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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총선이 먼저? 정부, 건전성 악화되는 은행권 ‘팔 비틀기’ 멈춰야 

  • 기사입력 2023.12.13 17:00
  • 기자명 조채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어르신, 주부, 장거리 통학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이 참여해 묻고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어르신, 주부, 장거리 통학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이 참여해 묻고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대통령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와 통화를 할 때였다. 영국에서 은행장이 환경·인프라 관련 투자에 5년간 3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소식이 나와 세부 사항을 묻고자 한 전화를 건 것이다. 어디에 무슨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건지도 모를 소식도, 관계자의 답변도 모든 게 수수께끼 같았다.

설왕설래 끝에 수수께끼의 반은 풀렸다. 시중은행 은행장들이 윤 대통령과 동행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총선용 성과 만들기’에 돌입했다고 풀이했다.

다소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윤 대통령은 ‘횡재세’, ‘종노릇’을 운운하며 은행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윤 대통령과 입을 맞추며 연일 은행권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고금리로 앉아서 돈방석에 앉은 은행이 수신 경쟁에 나서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높은 대출금리와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상생 부담금’ 명목으로 2조원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 압박에 대해 은행권은 ‘유구무언’이라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은행권 ‘팔 비틀기’에 나섰다는 분위기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은행이 타깃이 됐다”라며 “은행은 정부 입김에서 특히 자유롭지 못하고 서민 행보를 강조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은행을 비롯한 전체 금융권의 화두는 내년 4월 총선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제2금융권조차 내년 상반기까진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총선 전에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 책임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만기 연장을 시켜서라도 사고를 막을 것이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금융권의 PF 부실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 이후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털사의 후순위 브릿지론이 본 PF 만기와 맞물려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PF 부실이 현실화하면 최대 15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제1금융권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지난 3분기 말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2.99%로 석달 전보다 0.07%포인트 낮았다. 자본비율은 은행들이 들고 있는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본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총자본비율도 0.15%포인트 떨어진 15.56%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안전한 수준이긴 하지만, 전체 금융권에 감도는 위험을 시중은행도 무시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1월 한국에 물가 안정을 위한 고금리 기조 유지를 권고했다. IMF 추정에 따르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3.6%로, 고물가 기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당분간 금리 인하는 요원하다. 문제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가계부채다. 고금리와 감당하기 힘든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은행은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늘려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은 은행 곳간을 풀 때가 아니라 오히려 잠가야 할 때다. 정책금리로 해야 할 서민 정책을 민간 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총선 이후의 민생도 생각하는 정부가 되길 기대해 본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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