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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의 ART] 20년만에 서울 복귀한 소더비… “좋은 작품은 불황에도 굳건하다”

  • 기사입력 2023.11.27 12:00
  • 최종수정 2024.03.19 15:35
  • 기자명 조상인

20년 만에 다시 서울에 진출한 소더비를 책임지는 윤유선 소더비 코리아 대표를 단독 인터뷰했다. 조상인 칼럼니스트 사진 강태훈 

 

1744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가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한국 지사를 다시 열었다. 9월 초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KIAF) 개최에 맞춰 ‘얼굴없는 낙서 화가’ 뱅크시의 전시를 기획하며 화려한 전입신고식을 열었다.

크리스티(Christie’s)와 더불어 세계 미술시장을 양분하는 소더비는 기업형 경매회사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1990년 대한민국에 처음 진출한 글로벌 옥션하우스였지만 2000년대 초 철수를 결정했다. 약 20년 만에 소더비 코리아가 재입성 하면서 서울은 크리스티, 필립스옥션 등 세계 3대 경매사가 모두 진출한 도시가 됐다.

소더비 한국사무소는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이 내다보이고, 페이스(PACE)·리만머핀(Lehmann Maupin) 등 굵직한 갤러리들이 즐비한 용산구 한남동에 둥지를 틀었다. 새 사옥 개관 후 첫 단독 인터뷰에 나선 윤유선 소더비 코리아 대표를 이곳에서 만났다.

윤 대표는 뉴욕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후 현지에서 일했고, 귀국해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과 뉴욕 디렉터를 지냈다. 이후 크리스티에서 근무했고, 필립스옥션 한국 대표를 거쳐 소더비 코리아까지 맡으며 ‘경매사 그랜드슬램’을 이룬 인물이 됐다.

 

올해 아시아 진출 50주년과 함께 20년 만에 한국에 재진출한 소더비는 지난 9월 5일부터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21세기 화제의 예술가 뱅크시와 키스 해링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공동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올해 아시아 진출 50주년과 함께 20년 만에 한국에 재진출한 소더비는 지난 9월 5일부터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21세기 화제의 예술가 뱅크시와 키스 해링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공동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Q 소더비가 한국으로 다시 온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미술시장의 어떤 점을 경쟁력으로 판단했나?

서울은 지난해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유수의 해외 갤러리들이 계속해서 전시장을 열고 있는 곳이다.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올해는 소더비가 홍콩 사무소를 열며 아시아에 진출한 지 50주년 되는 상징적인 해다.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소더비의 범아시아 전략과 맞물려 서울 사무소를 열게 됐다. 한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술시장 중 하나이며, 많은 주요 컬렉터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컬렉터 중 일부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싶어 하는 ‘MZ 컬렉터’라는 점도 의미있다. 우리는 한국의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동시에 우수한 한국미술을 글로벌 경매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Q 소더비는 2019년 프랑스 통신회사 알티스(Altice)에 인수됐다. 아시아 헤드쿼터인 홍콩 지사는 파트리크 드라히 알티스 회장의 아들인 나단 드라히가 총괄을 맡아 의욕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만큼 아시아 비중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인가?

아시아는 이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술시장이다. 올해 소더비에서 고가 낙찰된 상위 10점의 근현대미술(Modern & Contemporary Art) 중 절반을 아시아 컬렉터들이 가져갔다. 3월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부채를 든 여인’이 홍콩 컬렉터에게 1억 840만 달러(약1,400억원)에 낙찰돼 클림트의 경매 최고가이자 유럽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미술품으로 기록됐다. 5월에는 클림트의 또 다른 작품을 일본의 개인 컬렉터가 5,320만 달러(약 688억원)에 낙찰받았다. 아시아 컬렉터들의 작품 구매액은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인상주의와 근현대 미술품에 대한 아시아 구매자의 입찰액은 70% 이상 늘었다. 아시아 고객의 평균 입찰가는 전 세계 다른 지역 고객의 두 배 수준이다.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다.

 

Q 아시아의 거점 도시들은 각각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우리는 1973년부터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뒀고, 지금은 홍콩의 명품거리 랜드마크채터에 2,230㎡(약 675평) 규모로 신사옥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가을부터는 새 공간에서 홍콩 경매가 열릴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컬렉터들의 중심지이자 프라이빗 뱅킹 및 패밀리 오피스의 국제적 허브로 부상한 싱가포르에서는 지난해부터 라이브 경매를 개최하고 있다. 소더비의 일본 사무소를 이전했고, 베트남 대중들을 위한 전시를 개최하는 등 일련의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역동적인 예술도시 서울에 사무소를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더비 아시아의 경우, 지난 3년간 40세 미만의 젊은 컬렉터들이 한국 전체 입찰자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이들은 세계 미술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Q 여러 경제지표가 불황 진입을 암시하고 있지만 소더비의 경매기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 경매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기록적이었던 작년에 비해 매출이 소폭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을(10월)에 열린 홍콩경매에서는 근대 거장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폴레트 주르댕(Paulette Jourdain)’이 2억7,300만 홍콩달러(약 453억원)에 낙찰돼 홍콩 지역에서 거래된 서양미술품 중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현대미술에서도 흑인 여성작가 줄리 메레투의 ‘무제’가 7,300만 홍콩달러(약 122억원), 박서보의 ‘묘법 No.37-75-76’이 2,040만 홍콩달러(약 35억원)에 팔려 각각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좋은 작품은 경기변동뿐만 아니라 불황 앞에서도 굳건하다.

 

Q 내년 경매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올가을 홍콩 경매에서 ‘블루칩’이라 불리는 주요 서양미술가들의 새 기록이 쏟아졌다. 모딜리아니를 비롯해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한국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알렉스 카츠, 마크 브래드포드, 조나스 우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출품작의 대부분을 아시아 컬렉터들이 구입했다. 호황이던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신중한 입찰이었지만, 경험상 아시아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이 있기에 낙관적으로 본다. 소더비는 미술품 외에도 보석과 명품 거래도 중시하는데 가을 경매에서 11.28캐럿의 화려한 팬시 비비드 블루 컷 다이아몬드가 1억 9,820만 홍콩달러(약 330억원)에 낙찰돼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블루 다이아몬드 가격을 기록했다. 시계 부문에서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판매 총액을 거둬들였다.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컬렉터들의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Q 하지만 한국의 미술품 경매시장은 올해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한국 미술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국 미술시장은 올 초부터 약간의 조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컬렉터들은 계속 미술품을 구입할 것으로 본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눈에 띄는 양질(High Quality)의 작품이라면 고가여도 주목을 끈다. 훌륭한 예술작품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것을 구입하고자 하는 자산가 컬렉터의 큰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컬렉터층은 상대적으로 좁았지만, 신규 컬렉터가 늘고 있다. 새로이 진입한 컬렉터들은 MZ를 포함한 젊은 세대이며, 이들에게 미술품 수집은 그들이 즐기는 문화의 일부라는 점이 중요하다. 소더비 아시아의 경우, 지난 3년간 40세 미만의 젊은 컬렉터들이 한국 전체 입찰자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이들은 세계 미술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제 한국도 초현대미술(Ultra Contemporary Art·1974년 이후 출생 작가들의 작업)의 핫스폿이 되고 있다. 즉 한국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강력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본다. 


 

※ 조상인 칼럼니스트 필자 조상인은 미술사와 미술경영을 전공한 저널리스트다. 미술시장 전문가이며 근대미술서 《살아남은 그림들》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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