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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성장’, 이커머스의 숙명 아니다

[QUEST PIONEERS] 김기봉·서영직 미트박스 공동 창업자 겸 대표

  • 기사입력 2023.08.22 07:00
  • 최종수정 2023.08.22 11:33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이커머스 업계에서 막대한 적자는 빠른 성장의 대가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흑자 전환한 미트박스의 두 창업자는 거래액 중심의 성장 전략이 유일한 문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김기봉 대표(오른쪽) 경북대 무역학과 졸. 1998년 LG유통에 입사, 축산물 MD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아워홈, 원푸드컴에서 축산유통 업무를 맡았다. 2014년 서영직 대표와 함께 미트박스를 창업했다.

서영직 대표 경북대 회계학과 졸. 1996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 종합금융사와 게임사(웹젠)를 거쳐 2008년부터 테스트레인(SAT이러닝), 매드스마트(메신저), 카클린(세차중개) 등을 연쇄 창업했다. 


 

축산물 이커머스 플랫폼 ‘미트박스’는 지난해 55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4년 창립 이래 최대다. 2018년 이후 4년간 연평균 63%씩 늘었다. 

매출 증가율보다 눈에 띄는 건 재무제표상 운반비다. 2018년 45억원에서 지난해 122억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8%로, 매출의 연평균 증가율에 크게 못 미친다.

운반비는 매출이 늘면 함께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회계상 변동비로 분류한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모든 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전국으로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에서 운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운반비를 잡지 못해 막대한 매출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운반비 등 변동비에 이커머스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운반비를 잡은 미트박스는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곳은 오아시스가 유일했다. 미트박스는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공개 준비에 들어갔다.

미트박스는 어떻게 매출과 이익을 모두 잡았을까.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연 미트박스 풀필먼트 센터에서 두 대표를 만나 물었다. 

 

[사진=미트박스]
[사진=미트박스]

 

Q 이커머스의 성패는 판관비가 가르는 건가요?

서영직(이하 서) 주문 건당 들어가는 판관비예요. 쉽게 말하면 객 단가인데요. 개인이 한 번 장바구니에 담아서 구매하는 사이즈로는 판관비를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생수 한 병을 오프라인에서 1000원에 판다고 하면, 이커머스에서는 그것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 병을 팔아도 이커머스에서는 물류비(운반비) 2500원을 써야 하니 단가가 맞지 않는 겁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생수 생산업체에 더 싸게 물건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내 마진 구조에 맞춰서 들어오라는 겁니다. 그러나 플랫폼 열 곳 중 아홉 곳은 그렇게 할 수 없죠.

 

Q 미트박스의 객 단가는 어떻습니까?

축산물을 기준으로 하면, 개인이 주문을 한다고 했을 때 한 번에 많아야 1㎏입니다. 식당에서는 적어도 5㎏이에요. 박스 단위로 구매합니다. 물류비 차이는 크지 않아요. 개인에게 보낼 때 약 2500원, 식당에 박스로 보내는 건 대략 4500원입니다. 그러니까 여러 비용을 녹여도 마진 구조가 나오는 겁니다.

 

 

Q 단가가 기준이라면 명품 거래 플랫폼이 가장 좋지 않겠습니까?

수요자의 재방문 주기가 길면 경쟁 플랫폼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명품을 자주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음 방문을 유도하려면 마케팅비(광고선전비)를 더 써야 하죠. 리마인드를 해줘야 하니까요. 반면 식당 사장님들은 기호가 아니라 생업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주기로 주문합니다. 1개월에 한 번씩 오는 사람과 비교하면, 유인 비용이 몇 배 차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Q 지난 몇 년간 많은 투자자가 이커머스 기업에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서라도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나 거래액 등의 지표를 끌어올리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압니다. 

김기봉(이하 김) 최근까지 투자자와 경영자 모두에게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위기,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봐요. 결과적으로 좋은 케이스는 쿠팡이었죠. 그렇지 못한 케이스가 대부분이고요. 

