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CJ올리브영에게 약 19억원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인 고발 결정을 내렸다. 올리브영 측이 납품 업체를 상대로 행사 독점 강요 등 '갑질'을 했다며 대규모유통법 위반 행위로 판단하면서다.
핵심은 19억원의 의미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19억원은 지나치게 적은 액수 아니냐"는 식의 단순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오히려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법 위반 행태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올리브영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지난 여름부터 본격화 됐다. 쿠팡이 올리브영의 불공정 행위 내용을 공정위에 직접 신고하면서다. 이미 올해 초부터 공정위는 올리브영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경쟁 기업이 '궁서체'로 제보에 나서자 업계의 이목이 더욱 쏠리게 된 셈이다.
이 쯤 되면 올리브영이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참전'이 되레 올리브영을 '위기'에서 '기회'로 바꿔놨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올리브영이 갑질 횡포를 해왔다면, 쿠팡과 올리브영이 과연 '경쟁 관계'가 성립하는 지부터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사실상 헬스앤뷰티(H&B) 시장의 오프라인 독점자인 올리브영이 온라인 경쟁자 쿠팡의 등판으로 명목상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낮출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던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의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따른 남용으로 인정될 경우 사업자는 최대 전체 매출액의 6%의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다. 올리브영의 과징금이 당초 6000억~7000억원으로 거론된 이유다.
아무리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라고 하지만, 시장 구조상 실질적으로 오프라인 기업과 온라인 기업을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19억원'이다.
공정위는 "화장품 시장이 최근 10년간 크게 변화했고 최근에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과 온라인 판매 채널 간 경쟁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며 "올리브영이 속한 '시장'을 H&B 오프라인 시장뿐 아니라 화장품 온라인 판매 채널까지 넓게 보게 될 경우엔 시장 지배적 지위로 보기 어렵다"며 올리브영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 판단 여부를 유보했다. 사실상 온·오프라인 업체 간 경쟁 구도가 충분히 가능하단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간 내심 마음 졸여오던 올리브영은 이제야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통 관계자들 사이에선 '진정한 승자'는 쿠팡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리브영 못지 않게 쿠팡 역시 e커머스의 '공룡'으로 불리며 플랫폼 업계 내에서 공공의 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과는 납품 갈등을 두고 4년째 법적 공방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공정위 결과로 쿠팡의 경쟁자가 늘어나며 더는 쿠팡을 향해 플랫폼 시장 지배자라고 손가락질 할 수 없게 된 꼴이다.
"쿠팡의 신고는 어쩌면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쿠팡의 빅피처(큰그림)이었을 수도 있어요." e커머스 플랫폼 관계자의 한마디가 이번 이슈를 총정리한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