

  • 기사입력 2024.01.17 18:14
  • 최종수정 2024.02.01 18:42
  • 기자명 조채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법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국내 금융 업계에 통용되는 말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해도 법제화가 돼 있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규제 산업인 금융업의 단면이다.

새해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거래소에 출두했다. 개장일인 2일에 이어 17일에도 거래소에 들러 민생 경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부자 감세’가 아닌 국민과 투자자, 증시의 ‘상생을 위한 선택’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자본시장 도약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세제도 바로잡아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증시를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로 끌어낸다는 취지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것으로, 법안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 1% 소수만이 혜택이 주어지는 법안을 ‘서민’을 위해 없앤다는 설명이 와닿지 않는 이유이다.

반면 금융업계를 향한 발언은 여전히 날이 서 있었다. 경쟁을 통해 금융 카르텔을 혁파하고 부당한 지대 추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차는 신산업 도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쟁을 통한 금융사의 글로벌 진출과 발전을 장려한다면서도 정작 규제로 묶어두고 있다.

지난 11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십 년 가까이 참여하고 공들인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승인되자 국내 금융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개인 투자자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금액은 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금만큼 자산가치가 인정된 비트코인을 제도권 금융에 편입하는 일은 국내 금융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업계와 금융위원회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규제의 틀 속에 숨죽여 지낸 지 오래돼 “이번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입장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란 반응이다. 가상자산 ETF 관련 업계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며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어깨만 으쓱했다. 가상자산 법안이 논의되고 시행될 때까지 빨라야 2,3년은 걸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과 한국의 온도차에 새삼 ‘기회’와 ‘상생’의 의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두 단어 모두 통용되는 사전적 의미가 있음에도 상황에 따라, 주체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다. 특히 대통령의 사전에 있는 ‘상생’과 ‘기회’에는 금융기업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업은 개인과 함께 시장을 조성하고 이끌어가는 경제의 한 축이다. 물리적 노동으로 이익을 창출하진 않을지라도 창의와 전략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각종 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지금 아시아 금융의 맹주였던 홍콩이 중국 정부의 규제로 쇠락하는 가운데 옛 홍콩의 자리에 도전하는 국가들이 경쟁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런 경쟁에 출사표를 던지며 아시아 금융 허브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 투자자 표심을 겨냥한 감세에 국한하지 말고 우리 금융업이 글로벌 흐름에 능동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 일변도의 입법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더 이상 정부 그늘 아래 금융업을 가둘 수만은 없다. 아시아 금융 허브를 꿈꾼다면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정부가 돼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정부를 기대해 본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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