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호텔과 사람] 호텔 넘어 시티, 서울드래곤시티

  • 기사입력 2023.12.04 17:1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대사들이 장기 투숙하고, 행사는 3년 앞서 예약해야 하는 곳. 개장 6년을 맞는 용산의 초대형 호텔, 서울드래곤시티는 제자리를 확실하게 찾았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시선은 호텔 너머에 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오상준 객실 총지배인(왼쪽부터) 2001년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 입사, 프런트 오피스 매니저 등을 거쳤다. 2022년부터 서울드래곤시티 산하 4개 호텔의 객실 총지배인을 맡고 있다.

이대일 그랜드 머큐어 프런트 오피스 팀장 2008년 콘래드 샌티니얼 싱가포르에 입사, 이후 콘래드 서울을 거쳐 2017년 그랜드 머큐어의 프런트 오피스를 맡았다.

문숙림 세일즈&마케팅 팀장 1999년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 입사, 2017년 서울드래곤시티의 수익관리(RM) 총괄 디렉터로 합류했다.


#남산자락의 밀레니엄힐튼호텔이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던 2021년 말. 이곳에 입점해 있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서울 강북권의 5성급 호텔들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장 입찰에 나섰다. 이곳은 국내 16개 외국인 카지노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익을 낼 만큼(2019년 기준 2215억원) ‘알짜’ 사업장이었다. 특히 팬데믹이 끝나면 외국인 수요를 그러모으는 ‘킬러상품’이 될 법했다. 그러나 한 달여 접수 기간이 끝났을 때 입찰에 참여한 곳은 용산의 서울드래곤시티 한 군데뿐이었다.

당시 카지노 유치전은 강북권 5성급 호텔의 지형도를 잘 보여준다. 입찰 하마평에 오른 호텔 다수가 구조 변경이 어려운 구축 건물을 썼던 반면, 2017년 문을 연 서울드래곤시티는 4개 호텔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1700개 객실, 4900명 규모의 컨벤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연회장 한 곳을 카지노에 내준 지금도 12개 연회장을 운영하고 있을 만큼 공간이 넉넉했다. 접근성도 우수했다. 용산역과 구름다리로 연결되고, 대형버스 3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갖췄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서울드래곤시티는 마이스(MICE) 특화 호텔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호텔의 문숙림 세일즈&마케팅 팀장은 “최근 국제 행사의 경우 2~3년 전부터 예약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드래곤시티는 올해 상반기 매출 486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41.7%, 영업이익은 61.7%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서울드래곤시티는 지난해 3분기 처음 흑자 전환했다.

지금은 궤도에 올랐지만, 개장을 준비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4개 호텔 브랜드를 함께 운영할 때 운영관리부터 마케팅까지 시너지보단 혼란이 더 크리라는 이야기였다. “몇 년 못 갈 것” “1700개 객실을 다 못 채울 것”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호텔 오픈 멤버였던 오상준 객실 총지배인(서울드래곤시티는 박태주 총괄 총지배인, 오상준 객실 총지배인, 이민 식음 총지배인 3인 체제로 운영된다)과 문숙림 팀장, 그리고 이대일 그랜드 머큐어 프런트 오피스 팀장은 세간의 차가운 시선을 함께 견디며 기회를 모색했다. 

 

[사진=서울드래곤시티]
[사진=서울드래곤시티]

 

Q 개장 초기에는 어땠습니까?

문숙림 초기엔 행사 문의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희가 찾아다녀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여러 국제 행사 대행사에서 먼저 연락을 줍니다. 2~3년 후에 열리는 행사들까지 지금 견적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요. ‘저희가 2027년에 700명 규모의 행사를 열 계획인데, 견적을 줄 수 있느냐’는 식입니다. 

 

Q 입지로 보자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같은 호텔이 더 유리하지 않습니까?

문숙림 코엑스와 규모로 경쟁할 수는 없겠죠. 강남의 일부 호텔을 제외하고 저희 수준으로 큰 연회장을 갖고 있는 호텔은 없습니다. 강북 지역 5성급 호텔을 놓고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오상준 저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마이스를 염두에 뒀습니다. 객실에서 로비층으로 내려온 다음 연회장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객실에서 바로 연회장으로 갈 수 있도록 동선을 짰습니다. 또 서울 시내 한복판에 버스 3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호텔은 이곳이 유일무이하죠. 용산이 국가 전체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뜻하지 않게 누리게 된 이점도 있습니다.

