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포춘 인사이트] ‘757조원 규모’ 반도체 전쟁…“미국, 기대 이상 승리 거둬”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성공”

  • 기사입력 2023.09.04 17:49
  • 최종수정 2023.09.04 18:01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미국이 지난해 10월 시작한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버드대 기술정책 연구원 케빈 클라이먼(Kevin Klyman)은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에서) 우군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7일 슈퍼컴퓨터 및 고성능 컴퓨터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중국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한 당시 행정명령은 혁신적인 반도체는 물론, ASML의 극자외선 노광장치(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그리는 장치) 같은 생산설비를 대상으로 했다.

클라이먼 등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이 네덜란드와 일본 등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플레이어를 우군으로 확보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클라이먼은 3일(현지시간) 게재된 포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성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세 가지 중요한 기술 부문인 반도체, 양자 기술 및 인공지능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민간 자본은 중국에서 발빠르게 철수하고 있다.

8월27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찾아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국인 중국과 경제적인 분리(디커플링)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반도체 수출제한조치 완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 상무부 측에서 제한조치 완화를 요청했다면서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라이먼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반도체 전쟁이 중국의)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중국의 기술 부문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군 현대화, 첨단 반도체 필요해”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반도체 전쟁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곧이어 팬데믹이 들이닥치고 반도체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일반 대중까지 반도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추자 완성차 생산라인도 멈췄고, 사람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달려 갔다.

이 주제를 다룬 크리스 밀러(Chris Miller) 미국 터프츠대 플래처스쿨 교수의 책 <칩 워(Chip War)>는 올 여름 포춘 500 CEO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밀러 교수는 포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성공한 이유는, 미국과 중국 외에도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설비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로 일본과 네덜란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밀러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 파트너와 함께 하는 미국의 제한조치를 회피하기 어렵다. 그는 미국 정부의 조치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억제에 성과를 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클라이먼은 미국의 조치가 단순히 글로벌 반도체 산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반도체가 중국의 군대 현대화 작업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해당 산업에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해서 외과적인 타격을 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차세대 경제 리더십의 조건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반도체는 전자레인지부터 자동차, 전투기까지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물건에 탑재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 규모는 5740억 달러(약 757조원)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은 컴퓨터에서 다른 모든 제품군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기에 탑재될 칩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보안국은 중국이 고성능 반도체를 활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사람들을 감시하며, 미국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AI의 챗GPT는 1만개의 엔비디아 반도체를 바탕으로 학습했다.)

제프리 딩(Jeffrey Ding)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교수는 인공지능이 무인 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거나 무기와 관련 없는 혁신에 쓰이더라도 군사력을 보충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한조치가 당장은 미국을 세계 최대 경제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딩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을 전기와 비교하면서, 전체 경제와 글로벌 권력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인공지능, 전기 같은 범용 기술은 생산성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면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경제 선도국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3차 산업혁명으로 초강대국에 오른 미국은,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상호 연결성을 핵심 요인으로 삼는다. 일부 전문가는 전략적 수출 통제가 중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부문이 발전하기 전에 미국이 기술 우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스콧 영(Scott Young) 유라시아그룹 기술 분석가는 현재로서는 중국이 혁신적인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설비를 자체 생산해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에 미세한 패턴을 새기는 ASML의 최첨단 설비를 두고 “역공학으로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하다”고 설명했다.

 

제한조치 효과, 일시적일 수도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그러나 그는 수출 통제가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의 감시가 느슨한 국가를 통해 금지된 물품을 밀수하거나 중국의 인공지능 연구소가 다른 국가에 위치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활용하는 등 규제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딩 교수는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 내 교육을 정책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통제에 대한 논의에 소비된 모든 시간, 모든 정치 자본, 모든 공간을 가져와 인공지능 엔지니어링 인재를 교육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으로 옮긴다면 국가 안보 이익을 훨씬 더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이먼도 첨단 기술을 가능케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제한 조치보다 미국의 기술 역량을 “10배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인공지능 과학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재 수 증가율은 다른 나라보다 높지 않다”며 “이민개혁과 교육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