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Wheel of Fortune⑧글로벌 확장] 창업에 국경 없다...한국 진출 노리는 해외 스타트업

최화준의 아카데미즘

  • 기사입력 2023.11.04 09:00
  • 기자명 김나윤 기자

국내에 정착한 해외 스타트업들은 모국과 한국의 단순한 가교 역할을 넘어 경제적 주체로 활동하며 가치 창출에 힘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창업가들과 직접 이야기 나눴다.

지난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최한 ‘K-Startup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에 나선 외국인 창업가의 발표 모습. [사진=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난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최한 ‘K-Startup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에 나선 외국인 창업가의 발표 모습. [사진=정보통신산업진흥원]

유목민을 의미하는 ‘노마드(Nomad)’는 21세기 일자리의 극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근로자들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고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됐다. 과거의 노마드가 개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오늘날 노마드는 기업 수준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특히 유연성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본사를 자유롭게 옮기기도 한다. 최근엔 모국을 떠나 새로운 국가에 정착하는 글로벌 스타트업과 창업자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 등 창업선진국은 글로벌 창업자를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해외 스타트업 친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글로벌 창업 대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 계획뿐 아니라 자국으로 해외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한 인바운드(Inbound) 지원 계획을 밝혔다.

창업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인바운드에 주력해 온 것과 달리 그동안 아웃바운드에 집중해 온 우리나라가 뒤늦게나마 인바운드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 미미한 게 현실이다. 당장 언어와 문화에 장벽을 마주하게 되면서 사업 운영을 위한 정보 취득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국내 창업생태계 안팎으로 몸담고 있는 외국인 창업가들은 “한국 스타트업계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면서도 “해외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은 아직까지 한계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르타 알리나(Marta Allina)

마르타 알리나.폴란드 출신으로 현재 부산에서 거주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빌더. 국내 최대의 스타트업 커뮤니티 ‘서울 스타트업즈’을 만들어 운영 중. 글로벌 혁신 에이전시 ‘저먼 앙트레프레너십’의 한국 총괄.
폴란드 출신으로 현재 부산에서 거주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빌더. 국내 최대의 스타트업 커뮤니티 ‘서울 스타트업즈’을 만들어 운영 중. 글로벌 혁신 에이전시 ‘저먼 앙트레프레너십’의 한국 총괄.

 

Q 최근 서구권에선 글로벌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이라면 아웃바운드뿐만 아니라 인바운드로 들어오는 기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활발한 인바운드는 창업선도국의 이미지를 제고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분명히 도움이 되기에 주요국들이 전략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서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인바운드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 산업의 혁신 아닐까.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창업자들이 만나서 공유하는 생각은 시장과 기술력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이런 교류들은 수많은 글로벌 이슈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 오지 않았나.

 

Q 오랫동안 국내 창업생태계를 경험하며 느낀 점은.

창업자의 사고방식이 짧은 시간 내 많이 변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이전보다 창업자들의 연령대가 눈에 띄게 젊어졌고 성향도 외향적으로 변하면서 적극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과거엔 기술력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면 최근엔 다양한 고객들과 소통하며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추진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한층 높아졌다.

글로벌 도약을 위한 움직임도 많이 보인다. 글로벌 창업 대회에 참가해 능통한 영어로 발표하고 외국인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애당초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때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염두한 채 다각도로 준비하더라.

 

 

Q 한국 창업생태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한국 스타트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혁신적이고 다이내믹하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뿐 아니라 최근 만난 다수의 해외 투자자와 엑셀러레이터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에 대해서도 대단하다고 언급하더라.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가진 능력에 비해 세일즈 자신감이 부족하단 외부 의견이 많은 편이다. 창업생태계가 지나칠 정도로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 구조이기도 하고. 응집력을 가지고 지원하는 창업자 커뮤니티도 드물어서 스타트업들이 항상 경쟁 상태에 갇힌 모습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진출을 고려했다가 포기한 해외 스타트업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

 

Q 정부 및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스타트업 인바운드 지원 정책을 평가하자면.

실질적인 스타트업 지원보다는 교육이나 장학 프로그램과 비슷한 양상이다. 스타트업들은 정착금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사무실에서 출석해야 하고 일종의 숙제도 부여받지 않나. 양적 성과보다는 질적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수의 스타트업을 단기적으로 초청하는 것도 좋지만 소수의 스타트업에게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보장해서 시장 발견, 검증 및 진출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프로그램도 린(lean)하고 실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 작성 위주가 아닌 한국 생태계에 관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선 세금 혜택, 법인 설립 도움, 특허 확보 지원 등의 실제적 도움에 대한 요청이 더 많다.

 

Q 많은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 왔지만 정착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해외 스타트업들도 많은데.

가장 큰 어려움은 해외 스타트업이 한국인 대표(혹은 공동대표) 없이 팁스(TIPS)와 같은 정부 사업 기회를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외국인 창업자와 해외 스타트업의 리스크가 큰 점은 이해하지만 한국 창업생태계에서 외국인 창업자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외국인 입장에선 정부 정책 및 법 정보 등에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인 창업자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언어와 문화 장벽에 둘러싸인 외국인들은 관련 정보 파악이 사실상 가능할까. 그런 맥락에서 언어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에티엔 고테론(Etienne Gautheron)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 ‘젤리피쉬’ 한국 대표. 201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약 9년 간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오가며 기술 스타트업 초기 구성원으로 활동. 현재 한국에서 프랑스 정부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커뮤니티 ‘라 프렌치 테크 서울(La French Tech Seoul)’을 공동 운영.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 ‘젤리피쉬’ 한국 대표. 201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약 9년 간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오가며 기술 스타트업 초기 구성원으로 활동. 현재 한국에서 프랑스 정부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커뮤니티 ‘라 프렌치 테크 서울(La French Tech Seoul)’을 공동 운영.

