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무대 뒤, 이준표가 만난 샘 알트먼

[INTERVIEW]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 기사입력 2023.08.02 11:1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진짜 AI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한국의 AI 생태계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진심이 궁금했다. 6월9일 방한한 알트먼 CEO와 일정 대부분을 함께 했던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에게 ‘진짜 알트먼’을 물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와 샘 알트먼 CEO가 6월9일 행사 후 만찬 자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소프트뱅크벤처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와 샘 알트먼 CEO가 6월9일 행사 후 만찬 자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소프트뱅크벤처스]

샘 알트먼 오픈AI 창업자 겸 CEO는 6월9일 새벽 한국에 도착했다. 하루동안 알트먼 CEO는 중소벤처기업부 행사부터 AI 개발자들과 함께 한 비공개 간담회, 청중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공개 간담회,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접견까지 숱한 일정을 소화했다.

알트먼 CEO의 일정 대부분을 함께 한 사람은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다. 지난 3월 알트먼 CEO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월드 투어 일정(서울 포함 17개 도시)을 알린 뒤부터 이준표 대표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오픈AI 측과 수십 차례 회의하면서 한국 일정을 조율했다.

알트먼 CEO는 오픈AI의 전략부터 AI 비즈니스의 미래, 그리고 에너지와 저작권 등 AI 기술 성장에 따르는 과제까지 방대한 화두를 공개 행사에서 꺼냈다. “한국이라고 하면 기술과 혁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존경심을 느낀다”며 한국 AI 생태계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정말일까. 알트먼 CEO의 진심이 궁금했다. 정말 AI 규제에 찬성할까. 한국 AI 생태계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준표 대표에게 한국을 찾은 알트먼 CEO와 함께 했던 하루에 대해 물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업스테이지, 보이저엑스, 루닛, 딥블루닷 등 국내 주요 AI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지난 6월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공개 간담회 '파이어사이드 챗 윗 오픈AI'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지난 6월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공개 간담회 '파이어사이드 챗 윗 오픈AI'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Q 오픈AI가 17개국 월드 투어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AI의 미래에 대해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려는 취지로 이해한다. AI 기술의 파급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보자는 것이다. AI가 인류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 않나. 관리 감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글로벌 차원의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고 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어 AI를 관리 감독하는 방안도 다뤄졌다.

Q 알트먼 CEO가 한국 AI 생태계를 높게 평가했다.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보나.

알트먼은 AI 기술력에 대한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관심과 질문 수준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일정이 가장 압도적인 시간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례로 30여명의 한국 개발자와 함께한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알트먼에게 전문적인 기술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포함해 향후 인공지능 영역에서 새롭게 도전할 서비스 방향 등에 대한 대화가 행사장에서 여과없이 이뤄졌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참석자들과 알트먼은 한참 스탠딩 토론을 이어갔다.

Q 한국 창업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기본적으로 알트먼은 한국이 테크와 반도체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공감대에서 오픈AI는 이미 기술력을 일정 수준 갖춘 대기업 대신 이제 막 진입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중견 기업과 직접 스킨십하며 현장에서의 고충을 충분히 이야기 듣고 싶어했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AI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전문 기술자들도 배출하고 있지 않은가. 알트먼 말고도 오픈AI 임원 10여명이 함께 방한했을 만큼 오픈AI 측은 한국 AI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한국 기업과 알트먼 CEO의 만남을 위해 오픈AI의 방한 일정을 일거수 일투족 물밑에서 준비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엔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며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픈AI 측과 수십 번의 회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조율해 왔다. 방한 날짜가 가까워졌을 땐 TF 중심의 임직원이 총동원되다시피하며 함께 애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오픈AI의 첫 방한을 ‘전담 마크’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 대표와 알트먼의 오래된 인연이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알트먼이 Y Combinator 대표를 맡던 때 지인을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됐다. 초기 기업을 투자하고 발굴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 알트먼과 접점이 많았다. 이후 손정의 창립자와 함께 만나는 등 비즈니스 자리와 사적인 만남의 기회가 잦아지면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오고 있다.”


샘 알트먼 CEO 등 오픈AI 관계자들이 6월9일 공개 행사에 앞서 국내 개발자들과 라운드 테이블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소프트뱅크벤처스]
샘 알트먼 CEO 등 오픈AI 관계자들이 6월9일 공개 행사에 앞서 국내 개발자들과 라운드 테이블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소프트뱅크벤처스]

Q 이번 행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메인 세션인 간담회에서 거론된 메시지다. 현재 AI기술의 고도화를 고려하여 앞으로는 AI기술의 활용에 대한 기술적 질문보단 우리 삶과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개인적으로 공감했다. 모든 시스템에 AI와 인공지능 기술이 녹아들 정도로 보편적 기술로 자리잡고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시장의 분위기가 분명 변하고 있고 기업 활동의 영역도 변곡점을 맞이한 것 같다.

