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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영의 이코노믹 브리프] 위기 관리가 절실한 2024년 한국 경제

선거에 매몰되어 정책 공백 생기거나 일관성 훼손되면 위기감 커질 것

  • 기사입력 2023.11.23 17:34
  • 최종수정 2023.11.23 17:35
  • 기자명 윤두영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최근 ‘피크 코리아(Peak Korea)’에 대한 내용이 지면에 자주 등장한다. 저성장∙저활력이 핵심 키워드이다.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풀이해 볼 수 있지만, 너무 비관적인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잠재성장률은 2%대 초에 머물러 있고, 올해에는 1%대 중반도 넘기기 힘드니 비관적 논리가 주목받는 듯하다. 과거 4~5%를 넘는 고성장을 구가하던 1980~90년대와 비교해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맞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하면 오류에 빠진다. 당시 성장의 핵심 동력은 투자를 통한 생산력 확대였다. 수출을 독려하던 정부는 기업 대출에 매우 관대했다. 은행은 자신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세계 자금 시장 불안과 경기 위축으로 대규모 투자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부실이 쌓이면서, 1997년 한국 경제는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지금도 4~5% 경제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 기업 부채비율을 300% 이상 끌어 올려 투자와 생산을 확대한다면 공장도 짓고 내수와 수출도 늘어 경제 성장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잃는 것도 많다는 것을 IMF를 겪으면서 배웠기 때문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다.

눈물나는 흑자 도산을 경험한 많은 한국 기업들은 IMF 이후 보수적 자금 운용에 나섰다.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썼고 그 결과 기업 평균 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성장율을 감소했지만,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 상황은 크게 개선됐으며, 고성장기에 나타났던 높은 물가상승률과 고금리 상황도 많이 해소됐다. 

향후, 한국 경제의 중요한 화두는 산업 및 기업 구조 개선, 기초과학 발전과 신기술 확보를 통해 경제의 내실을 다지고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제 한 달을 남겨두고 있는 2023년 한국 경제는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OECD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낮아지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도 이어가고 있다.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의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1.4%(한국은행 전망치, 2023년8월) 경제 성장은 나름 괜찮은 성적표라고 생각한다. 과거 1980~90년대와 같이 기업 부채 비율이 높고 인플레이션이 압력이 높았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것이다.

저성장을 해오던 일본 경제가 우리보다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 경제의 모습이 더 나아 보이는 것은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다.

분명, 객관적으로 일본은 올 한 해 경제 상황을 나름 잘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고질병 치료를 위해 먼 길을 가야하는 일본 경제는 아직 첫발도 못 떼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마련한 장치인 ‘제로 금리’ 정책과 무리하게 늘려 온 국내 부채 문제가 맞물려 미래로 나가려 하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어서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를 풀려고 하니 일본 엔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 우려와 함께, 일본 중앙은행(Bank of Japan)의 유동성 위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 실패하면 모처럼 찾아온 선순환 구조로의 진입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악순환 고리로 회귀하면, 일본 경제는 또 다른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 경제는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명암이 교차하는 시점에 서 있다. 일본에서 ‘피크 코리아(Peak Korea)’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024년 한국 경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높아진 불확실성을 맞이하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구촌 곳곳에서 70여개가 넘는 선거판이 벌어질 예정이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억 명이 선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은 내년 11월에 대선을 치른다. “푸틴의 운명이 러시아 국민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미국 대선 결과가 전 세계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과에 따라 미국∙중국과의 무역 분쟁 수위도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있다.

내년 1분기는 지난 수년간 불황에 시달려 온 기업과 가계의 피로도가 매우 높은 시기이다. 한국도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들리는 말로는 경제 수장인 기재부 장관도 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칫, 선거에 매몰되어 경제 정책의 공백이 생기거나 일관성이 훼손되면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위기 관리 실패로 어떤 한 분야에서 버블이 터진다면 금융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쉽게 확산된다. 2023년 한국 경제는 불황의 고비를 힘겹게 넘어서고 있다. 2024년 예상되는 높은 불확실성을 이겨내면, 한국 경제는 일본, 중국보다 빠르고 강한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 믿는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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