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증권사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3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을 발표하며 증권회사 60곳의 순이익은 8959억원으로 전분기(1조466억원)보다 14.4%(1507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수탁 수수료, 채권 관련 손익은 증가한 반면,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해외 대체투자와 ETF 등 폰드 손익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수수료 부문에선 수탁 수수료가 전 분기 대비 473억원 증가한 1조5381억원을 기록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됨에 따른 IB 업무 위축으로 IB부문 수수료가 전분기(9761억원)보다 12.8% 감소한 8511억원으로 집계됐다. IB 수수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4조1418억원)과 비교해도 2조5858억원으로 37.6%가 감소했다.
특히 미수금과 투자자예수금이 감소함에 따라 자산과 부채가 동반 감소했다. 올해 9월 말 증권회사의 자산총액은 682조2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건전성 회복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 자본은 늘리고 차입금은 줄였지만, 순자본비율과 레버리지 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증권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740.9%로 6월 말(731%)보다 9.9%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레버리지 비율도 638.2%로 4.4%포인트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증권회사 레버리지비율은 1100%로 모든 증권사가 규제 비율을 충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가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PF 연체율이 늘고 있고 PF 대출 만기 또한 가까운 시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7.28%를 기록, 지난해 말 이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브릿지론 만기 또한 내년과 후년에 집중돼 만기 연장이 안 될 경우, 시장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부실이 본격화돼 자산 매각이 시작되면 후순위인 증권사나 캐피털, 저축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져질 수 있어서다. 나이스(NICE)신용평가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브릿지론 상당 부분이 2021~2023년 계약한 사업장으로 계약기간이 3년 이상인 본 PF 만기와 맞물려 상환이 집중될 수 있다.
그럼에도 마냥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PF 리스크가 내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총선까진 PF 부실과 관련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반기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돼 부동산 시장도 연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당국에서 PF 보증 확대를 위한 정상화 기금을 2조 늘리고 금융권에서도 긴급자금을 5000억원을 지원해 저축은행과 캐피탈 부실 우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부동사 익스포저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건전성·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는 한편,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도록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