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장벽에 직면한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으로 가는 우회로를 찾고 있다. 미국,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USMCA)를 맺고 있는 멕시코가 그중 하나다.
멕시코 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멕시코의 중국산 차량 수입(내연기관 포함)은 전년 동기 대비 62.6% 늘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수출에 그치지 않고 멕시코 공장 건설에도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BYD와 체리(Chery), MG가 멕시코에서 공장 입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중 특히 적극적인 곳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다. BYD는 전기차용 배터리 원료부터 배터리 팩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자사 배터리 공급망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다른 전기차 제조사도 BYD와 유사한 공급망 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미 정부는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 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미 정부는 “우려 대상인 외국 기업”, 즉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 북한 기업에서 제작한 배터리 부품을 탑재한 차량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7500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수입차에 부과하는 2.5% 관세에 추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그러나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경우 미국이 만든 방정식을 바꿀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오랜 기간 멕시코에서 자동차와 부품을 제조해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해 왔다. 더 낮은 노동 비용과 자유무역협정 덕분이다. 협정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 부품 중 북미에서 제작된 비중이 4분의 3 이상인 경우 미국에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도 멕시코에 다섯 번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도 관세 우회로로 꼽혀…지리, 폴스타4 한국 생산
하지만 중국의 멕시코 행보는 디트로이트와 워싱턴 DC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하원의원들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의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산업 전략”과 멕시코와 같은 주요 무역 파트너를 통해 미국 시장의 “후문으로 들어가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대해 경고했다. 이들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멕시코와 함께 한국을 우회로로 물색하고 있다. 중국의 지리(Geely)가 소유한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2025년 부산의 르노 공장에서 폴스타4 SUV를 제조할 계획이다. 이 차량은 중국에서 생산된 폴스타2에 부과되고 있는 미국 관세 27.5%를 피하게 된다. 폴스타는 과거 볼보가 소유했으며, 볼보는 현재 지리가 소유하고 있다. 폴스타는 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볼보 공장에서 폴스타3을 제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서 의원들은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대규모 보조금과 오랫동안 시행해온 현지화 및 기타 차별적 정책으로 미국과 세계 시장에 전기차를 대량으로 쏟아내려는 준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실제로 중국 제조사인 BYD, Chery, SAIC 모터스는 이미 멕시코에 진출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초 포드 회장인 빌 포드 주니어는 미국의 중국의 전기차 경쟁사들과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그들은 매우 빠르게 발전했으며, 대규모로 개발했다. 이제 그들은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아직 여기에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고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산 전기차에 미국은 “아직 큰 공세를 시작하지 않은” 유일한 시장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을 전문 분석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 ‘ZoZo Go’의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던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금까지 이러한 공세로부터 대부분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멕시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