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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이러닝 1.5세대’ 김형섭 대표 “한국형 칸 아카데미 함께 고민할 때”

김형섭 상상스토리 대표

  • 기사입력 2023.11.07 17:0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20년간 학습관리시스템(LMS) 등 에듀테크 인프라를 개발해 온 김형섭 상상스토리 대표는 “강사뿐 아니라 업계 종사자 모두가 교육자”라고 말한다. 그가 정의하는 교육자는 ‘교육 기회의 평등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김형섭 상상스토리 대표 한양대 화학과 졸업, 경영정보시스템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 학습관리시스템(LMS) 및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상상스토리’를 창업, 데이터품질관리 및 교육시스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나본 사교육 종사자의 상당수가 마음 한구석에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 장사꾼과 교육자의 정체성 사이에서 쉽지 않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_《대치동》

대치동 학원장 출신인 저자는 책에서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고백한다. 저자뿐 아니라 많은 교육산업 종사자가 마음속 한편에 교육기회 평등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다. 특히 이러닝과 에듀테크를 표방하고 나온 많은 기업이 더 나은 교육기회의 보장을 명분으로 내걸고 나왔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윤 추구가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이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대형 입시 업체들과 수능, 모의평가 출제 교사들이 문제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위법 여부를 떠나서 교육시장 자체가 대학 입시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년간 민간 교육시장에 종사한 김형섭 상상스토리 대표 역시 “한국에 K12(유아 및 초중등 교육과정)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가 많지만, 입시 위주인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2004년 이러닝산업발전법을 제정했을 만큼 온라인교육에 관심이 많았다”며 “그런데도 교육기회 평등을 위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가 없었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강사뿐만 아니라 교육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교육자”라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칸 아카데미를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다. 칸 아카데미는 미국의 K12 대상 공개 온라인 교육 서비스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Q 교육업 종사자라고 한다면.

이러닝 산업은 크게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을 개발하는 교육 솔루션 공급업체,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교육 콘텐츠 공급업체, ▲콘텐츠를 유통하는 교육 서비스 업체로 이뤄져 있습니다. 세 가지를 모두 하는 업체도 있고, 업체끼리 분업을 하기도 해요. 상상스토리는 LMS 개발을 주력으로 하면서 콘텐츠도 만듭니다. 하는 일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이렇고,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K12라고 해서 초등생부터 고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와 대학 학점은행, 그리고 성인 대상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보면 교육자라고 하는 것이 꼭 강의하는 하는 선생님만 뜻하는 게 아니에요. 교육업의 종사자 모두가 교육자가 돼야 하죠. 학습자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교육을 받고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가 교육자예요. 그런데 온라인 교육 시장에서 이렇게 교육자적 마인드를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를 하기는 쉽지 않죠.

 

Q 아무래도 실적을 내야 하는 기업이니까요.

물론 민간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역할을 좀 더 키워보자는 겁니다. 한국 온라인 교육은 입시에 너무 편중돼 있어요. 온라인 교육의 본질은 편의성이 아니라 교육 기회의 평등이거든요. 근원적 기능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Q 당장의 이윤 추구가 시장의 가능성을 해치는 경우도 있죠.

미네르바 스쿨 같은 경우가 그렇죠. 한국도 미네르바 같은 대학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은 되거든요. 2000년대 평생교육법, 고등교육법을 개정해서 사이버대학을 인가했죠. 또 학점인정법을 만들어서 교육부 승인을 받은 교육훈련기관에서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했어요.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학점당 가격을 놓고 경쟁해요. A기관에서 학점당 5만원이라고 하면 B기관에서는 4만5000원인 식이죠.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는 전문 업체를 써요. 실적 만큼 업체와 이윤을 나누죠. 이렇게 온라인 교육기관이 싼 값에 가능한 한 빠르게 학위를 취득하는 용으로만 쓰이니까 미네르바 스쿨 같은 대안적인 학교가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교육자적 마인드의 문제라고 봐요. 

 


칸 아카데미  미국의 펀드 매니저 살만 칸이 2005년 설립한 비영리 온라인 교육 서비스. 190여 개국에 45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 과정까지 8000여 개의 강의를 제공한다.

미네르바 스쿨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이 2012년 설립한 대학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세계 7개 도시에 기숙사를 뒀다.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를 돌며 현지 산업을 배운다.


 

Q 온라인 입시업체도 교육 혁신에 기여한 바가 있지 않을까요? 예컨대 도서 지역에 있는 학생들도 서울 수준의 교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했죠.

맞습니다. 다만 이쉬운 점은 온라인 교육의 원래 목적이 학습자를 대규모로 모객해서 돈을 더 벌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정 업체, 특정 강사에 이윤이 집중되기 시작하면 산업 비대칭이 생깁니다. 이윤이 솔루션 업체, 콘텐츠 업체, 서비스 업체 이렇게 골고루 분배돼야 기술도 고도화되고 콘텐츠도 다양해집니다. 온라인 교육업체들의 공이 크지만 부작용도 있는 겁니다.

 

Q 어떤 대안이 나와야 할까요?

입시가 아니라 K12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나와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공교육이 디지털로 넘어올 수 있게끔 민간에서 도와야 합니다. 해외에는 무료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많아요. 예를 들어 칸 아카데미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웹사이트를 운영해요. K12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죠. 개념별로 이해도를 측정하고 보상을 제공하는 개인화된 학습 시스템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미국에선 학교 선생님들이 교육 자료로 이미 활용하고 있어요. 한국엔 이런 서비스가 없죠. 칸 아카데미의 한국어 웹사이트가 있지만, 모든 과목을 다루진 않아요. 

 

(한국형 칸 아카데미에 대한) 제 생각을 누군가가 외서 보정하고 조율하고, 그렇게 해서 하나의 정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산업 안팎에서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Q 칸 아카데미는 여러 기업의 후원으로 가능했는데요. 

교육업에 오래 종사하신 분들은 비슷한 생각을 해보셨을 거예요. 시도해 보신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산업 안에서 종사하는 분들만 뭉쳐서 하려고 하니까 잘 안 돼요.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외서 보정하고 조율하고, 그렇게 해서 하나의 정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산업 안팎에서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저 역시 교육자로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탄력만 받으면 물리적으로는 준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가 아니니까, 서비스 업체들과 협력하고, 관심이 있는 기업들의 도움도 받으면 어떨까 합니다.

 

Q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신 계기가 있으십니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예전에 국내 처음으로 승무원 온라인 교육센터를 만들었어요. 승무원을 준비하려면 모두가 서울 홍대까지 왔어야 했거든요. 승무원 학원 관계자들을 초빙해서 온라인 강의를 만들고, 항공사 합격생들을 데리고 와서 시험 준비를 돕게 하기도 했고요. 병원 코디네이터 온라인 교육도 처음으로 시도해 봤습니다. 사실 그런 게 수익은 없다시피 합니다. 시장 규모 자체가 작으니까요. 그래도 교육기회의 평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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