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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워치] “중국 경제의 미래는 내수에 달려 있다”

  • 기사입력 2023.11.10 17:06
  • 기자명 윤두영

중국 정부는 내수를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대외 무역에 비해 내수 성장이 저조한 핵심 이유는 소비를 주도하는 가계 부문의 경제 기여도가 구조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 장려를 위한 정부의 공급측면 강화로 인한 결과이다. 미국의 경우 경제 전체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지만, 중국은 40%에 불과하다. 민간 수요 개선을 위해선 임금 상승이 뒤따른다. 결국,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선 수출부문의 희생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 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아시아 워치(ASIA WATCH)는 중국의 4대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인 장강경영대학원(CKGSB)에서 발간하는 《Knowledge Magazine》 원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는 정부의 경제 계획에 따라 보다 고도화된 소비경제로 전환되어 왔다. 중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인구 14억 명 중 절반 이상이 중산층으로 분류되었으며, 인당 가처분소득은 같은 기간 약 700%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증가율의 200%인 2.5배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중국 민간 소비 증가가 매우 빠르게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처분 소득의 증가와 함께 신용 및 기타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짐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가 증가했다. 오락 및 여가, 식음료, 교육, 건강, 임대, 운송 및 의류가 소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소비자들은 고급 전자제품, 수입차, 고급 휴양지, 비싼 사교육 및 의료 서비스 등 이전에는 감당할 수 없었던 사치품과 서비스를 적극 소비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08년에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사치품 소비 시장이 됐다.

한편 중국은 지출 증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계 저축률을 유지해 왔다. GDP에서 차지하는 총국민 저축률은 2021년에 44%에 이르렀으며, 이는 미국(17%)과 일본(26%)의 저축률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민간소비 심리 하락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중국 민간 소비가 팬데믹 상황 전개와 함께 주춤하고 있다. 장강경영대학원이 발표하는 기업 경기 신뢰도 지수인 BCI(CKGSB Business Conditions Index) 추이를 보면, 2023년 3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간신히 50포인트를 넘어섰다. 또 중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 지표도 94.9p를 기록해, 중립 수준인 100p에 미달했다. 국내 민간 부문의 소비자 신뢰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팬데믹 사태 발생 이후 최근까지 중국은 전국 214개 도시에서 오프라인 소비가 3298억 위안(459억2000만 달러) 감소(-32%)했다. 규제가 해제된 후 초기 지출이 일시적으로 급증했으나, 소비 심리는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2022년은 수십 년 만에 중국의 경제 성장이 가장 둔화된 해였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경기 둔화, 실업률 증가 등 다양한 요인들도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 보수적 소비행태로 돌아선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 데 높은 관심을 가졌다. 맥킨지가 2023년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도시 가구의 58%가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돈을 모으고 싶다”며 소비에 반하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19년보다는 9% 높은 수치이다.

보수적인 소비 행태는 소비자들의 사치품 구매 동향에서도 나타난다. 2022년에 한국 소비자들은 전체 168억 달러어치의 사치품을 구매했는데, 이는 한국 국민 1인당 325달러에 해당한다. 반면, 중국은 인당 지출이 50달러에 불과했다. 물론, 시장 규모 전체로 보면 중국 시장은 거대한 인구 때문에 한국보다 큰 규모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긴 하다.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관인 분더맨 톰슨(Wunderman Thompson)의 중국 혁신 및 전략 책임자인 조이스 링(Joyce Ling)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사치품 판매가 감소했고,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경기가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품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변화가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미래 소비자들의 소비 지출 태도의 변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인들의 소비를 억누르는 구조적 문제 중 또 다른 하나는 높은 수준의 실업률이다. 지난해에는 실업률이 5.6%에 달해, 2019년 5.1%에 비해 높았다. 심각한 문제는 높은 청년 실업률이다. 2023년 5월 청년 실업률은 20.4%로서, 팬데믹 이전 수준인 11.9%에 비하면 거의 두 배나 높아졌다.

