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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영의 이코노믹 브리프] '홍콩 ELS 사태'... 본질적으로 파두 사태와 같은 모습

‘모럴헤저드’, ‘전문성 부족’, ‘부실한 투자위험 고지’ 등 구조적 문제가 핵심… 제도 개선만으로 해결 안 된다.

  • 기사입력 2023.11.30 18:58
  • 최종수정 2023.12.08 17:23
  • 기자명 윤두영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금융 상품 불완전 판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문제를 대하는 자세는 판매사, 감독기관, 금융 상품 제조사 모두 변한 것이 없다. 판매사인 은행은 주어진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항변한다. 감독기관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하듯 제도를 바꾼다. 이번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점검검사 후 제도개선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심지어 문제의 원인을 나이 탓으로 돌린다. 나이가 많은 고령층은 이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품을 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만약, 금융기관이나 판매사들이 고령층에게 ELS 판매를 금지하면 불완전 판매가 없어질 것으로 조금이라도 믿는다면,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은 미래가 없다.

ELS 관련 불완전 판매 논란은 2015년, 2018년에 이어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국내 금융시장의 고질적 문제이다. 금융감독 기관은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를 이후 은행이 취급하는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최대 원금손실 가능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상품을 고위험 금융상품으로 규정하고, 공모펀드 중심으로 판매하도록 했다.

아울러 당국은 공모 방식 고위험 상품에 대한 녹취 의무와 숙려기간 부여 대상을 고령투자자에서 모든 일반 투자자로 확대 적용했다. 고령층 나이도 기존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강화하고, 상품 설명도 은행 직원의 자필 서명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개선한 바 있다.

그러나, 제도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라면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다. ‘모럴헤저드’와 '전문성 부족', 그리고 형식에 치우친 '부실한 투자위험 고지' 등 구조적으로 누적된 문제가 본질이다. 광고 등을 통해 판매 창구에서 상품 가입을 직간접적으로 권유하면서 투자위험을 함께 설명한다면,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기 어렵다.

따라서, 아무리 공모 상품이라도 큰 폭의 원금 손실이 가능한 고위험 상품은 나이를 불문하고 판매사가 광고를 하거나 판매 창구에서 개인들에게 권유하면 안 된다. 스스로 관심을 두고 찾아온 고객에게만 투자위험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설명하면 된다. 사실, 녹취도 많은 서류도 필요하지 않다. 은행 창구의 부담도 줄이고 투자 위험을 효율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 

그리고, 판매 창구에서 상품을 권유하지 않는다면 금융상품 개발 제조사들은 더욱더 신중한 상품 설계에 나설 수밖에 없다. 팔기 힘든 상품을 만들어 낼 국내외 증권사(발행사)는 없다.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알리기 위한 광고는 일반은행이 아니라 상품을 설계하고 만들어 낸 제조사가 직접 하도록 해야 한다. 

파두 IPO 사태도 같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파두와 주관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어디에도 현 상황을 제대로 설명한 투자 리스크 요인이 언급된 부분을 찾기 힘들다. 올 7월 26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증권신고서에 올라온 투자설명서에 일부 언급되어 있으나 칸 채우기식 나열에 불과한 모습이다.

그리고, 일부 항목은 리스크 요인인지 투자 유발 요인인지 구분이 안 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다른 IPO 기업도 비슷한 수준이 아닐지 싶다. 진실한 투자자 보호는 투자 위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발간되는 증권사 리서치 자료도 상황은 비슷하다. 종목 리서치 자료 맨 마지막 장에 보면 “어떠한 경우에도 자료는 고객의 주식투자의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자신들은 최선을 다해 자료를 만들뿐, 정확성과 완전성은 보장할 수 없으니,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부 증권 유튜브 방송에서도 아주 빠르고 짧게 비슷한 문구를 전달한다.

일부 증권사는 이 문구가 투자 유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믿는 듯하다. 무지에서 비롯된 믿음이다. 이 표현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약 20년 전으로 기억한다. 당시, 이 문구를 사용하려면 ‘투자 위험 요인(risk factors)’을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 투자 위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도 변화로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현실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규모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번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씩 손실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은 감내하기 힘들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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