좋은 성장, 나쁜 성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성장은 자기의 페이스대로, 조직 역량이 같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나쁜 성장은 성장만 있는 성장이겠지요.

저도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마케팅비를 많이 태우면 성과는 분명히 나옵니다. 그런데 휘발성이 큽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자금을 마케팅에 소모하게 되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또 투자 받아야 합니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겁니다. 물론 ‘당신들이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해 보라’고 응원하는 투자자도 있었습니다. 

이제 물어보고 싶습니다. 공격적인 요구를 했던 투자자들에게, 지금도 그렇게 판단하시는지요.

 

일단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위기,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봐요. 결과적으로 좋은 케이스는 쿠팡이었죠. _김기봉 대표

 


미트박스는 2018년 12월 시리즈C 투자 라운드를 마친 이후 추가 투자를 받지 않았다(150억원 규모. 누적 투자 유치액은 260억원). 그러면서도 2020년 자체 한돈 브랜드인 ‘당당한돈’을 시작으로 PB 상품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이고, 지난 6월엔 경기도 용인에 1만6500m²(5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물류센터 규모는 약 9000m²(2700평)였다. 

지난해 포춘과 만난 김 대표는 “투자를 받기 위해 풀필먼트 센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풀필먼트 센터가 새롭게 필요할 때 투자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초기 가동률 50%’ 원칙을 말했다. 물류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할 때 가동률이 적어도 50% 이상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지금 저희가 (새로운 센터에) 들어가면 가동률이 70% 정도 됩니다. 그러면 3년 안에는 30%를 채울 수 있습니다. 센터 운용비용은 상품 공급자와 수요자 양 측에 전가되는데, 그걸 최소화하는 것이 양 측을 섬기는 플랫폼으로서 맞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Q 판관비 제어는 플랫폼의 관점입니다. 식당 사장님들은 왜 미트박스를 선택했을까요?

과거에는 사장님들이 보통 ‘나까마’라고 하는, 지역의 소규모 유통상이 갖다 주는 상품을 원가도 모르고 샀습니다. 실제로 시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었죠. 우리는 생산자의 상품을 우리 물류망을 통해서 최종 수요자에게 보내서 이런 중간단계를 없앴습니다. 중간 유통상이 가져가던 30%의 마진이 없어지니까 우리가 중개하는 상품이 30% 저렴하게 된 겁니다. 가격 파괴가 핵심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사장님들이 원하는 상품을 골라서 살 수 있다는 거예요. 과거 유통상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재고 안에서 추천했어요. 그런데 미트박스에서는 다른 상품도 많다는 것이죠.

다만 입소문이 나고 사장님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의 일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1년, 2년 지나면서 신뢰를 얻고, 그러면서 더 많은 판매 회원들도 들어오고, 판매 회원이 많아지니 가격 경쟁이 일어나면서 더 저렴해지고요. 

 

Q 축산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왜 변화가 더뎠을까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어떻게 가능하냐, 물류망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미트박스는 제주도까지 익일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공산품처럼 전국에 단일 가격으로 판매,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급 불균형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소 한 마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팔 수 있어야 단위당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 이렇게 부위별 수요가 받쳐주는 곳이 마장동뿐이었습니다. 그 외 지역에서는 수요에 따라서 2중, 3중 가격이 생겨났어요.

물류망이 발달하면서 가격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저희에게 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물건의 유통만큼 정보의 유통도 중요했습니다. 내가 관심이 있는 부위와 브랜드와 고기의 등급, 그리고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습니다. 실제 수요자가 가격을 확인할 수 있고, 또 그 가격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어, 그러면 신뢰가 생기는 겁니다.

 


미트박스는 저렴한 가격과 익일배송, 다양한 상품군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거래액을 키워왔다. 지난 2021년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 누적 거래액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거래액에 비하면 매출액은 크지 않다(2022년 552억원). 생산자와 수요자를 중개해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이커머스 플랫폼의 기본 사업모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트박스는 초기부터 콜드체인 배송 시스템을 내재화했기 때문에 매출액 대비 운반비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지난 2018년 미트박스는 76억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운반비는 45억원이었다.

