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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Theory] 강한 리더십 대신 단단한 팀워크에 ‘클릭’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 기사입력 2023.08.01 17:00
  • 기자명 김나윤 기자

WHY? 

최근 취임 1년을 맞이한 최 대표의 책상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책상에 쌓여 있다. 하지만 그는 한숨 대신 해결할 때의 짜릿함을 즐긴다고 말하는 ‘요즘 세대 CEO’다.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아 팀원들을 되레 설득하기 바쁜 리더이기도 하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회사에 대한 주목도와 인지도를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으니 지금부터 번개장터만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강태훈]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회사에 대한 주목도와 인지도를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으니 지금부터 번개장터만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강태훈]

“‘번개장터가 뭐예요. 중고거래를 누가 해요’라고 답했던 내 모습이 아직도 머릿 속에서 또렷이 남아 있어요. 근데 막상 중고거래를 해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좋은 상품 찾는 묘미도 있고 네고로 가격 흥정하는 맛도 있고요. 그래서 고민 없이 함께 일하기로 결정했었죠.”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가 3년 전 번개장터에 합류해 달라는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011년 번개장터가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20년 최 대표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뛰어들기 전까지 중고거래 업계에서 번개장터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전체 임직원도 50여 명 수준에 그쳤다. 당시 최 대표는 회사에 오자마자 ‘취향거래’를 내세워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집중했다. 모바일 플랫폼인 만큼 앱 첫 화면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개편하고 상품 카테고리 중심의 거래를 브랜드 중심의 거래 방식으로 전면 개선했다. 정품 검수 서비스와 프로상점 등 다양한 서비스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였다. 이러한 총력전 효과로 번개장터는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 2조 5000억원, 누적 가입자 2000여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최 대표는 근무 2년 만에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명패를 바꿨다. 최근 취임 1년을 맞이한 그는 “불과 몇 년 전까만 하더라도 외부 미팅할 때 번개장터가 어떤 기업인지 소개부터 하기 일쑤였다. 지금은 기업 소개 정도는 안 해도 될 만큼 인지도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 기쁘다. 그땐 내심 서럽기도 많이 서러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번개장터의 3막이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Q. 회사의 사령탑을 맡은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팀원으로 근무할 땐 오롯이 내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전체를 이끌게 되면서 경영자는 종합예술인이 돼야 한단 걸 배웠다. ‘나는 못하겠어’ ‘나는 잘 몰라’란 말조차 입 밖으로 쉽사리 나오지 않더라. 다행히 작년 말 새롭게 선보인 정가품 검수 서비스 ‘번개케어’ 등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Q. 당초 마케터로 영입돼 조직의 수장으로 오르게 된 ‘비결’은.

"함께 일하자고 한 대주주 프랙시스 캐피탈은 내 커리어가 다양하다 보니 어떤 조직과도 쉽게 어울려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것 같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사회생활 15년 동안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아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살아온 게 나의 콤플렉스였다. 대학 졸업 후 한 분야에서만 경험을 쌓아 왔다면 지금쯤 특정 영역에서의 전문가가 되어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한 내 약점이 지금 회사에서 각 조직과 원활히 호응하고 협업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Q. 나이가 젊고 경험이 부족한 인재를 최고경영진으로 발탁한다는 소식에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불식시켰나.

"개인적으로 참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자는 주어진 역할을 증명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30대 여성이고 동종 업계 근무 경험도 전무해서 증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를 맡았으니 팀원들에게 존중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서 출발했다. 내가 존중을 얻고 싶으면 내가 먼저 팀원을 존중해 주자고. 일방적으로 업무를 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담당 부서를 찾아가 조언을 얻고 설득하고 함께 고민했다. 팀원을 존중하니 그들의 업무를 존중하게 됐고 나아가 회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직 내에 형성됐다. 리더십 구축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팀워크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Q. 때론 기업이 빠른 성과를 위해 조직 리더의 명확한 추진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면에서 번개장터에는 관계 중시형 팀워크보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 아닌가.