 

Q KAIST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현재 글로벌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 ‘젤리피쉬’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 창업생태계의 전반적인 모습을 평가하자면.

한국과 유럽과 북미의 스타트업 생태계 경험을 모두 비추어 본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국의 가장 특별한 모습이다. 모국인 프랑스도 정부의 지원이 있지만 큰 틀에서 간접적인 도움으로 이뤄진다. 반면 한국은 직접적인 펀딩이고 스타트업들이 공모하는 방식이다. 능력 있는 스타트업들도 있지만 일부 스타트업은 ‘프로젝트 사냥꾼’ 같아 보일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간 내 크게 변한 것도 흥미롭다. 12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대학 졸업생 대부분은 대기업 취직을 원했다. 하지만 최근엔 스타트업을 새롭고 섹시(new sexy)하게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창업에 도전하지 않나.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 같은 외국인의 시각에선 한국인들에게 내재화된 기업가정신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Q 최근 해외 스타트업과 외국인 창업자들이 국내 창업생태계에 높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개인적으론 한국이 가진 소프트파워 덕분이라 생각한다. 프랑스의 수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한국 시장을 직접 방문하곤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L’Oreal)은 한국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할 정도다. 로레알 입장에서 한국은 그들에게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니겠지만 혁신의 원천을 찾을 수 있는 지역일 것이다.

 

Q 모국인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창업 선도국가가 아닌가.

과거 프랑스는 외국인 기업과 창업자들에게 그리 친화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MZ세대의 새로운 등장을 기점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기성세대는 제품과 서비스 원산지에 대한 충성도가 컸다. 이에 반해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익숙한 MZ세대는 이용하기 편리한 최상의 것을 원한다. 그들에게 제품과 서비스의 원산지는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이러한 인식이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켰고 국가 차원의 혁신과 포용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정책적인 지원도 덩달아 적극적으로 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창업생태계 육성에 꽤 진지한 편이다. 외국인 창업자에게 발급되는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비자를 얻으면 외국인 창업자는 프랑스에서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지난해 법무부가 창업자의 기술창업 비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스타트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법무부]
지난해 법무부가 창업자의 기술창업 비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스타트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법무부]

 

Q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창업생태계가 개선해야 할 점은.

질적으로 한국 시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 내 외국인 창업자들이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과의 협업을 기대한다. 하지만 기업과의 관계 설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는 게 현실이다. 비효율적 업무 과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비자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해외 스타트업은 한국에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나아가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허브로 이용하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한국 내 법인 설립이 우선 해결해야 할 부분인데 외국인 창업 비자를 발급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외국인 창업가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한국인과 결혼해야 해결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Q 한국도 글로벌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한국의 창업생태계 잠재력을 더욱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어느 나라 인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한류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지 않았나. 창업자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한국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들을 보면 국내 시장에서는 1등이지만 추가적인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엘리 데이비드(Eli David)

글로벌 창업생태계 연구기관 ‘스타트업 블링크(Startup Blink)’ 대표. 글로벌 회계법인인 BDO과 KPMG 등에서 이코노미스트와 공인회계사로 근무.
글로벌 창업생태계 연구기관 ‘스타트업 블링크(Startup Blink)’ 대표. 글로벌 회계법인인 BDO과 KPMG 등에서 이코노미스트와 공인회계사로 근무.

 

Q 최근 지역 창업생태계들이 글로벌 도약을 위해 잰걸음인 모습인데.

모든 창업생태계들이 글로벌화로 전환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싱가포르, 두바이 등 주요 거점 국가들은 글로벌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 외 자국 내 로컬을 기반으로 한 창업생태계들은 각기 그들의 방식으로 안정화와 성공을 추구한다.

 

Q 지역이 창업생태계를 조성할 때 간과하는 부분은.

창업생태계에서 지나친 도움은 좋지 않다. 그럴 경우 스타트업들이 본래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타를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원 사업자들이 나서야 한다면 성장 가능하고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선택적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종 스타트업에 자원을 ‘낭비’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Q 모범적인 국가 혹은 도시 창업생태계를 꼽는다면.

단연 미국이다. 그 어느 국가와 도시보다도 시스템적으로 훨씬 앞서 있다. 미국을 제외한다면 싱가포르와 런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블링크’에 따르면 런던은 최고의 창업도시 5개 중 하나이자 미국이 아닌 유일한 도시다. 런던은 글로벌화가 매우 뛰어나다. 싱가포르는 전략적으로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창업생태계로 자리 잡고 있다.

 

Q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창업생태계는 창업자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언제든 글로벌 무대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전략적인 개입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창업자의 능력에 알맞게 조합돼야만 창업자의 단단한 마음가짐(mindset)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Q 갈수록 많은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인 모국 대신 해외로 과감하게 이전하는 이유는.

요즘 창업자들은 최적의 입지를 선택한다. 그 입지가 당연히 모국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더 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때마침 주요 국가들이 창업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 않나. 성공을 원하는 창업자들이 높은 수준의 창업생태계로 이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향후 인재와 창업 인프라 개선에 힘쓰지 않는 나라들은 유능한 인재를 해외에 더 많이 뺏길 거라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