수요자들의 신뢰를 얻은 미트박스의 다음 전략은 PB상품이었다. 2021년 당당한돈을 시작으로 다섯 종의 PB 브랜드를 냈다. 플랫폼에서 원물을 직접 구매, 가공, 포장해서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은 수수료 모델에 비해 부가가치가 크지만, 원물 가격이나 운반비 등 변동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물건 하나를 팔수록 비용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쿠팡, 컬리에서 대규모 적자를 냈던 이유다.

미트박스가 중개 비즈니스를 하면서 구축한 전국 단위 물류망은 여기서 빛을 봤다. PB상품 매출(재무제표 상 ‘상품 판매로 인한 수익’)은 2020년 30억원에서 지난해 303억원으로 커졌지만, 같은 기간 운반비는 92억원에서 122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PB상품 매출액이 중개 수수료 수익을 넘어섰다. 매출을 빠르게 키우면서도 판관비를 효과적으로 제어한 것이다.


 

이제 가격 파괴만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시장 가격이 미트박스 가격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가격 플러스 새로운 가치가 필요합니다. _서영직 대표

 

Q 지난 5월부터 주문에 따라 한 박스에 여러 생산자의 상품을 함께 담아 배송하는 ‘합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용인 물류센터에 합배송을 위한 라인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합배송 서비스 역시 단위당 물류비를 낮추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풀필먼트 센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이고요, 일반 물류 창고에서는 이게 불가능하죠. 

식당은 고기만 쓰는 게 아니라 소스 같은 기타 식자재들도 굉장히 많이 쓰지 않습니까. 한꺼번에 모아서 보내면 고객의 편의성도 높아집니다. 체계가 갖춰지면 사용자 경험이 점점 늘어나면서 거래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기타 식자재에 대한 데이터의 축적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수요자 대상 초점이 가격에서 편의성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가격 파괴만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시장 가격이 미트박스 가격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제 가격 플러스 새로운 가치가 필요합니다. 미트박스 1.0이 가격 파괴, 2.0이 세절 고기처럼 상품을 다양화하는 과정이었다면, 미트박스 3.0은 편의성을 탑재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그중 하나가 파이낸스입니다. 두 가지 파이낸스를 할 수 있어요. 하나는 미트박스의 판매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금 회전 대출을 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창고에 있는 재고 중에는 판매 회원들이 위탁한 물건도 있습니다. 저희는 비용을 받고 관리하고요. 저 재고들을 우리가 시세와 연계에서 가장 정확하게 감정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과를 바탕으로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식당 사장님들이 외상 대출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매 데이터가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어떤 유형의 식당이 2년간 미트박스에서 주문했던 내역을 보면 향후 필요한 식자재, 필요한 규모를 예측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저희가 한 달치 구매액에서 일정 비율을 후불 결제해드리는 겁니다.

다만 미트박스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금융사와 연계해서 해보려고 합니다. 저희는 데이터를 갖고 있고, 금융사들은 새로운 유형의 차주가 필요할 테니까요.

파이낸스 말고도 합배송, 보관대행, 상권 분석, 메뉴 분석 서비스를 붙여서 복합 서비스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장님들이 ‘미트박스 앱 하나만 쓰면 웬만큼 장사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결국 가격 플러스 편의성을 탑재해야 사용자들을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사진=미트박스]
[사진=미트박스]

 

Q 편의성을 강화하려면 투자 유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엑시트를 위해 IPO를 하지 않는다, 사업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마일스톤으로서의 상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까?

IPO는 최종 목적이 아닙니다. IPO 이후에도 우리가 책임감 있게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물론 성공적으로 IPO 할 자신은 있습니다.

기업가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IPO 과정에서 인정받는 기업 가치보다, 그 이후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말 돈을 벌어서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익 성장률이 중요하지, 과거에 주되게 봤던 거래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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