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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술 옥션’ 필립스 “한국 컬렉팅 문화, 50년 넘는 전통”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옥션 아시아 회장

  • 기사입력 2023.11.05 09:00
  • 기자명 김나윤 기자

세계 3대 미술 옥션으로 꼽히는 필립스가 서울을 찾았다. 신흥 강자로 떠오로는 한국 컬렉터들 때문이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아시아 회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미술 컬렉터들이 대거 집중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강태훈]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아시아 회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미술 컬렉터들이 대거 집중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강태훈]

"한국의 젊은 컬렉터 파워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2차 미술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글로벌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1차 시장 내 로컬 작가들의 활동 동향까지 세세히 파악해 미술품 수집에 나서며 미술계 전반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아시아 회장이 최근 급부상한 한국 미술 컬렉터들에 대해 내린 평가다. 그는 한국 미술시장에 대해서도 “서구 미술시장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립스는 크리스티, 소더비와 함께 세계 3대 글로벌 옥션으로 불린다. 현장 경매사로도 활동하는 크로켓 회장은 지난해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걸작 ‘추상화(Abstraktes Bild 774-1)’를 1140만 달러(약 152억원)에 판매하며 그해 홍콩 경매의 최고가 경매를 기록했다. 2021년엔 일본 네오 팝의 선두주자인 나라 요시토모의 ‘행동에서 보이지 않는 것(Missing in Action)’을 역대 두 번째 최고가인 1500만 달러(약 200억원)에 낙찰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9월 초 한국 미술계를 뜨겁게 한 프리즈·키아프 아트페어를 맞이해 필립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특별전 ‘Briefly Gorgeous: 잠시 매혹적인’을 개최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오는 10월 초 열릴 20세기&동시대미술 홍콩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인 니콜라스 파티의 대형 정물화(Still Life With An Olive)를 한국에 선공개하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작품의 가격은 약 44억~68억원으로 추정된다.

 

Q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특별전을 준비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다. 작년의 경우 1·2차 시장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반면 올해는 신진 작가들뿐만 아니라 중견 혹은 대가의 반열에 오른 시니어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기획했다. 작가 구성이 다양해진다는 건 곧 작품 기획의 확장을 의미한다. 젊은 세대의 관람객들도 쉽게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미술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싶었다.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아시아 회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우 동북아 지역 내에서 주요 거점 국가로 자리 잡고 있기에 프리즈와 같은 아트페어가 아시아 중 서울을 택한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ㅅ진=강태훈]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아시아 회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우 동북아 지역 내에서 주요 거점 국가로 자리 잡고 있기에 프리즈와 같은 아트페어가 아시아 중 서울을 택한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ㅅ진=강태훈]

 

Q 필립스가 한국 미술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미술 컬렉터들이 대거 집중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1970년대부터 한국 컬렉터들은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뿐 아니라 현대미술(Modern Art)을 수집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50여 년 전부터 한국 컬렉터들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만 수집해 온 게 아니라 실험적인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앞으로 주목받을 만한 작가를 미리 눈여겨 왔단 점에서 문화 선구자 면모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컬렉팅 문화가 최근 MZ세대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것 같다. 글로벌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싶단 한국 컬렉터들의 문의가 수시로 전해 진다. 프랑스 페로탕 갤러리(2016년), 미국 페이스 갤러리(2017년) 등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한국 지점을 설립할 정도이니까. 2018년 필립스도 한국에 사무소 문을 연 후 최근까지 한국 거래량이 340% 증가했다.

 

Q ‘아시아 미술 허브’란 타이틀을 두고 한국과 홍콩의 양강 구도를 평가하자면.

미술품 수집에 있어서 한국과 홍콩은 비슷한 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나라는 아시아 내에서 컬렉팅 역사가 긴 편이다. 또 한국 컬렉터들뿐만 아니라 홍콩 컬렉터들도 도자기와 수묵화 수집에 대한 애정이 크다. 글로벌 옥션이 열릴 때마다 한국과 홍콩의 컬렉터들의 참여가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두 나라의 가치도 분명히 다르다. 한국의 경우 동북아 지역 내에서 주요 거점 국가로 자리 잡고 있기에 프리즈와 같은 아트페어가 아시아 중 서울을 택한 것 아니겠나. 홍콩은 중국이 G2 국가로 나아가는 경제 게이트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세금을 비롯해 아트 스토리지와 핸들링 등 관리 체계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10월 초 열릴 20세기&동시대미술 홍콩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인 니콜라스 파티의 대형 정물화(Still Life With An Olive). [사진=필립스]
10월 초 열릴 20세기&동시대미술 홍콩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인 니콜라스 파티의 대형 정물화(Still Life With An Olive). [사진=필립스]

서구 중심의 아트 컬렉팅이 아시아로 무게의 추가 옮겨진 것에 대해 크로켓 회장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미술시장도 함께 확장할 가능성이 크단 점에서다.

"한국과 중국 등은 이미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 규모가 팽창하면서 국제적으로 미술 문화의 영향력도 커지지 않았나. 아트 컬렉팅 전문가들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 향후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두는 이유다."


 

Q 미술 경매사의 경쟁력은 좋은 작품 확보다. 필립스의 차별화된 안목의 원천은 무엇인가.

너무 뻔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필립스는 정말 다양한 국가들의 컬렉터와 고객을 최대한 많이 접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요 글로벌 옥션들은 시장에 반응하며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쉽게 말해 셀러나 컬렉터가 옥션의 문을 먼저 두드려서 사고 싶거나 팔고 싶은 물품을 먼저 제시했던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옥션이 시장을 주도해 끌고 가는 모습이다. 요즘 어떤 장르의 작품이 고객들의 관심사인지를 빠르게 파악하여 작가와 작품을 리스트 업 하고 긴 호흡의 옥션 플랜을 기획하는 데 주력한다.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아시아 회장이 나라 요시토모의 ‘보물을 찾아서(Lookin’ for a Treasure)’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필립스]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아시아 회장이 나라 요시토모의 ‘보물을 찾아서(Lookin’ for a Treasure)’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필립스]

 

Q 필립스의 경우 유독 현대미술품에 대한 경매가 활발하지 않은가.

아무래도 독특한 정체성 때문인 것 같다. 필립스는 227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전략은 그 어느 글로벌 옥션사보다 혁신과 창조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래서 필립스는 미술, 디자인, 귀금속 등 현대미술품을 통해 오늘날 컬렉팅 커뮤니티와 합을 이뤄내려 한다. 17~18세기 그림이나 가구, 우표 등은 이미 너무나 많은 옥션에서 오랫동안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 않나. 필립스는 기존 레거시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오늘날 정말 중요한 미덕이 아닐까.

 

Q 경영진이면서 동시에 현장 경매사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걸로 안다. 고가의 낙찰가를 기록하는 특별 노하우가 있다면.

경매사의 진행은 하나의 예술 퍼포먼스나 마찬가지다. 현장 고객들의 눈과 귀를 출품작에 집중하도록 해 경매 열기를 뜨겁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의상을 입는 경매사도 있고 미소나 동작이 큰 제스처로 고객을 주목시키는 경매사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엔 황금색 펜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펜에 반사되는 조명 빛을 이용해 고객의 비딩 경쟁을 유도하려고 노력 한다. 최근엔 비대면 형식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지만 온·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얼마나 많은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느냐가 경매사의 가장 중요한 노하우이자 역량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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