해외에서 밀려드는 고급 노동력도 소화하기 버겁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에서 일하던 많은 중국인들이 해고되었고,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청년 고용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한편, 서구 및 선진 경제와 비교했을 때, 민간 가계 부문의 보유 자산 규모가 기업 및 국가의 보유 자산 규모에 비해 상당히 작은 편이다. 국제 통화 기금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가계 부문이 금융 자산의 약 57%를 보유하고 있고 기업 및 국가가 약 43%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가계 부문이 전체 자산의 약 71%를 차지하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일본 및 독일과 같은 다른 국가도 중국과 비교해 가계 금융 자산의 규모가 높은 수준이다. 

 

중국 소비시장의 뉴노멀, ‘웰니스’ 

 

정부와 기업들은 2023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소비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예측한다.

분더맨 톰슨(Wunderman Thompson)의 조이스 링(Joyce Ling)은 “북경, 상해와 같은 1선 도시에서 소비가 더 빨리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 전체 평균 소비 수준이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민간 부문 소비지출의 급격한 감소는 중국 경제의 여러 부문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민간 소비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낮아져, 70%에 육박하는 미국 경제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민간 소비 감소가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베이징대학의 광화경영대학원(Guanghua School of Management at Peking University)의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 재무학 교수는 “중국의 미래 성장률은 소비 증가 정도에 달려 있다”며 “민간 부분의 소비 증가 없이는 중국이 GDP의 40%를 넘는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 소비자들의 태도는 크게 변했다. 과거와 달리 사치품보다 자신의 삶에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건강과 관련한 요가 장비, 명상 워크숍, 쿡웨어 등 웰니스(wellness)를 개선시키기 위한 제품 구매가 급증했다. 해외 기업을 포함해 중국 내 기업은 단순 상품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취향에 맞는 가치를 더해 팔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 접근 방식을 재평가하고, 소비자들과 소통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한 예로 이케아(IKEA)는 소노스(SONOS)와 협력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스피커 램프를 만들었다. 그리고 운동복 등을 판매하기 위해 10년 전 중국에 진출한 룰루레몬(lululemon)은 중국 중산층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오히려 상황이 어려운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 내 사업이 본격화됐다. 

 

수요 강조하는 정부… 임금 증가속도 빨라질 것

 

중국 정부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지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0년 다섯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지급준비율 인하, 특정 산업에 대한 직접 신용공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1조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경제에 투입하는 등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조치를 취했다. 

국내외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치도 뒤따랐다. 2020년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중국 진출 기회 확대를 위해서 참여 가능한 산업의 수를 늘릴 것을 약속하는 새로운 외국인 투자법을 실시했다. 또한 디지털 경제, 바이오 의약 및 첨단 제조업과 같은 핵심 산업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했다.

더불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세금 감면 정책도 시행했다. 온라인 구매 시 쿠폰 사용과 할인 등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쇼핑도 장려하고 있다. 여행을 할 수 없었던 팬데믹 동안, 중국 정부는 쇼핑객들이 해외 여행을 하지 않고도 사치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국내 면세점을 개장한 적도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기업들이 결과적으로 더 높은 매출 성과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과거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을 더 강조했다. 이는 국내 민간수요의 개선보다는 수출 증대와 사회 간접자본 개선을 위한 건설 투자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제14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2025까지 내수 비중을 중국 전체 GDP의 60%까지 늘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매우 낙관적이었던 중국 개인들의 소비 심리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소비자들의 지출 태도 및 소비 가치에 대한 인식도 분명 많이 달라졌지만, 가계 소득의 개선이 더딘 점도 소비 심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대부분의 소비자가 느끼듯 지난 몇 년간 모든 비용이 올랐지만 수입은 거의 늘지 않았다.

평범한 소비자인 첸(Chen)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 등에 드는 비용은 줄일 생각은 없지만, 가계의 재정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부득이 다른 비용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 운용이 과거와 달리 공급보다 수요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둔다면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은 올라갈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소비 심리위축을 해소하기 위해선 미래 소득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져야만 한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경제 성장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해 온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벗어난다면, 민간 소비 증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중국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다소 뒤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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