 

 

Q 효율성 차원에서 보자면 한 브랜드로 통일해 운영하는 게 낫지는 않나요? 

오상준 (일반적으로) 브랜드별 콘셉트가 구분된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모든 타입의 다양한 고객을 수용할 수 있죠. 혹시 그랜드 머큐어가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브랜드를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문숙림 그랜드 머큐어는 장기 투숙을 겨냥해 풀키친을 갖췄다면, 노보텔 스위트는 미드텀에서 익스텐디드 스테이, 즉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머무르는 고객에게 적합합니다. 전자레인지, 싱크대 등이 있는 세미키친을 제공하죠.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나흘 정도 머문다면 노보텔, 편안하게 잠만 잔다면 이비스 스타일. 이렇게 콘셉트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죠.

 

Q 서비스 경험을 설계할 때도 보통의 호텔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일 호텔마다 서비스 스탠더드가 있죠. 직원들에게 이런 기준은 가르치되, 직원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것이 저희가 중시하는 서비스 스타일입니다. 사람마다 인성과 성격이 다르니까요.

이런 스타일은 서울드래곤시티가 멀티플렉스라서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각자 다른 스타일을 지닌 다양한 호텔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니까, 그에 맞게 직원을 배치할 수 있죠. 

그랜드 머큐어는 장기 투숙객이 많고, (고객이) 앉아서 15분, 20분씩 체크인을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대화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진중하거나 공감능력이 좋은 직원이 주로 근무합니다. 이비스 스타일은 체크인을 2~3분 내에 해야 하니 손이 빠른 직원이 어울리죠. 

또 근무하다 보면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서비스 퀄리티도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노보텔에 있다가 그랜드 머큐어로 가거나 그랜드 머큐어에 있다가 이비스 스타일에 가기도 합니다. 직원 본인이 직접 일해보고 옮기는 겁니다. 이런 유연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호텔 등급이 다른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까?

오상준 호텔 내 트랜스퍼(직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밖에서 우려할 법한 그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Q 이제 호텔이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십니까?

문숙림 최근 2년 새 각국 대사님들이 저희 호텔을 부쩍 찾고 계십니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어요. 요즘은 ‘어떤 대사님께서 추천하셨다’면서 문의 전화를 주시기도 하고, 저희가 대사관 커뮤니티와 자주 만남을 갖다 보니 비서분들께서 먼저 저희를 추천하시기도 합니다. 

많을 때는 대사 열세 분이 동시에 투숙했습니다. 지금은 네 분 정도입니다. 장차관급 인사까지 포함하면 더 많습니다. 대사관 커뮤니티에서 그랜드 머큐어는 확실히 포지셔닝했다고 봅니다.

이대일 초기에 비해 장기 투숙객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지금은 그랜드 머큐어 전체 객실의 절반 이상을 장기 투숙객이 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일즈가 받쳐주기 때문이지만, 고객 분들이 서로 추천해 주시니 더 잘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단골 손님이 많아진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Q 어떤 장점 때문일까요?

문숙림 대사님들은 장기 투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화문, 강남 같은 도심은 시끄럽다고 생각하세요. 관광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십니다. 가족과 함께 오셨다면 일단 자녀가 다닐 학교가 근처에 있어야 해요.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차량 기준 5㎞ 거리에 서울용산국제학교가 있다.) 그리고 그랜드 머큐어는 일반 호텔과 다르게 주방 시설이 완비돼 있죠.

 

Q 개장을 준비할 당시로 돌아가 볼까요. 업계 베테랑으로서, 개장하지도 않은 호텔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 같습니다.

오상준 호텔 외부에 사무실을 구해 썼었죠. 처음에는 책상이 두 개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10명, 20명씩 늘더니 종국엔 100명 이상이 오프닝 팀으로 한 사무실에 모였죠. 한 사무실에서 몇 개월을 함께 보내다 보니 담당 브랜드를 넘어 서울드래곤시티라는 동지애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냉소적인 외부 시선을 우리가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고요.