Q 다른 하나는.

알트먼을 비롯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든 생각이다. 오픈AI나 다른 기술 회사들의 향후 생존 방향에 대한 고민이다. 대담회에서 조경현 뉴욕대 교수께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LLM 영역에선 오픈AI가 2년 정도 앞서 가고 있는 점은 분명히 맞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과연 오픈AI일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은 기술 여건이 부족하다보니 오픈AI와 협업하는 경우들이 많아질 것이다. 반면 대기업처럼 자체 기술력을 구현할 수 있는 회사들은 지금의 LLM 분야를 파고 들면서 생성형 AI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공급자 측면이 빠른 시일 내 재편되지 않을까 싶다.

Q 이에 대해 알트먼 CEO과도 대화를 나눠봤나.

사적으로 알트먼에게 ‘다른 기업들이 기술력을 쫓아오면 어떡하냐’고 묻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더라. 물론 오픈AI가 선두 기업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었다면 자본과 인재가 충분한 큰 회사에서 벌써 서비스를 만들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더라. 또 기업이 새로운 기술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데미지도 너무 크지 않나. 그런 면에서 지금의 오픈AI가 시장 내 우위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Q 한국에서도 오픈AI와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오픈AI의 한국 버전이 나올수 있냐는 질문을 넘어 특정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의료나 법률과 같은 AI를 사용한 특정 버티컬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뛰어난 인재가 많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다만 언어모델에 국한해 고려한다면 한계는 분명히 있다. 한국어 사용자가 한국사람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픈AI의 경우 영어권과 라틴어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LLM의 전체 시장성을 봤을 때 한국은 굉장히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제약에서 벗어나 글로벌 서비스 비전을 발굴하는 창업자가 한국에서 얼마만큼 나오냐가 관건일 것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Q ‘AI 스타트업’이란 타이틀을 남용하는 경우도 있다. 옥석을 가릴 만한 방법이 있을까.

AI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술 혁신을 꿈꾸는 기업은 시장의 문제점을 잘 정의하고 뾰족하게 고민하면서 사용자 입장에 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수요가 없으면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기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AI 기업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어떤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고 도전하는지가 중요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AI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에 오랜 기간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대표는 회사의 주요 포트폴리오로 딥블루닷과 매스프레소, 업스테이지 등을 꼽았다. 최근 투자를 결정한 딥블루닷은 생성 AI 기반으로 고객 피드백을 분석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싱클리(syncly)’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딥블루닷은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만들어 미국 나스닥 상장 경험을 가진 멤버들로 구성된 곳”이라고 소개했다. 또 2018년부터 투자를 이어온 교육 스타트업 매스프레소는 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경우 금융 커머스 기업의 고객을 위해 AI 추천모델을 만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Q 창업가를 비롯해 이 대표께서 AI 서비스로 수렴되는 테크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기술의 핵심은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가치가 무엇이냐로 본다. 최근엔 대화형 기술 모델에 집중되고 있지만 이 서비스들이 연계가 되서 새로운 사업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크고 작은 기업들을 잘 살펴보면 한가지 특정 기술의 완성도를 이루기보다는 성장 단계에 있는 기술을 서로 활용해 시장의 필요에 맞춰 선보이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가. 그러한 기술 회사들이 사회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오픈AI가 스타트업 펀드를 통한 한국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오픈AI와의 협업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 가능성 있다고 본다. 이번 방한 일정에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동행했다. 투자를 총괄하는 역할인 만큼 한국에 방문해 좋은 기업들을 지켜보며 회사의 투자 철학이나 방향성을 더욱 확대하고 싶단 말을 내게 전했다. 더불어 한국 스타트업들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좋은 회사가 있다면 우리 기업과 함께 공동 투자를 진행해보자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눴다. 우리 기업에게도 이번 행사는 오픈AI와 공동 투자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교두보였단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사진=소프트뱅크벤처스]
[사진=소프트뱅크벤처스]

Q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행보도 궁금하다. 손태장 회장과는 어떤 공감대가 있었나.

손태장 회장은 그동안 소프트뱅크벤처스 고문으로 활동해 왔다. 내가 창업을 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간 멘토·멘티 관계처럼 이어온 개인적 인연도 있다. 창업가이면서 투자자로서 그룹 전체를 발전시켜온 역할도 분명히 크지 않은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단순히 금전적 측면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VC(Venture Capital)를 만들고 싶다는 공감이 있었다. 정량적 지표뿐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기술 혁신 투자자를 만들자는 비전이 시기적으로 서로 잘 맞았던 셈이다. 많은 분들께 우리의 미래 방향성을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를 곧 마련할 예정이다.

진행 문상덕 기자 정리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 본 기사는 FORTUNE KOREA 2023년 7월호 지면에 실렸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