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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영의 이코노믹 브리프] 부동산 PF 부실…. “빨리 정확한 규모부터 밝혀라”

부실 규모가 확정되면 바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신속하고 과감한 수습에 나서야 한다. 개별 건설회사의 몽니를 받아 줄 여유가 없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 있다.

  • 기사입력 2024.01.05 17:10
  • 최종수정 2024.01.18 12:17
  • 기자명 윤두영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이 가시화돼야 한다. 장황한 설명은 필요 없다. 근거 있는 수치 제시가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일은 추정 부실 규모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알리는 것이다. 자료에는 최근 수치와 함께, 예상되는 부실 처리 완료 시점까지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부실의 추정치를 포함해야 한다.

부실 규모가 파악되면 불확실성은 급격히 준다. 늦어질수록 시장은 정부의 해결 능력을 의심한다. 그리고,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켜 최악의 경우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기도 한다.

사실, 금융감독기관의 대응이 좀 더 빨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 해 9월26일 국토부의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발표와 함께. 부동산 PF 부실 정리 방안이 제시됐다면, 지난해 말 난무하던 시장의 억측을 상당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부동산 PF 사태의 본질은 부동산 시장의 위축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저하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주택 분양 수요는 시들해졌다. 이미 분양이 끝난 사업장보다 지주 작업과 토지 매입 계약은 끝났지만, 용도변경 등 인허가 업무가 마무리 안 돼, 본PF 단계로 진입 못 한 사업장들의 피해가 컸다. 쉽게 말해 땅만 사 놓고 분양이 안돼 건물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촉발한 사건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다. 2022년10월5일, 레고랜드 설립을 위해 채무보증을 선 20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CP)과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가 최종 부도처리 됐다.

사기업도 아닌 공신력이 생명인 지방정부가 채무보증 이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울고 싶었는데 뺨을 때려 준 격”이 됐다. 당시 시장에선 이미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였다. 단기 자금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이를 지켜본 금융사들은 일제히 건설 사업장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본PF 중단은 물론, 이미 실행됐던 ‘브릿지론(bridge loan)’마저 회수에 나섰다. 통상 브릿지론은 만기 일시상환으로 6개월~1년 단위로 연장되는데, 주로 부지 매입에 사용된다. 일시적 용도로 사용되는 자금으로 이자는 일반적으로 10%가 넘는다.

브릿지론’은 주로 제2금융권인 캐피털사(여신전문금융회사)와 증권사, 그리고 저축은행을 통해 이루어 진다. 차주는 개발업자인 시행사이다. 하지만 시행사는 자본 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낮아, 상당수 대출 기관은 시공사(건설회사)에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에 대한 보증을 요구한다. 보증 금액은 부외부채로서 감사보고서 등의 주석 사항에 ‘우발채무’ 형태로 기재된다.

바로 이 지급보증이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이다. 사업 중단으로 인한 대출금의 원리금 부담은 고스란히 시공을 맡은 건설사 몫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103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9 기준 140조6000억 원으로, 지난 5년간 약 61조5000억 원(77.7%) 증가했다고 한다. 시장에선 70%인 90조원이 넘는 금융이 제2금융권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이 금액 모두 부실화되지는 않는다. 만약 30%만 부실화되면 30조 원인데, 이는 같은 시점 기준, 캐피털 업계 자본 규모인 33조2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부실 규모는 이 보다 클 것으로 생각한다. 2011년 발생한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공적자금만 27조 원이 넘게 투입됐다.

현 사태를 보는 시각이 다양함은 인정한다. 금융시스템 위기 운운하는 것은 너무 조급하고 비관적 견해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금융위기 사태를 되짚어보면 단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제 상황은 급변한다.

특히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국내에서 통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전쟁의 갑작스러운 확전으로 유가를 비롯한 곡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세계 금융시장은 분명 요동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진정 기미로 금리 오름세도 멈출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이지만, 외줄 위를 걷듯 불안한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부실 규모가 확정되면 바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신속하고 과감한 수습에 나서야 한다. 개별 건설회사의 몽니를 받아 줄 여유가 없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 있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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