문숙림 아마 (세 분 중에서는) 제가 제일 처음에 왔을 거예요. 그때는 전체 인원이 20명 정도였고, 오피스로 가기 전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시작했어요. 공사하시는 분들과 호텔 운영팀 일부가 들어와 있는데, 그 안에서도 자신감은 충분했던 것 같아요. 적은 인원이었지만 회사에서 주는 자료를 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기는 진짜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19성 호텔‘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그랜드 머큐어 등 산하 네 개 호텔의 등급을 합산한 숫자다. [사진=서울드래곤시티]
서울드래곤시티는 ’19성 호텔‘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그랜드 머큐어 등 산하 네 개 호텔의 등급을 합산한 숫자다. [사진=서울드래곤시티]

 

Q 어떤 내용에서 확신을 갖게 됐나요?

문숙림 용산은 서울의 중심이다. 강북과 강남을 통합하는 중심. 관광을 하려면 명동을 가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강남을 간다. 우리는 양쪽 모두에 접근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핵심인 서울에서 용산이 중요 지역으로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고 (회장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서울드래곤시티의 구상은 이름에도 녹아 있습니다. 이름을 정하기까지 몇 달 동안 수많은 이름을 검토했어요. 결론이 서울드래곤시티였죠. 호텔 건물이 용(‘ㄹ’)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드래곤’을 넣었고, 단일 건물을 넘어 일대를 아우르는 ‘시티’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이름에 담았습니다.

 


서울드래곤시티 꼭대기 층에서 내려다본 옛 용산정비창 부지는 아직 황량했다. 적갈색 토양이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며칠간 비가 내린 탓에 큰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이 부지에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10년여 표류 끝에 최근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코레일과 SH공사 등 공공이 5조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지구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서울드래곤시티의 장기 로드맵도 국제업무지구와 닿아 있다. 승만호  회장은 2017년 호텔 개장 당시 매체 인터뷰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를 능가하는 도시”라며 “뜻 맞는 이들과 함께라면 개발 주체 적임자는 서부티엔디”라고 강조했다. 

서부티엔디는 이미 호텔 근처의 용산전자상가 건물(나진상가 12·13동)을 매입, 이곳을 서울드래곤시티와 시너지를 내는 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Q 야심차지만,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어떤 동료와 함께 하게 될까, 처음엔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을 것 같은데요. 기억나는 서로의 첫인상이 있다면. 

오상준 이대일 팀장은 굉장히 열정적이었어요. 개장 첫 날 열심히 준비했지만, 본인 성에는 안 찬 거죠.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요. 개장하고 열흘 정도는 집에도 안 가고 호텔에서 살았어요.

이대일 17년간 호텔에서 일하면서 일 때문에 울었던 적은 2017년 10월 1일,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모든 손님을 체크인해 드리고 객실까지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도 미진한 부분이 나오다 보니) 직원식당에서 총지배인님과 하우스키핑 팀장님 앞에서 눈물을 보였죠.

 

Q 서울드래곤시티를 보면, 힘든 시기를 함께한 친밀감과 신뢰감이 리더십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대일 아까 첫인상을 여쭤보셨는데, 문숙림 팀장님의 첫인상은 ‘반전’이었어요. 잘 웃으시지만, 가장 무서우신 분이거든요. 일적으로 확실하기 때문이에요. 이분에게 뭔가를 설득시키려면 일적으로 정확하게 다가가야 하겠구나, 이런 느낌이 듭니다.

문 팀장님처럼 한 부서의 전문성을 보여주니까 다른 직원들도 그런 부분을 존경하고, 그러니까 서로 유대감도 있는 거죠. 팀장님께서 요청하면 분명히 세일즈 쪽으로 어떤 포인트가 있겠구나, 운영적으로 그걸 지원하는 건 저희들 몫이니까 최대한 따르는 거죠. 사실 무엇이든 바꾸려면 손이 많이 가거든요. 당장 물품부터 바꿔야 하고요. 그럼에도 따르는 이유는 믿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