"어느 분야의 회사든 기업 활동에 있어서 단단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주와의 관계에서 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번개장터는 흑자를 내는 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테스트하고 남들이 안 하는 프로젝트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조직이다. 그러기 위해선 구성원 간에 위험부담(risk taking)이 가능해야 한다. ‘프로젝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배움이 있고 다시 도전 가능하다는 믿음과 신뢰가 구성원 간 형성돼 있어야만 팀이 조화롭게 성장하고 회사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러면 경영자의 리더십이나 영향력도 당연히 강화되는 것 아닌가."

Q. 많은 곳에서 최 대표를 언급할 때 과거 구글에서의 근무 경력을 빠트리지 않는다. 구글에서의 경험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됐나.

"매우 그렇다. 구글은 내 커리어 중 유일한 테크 회사였다. 처음 구글에 입성했을 땐 한동안 멘털붕괴 상태였다. 가장 기본적인 조직도도 찾아 볼 수 없고 의사결정 구조도 무질서처럼 느껴졌다. 차츰 구글이 피라미드형이 아닌 매트릭스형 업무 체계로 이뤄져 있단 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구글만의 협업 방식과 소통 능력을 빠르게 습득했다. 구글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금 회사에도 많이 적용하려고 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리더십 구축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팀워크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며 지난 1년을 되돌아 봤다. [사진=강태훈]

 현재 번개장터는 전체 200여 명의 임직원 중 약 50%가 기술개발자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최 대표는 번개장터를 ‘테크기업’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개발자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는 그는 “우리는 C2C 커머스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줄 기술적 매핑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번개장터에 하루 평균 새 상품 등록 수가 10만개 정도일 때 플랫폼 내에서 매일 수십만 명의 판매자와 소비자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직원 한두 명이 붙어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머신러닝이나 AI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간 매칭을 해주는 기술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Q. 사실 그동안 중고거래 업계 내 번개장터의 입지가 많이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최재화의 자구책은 무엇이었나.

"번개장터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솔직히 나도 번개장터가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지 몰랐다(웃음). 함께 일하자고 하니 그때부터 번개장터를 사용해 봤는데 좋은 서비스더라. 하지만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는 힘이 부족해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직에 오자마자 리브랜딩 작업에 집중했다. 회사 로고와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시대적 가치에 맞는 PR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3년 전 힘들게 퍼트린 씨를 이제야 조금씩 수확하는 단계다."

Q. 앞으로 도입하거나 새롭게 선보이고 싶은 기술 서비스가 있다면.

"중고거래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소가 여전히 많은 편이다. 판매자가 등록 상품에 대해 상세 설명을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그중 하나다. 실제 이 점이 귀찮아서 중고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도 꽤 많더라. 챗GPT 기술이 상품 설명을 대신 써준다면 판매자의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우리 개발자들은 업무량이 더 늘어 싫어하겠지만(웃음)."

2020년 이후 개편되어 온 번개장터 앱의 첫 화면들. [사진=번개장터]
2020년 이후 개편되어 온 번개장터 앱의 첫 화면들. [사진=번개장터]

최 대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며 여러 차례 다짐했다. 지난 3년 동안 회사에 대한 주목도와 인지도를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으니 지금부터 번개장터만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란 점에서다. 때맞춰 번개장터는 올해 새로운 사업 모델도 구상 중이다. 패션 중고의 성지를 뛰어 넘어 K팝 아이돌 굿즈 해외 중고거래 서비스를 현재 베타 테스트 하고 있다. 국내 아이돌 팬클럽 중심으로 굿즈 중고거래가 이뤄지던 영역을 세계 각국에 있는 K팝 팬들에게까지 대폭 넓혀 글로벌 차원의 중고거래 활성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다. “이르면 6월 말, 7월 초 쯤 외국인을 위한 영어 페이지 서비스를 시작으로 K엔터에서의 중고거래 붐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최 대표는 밝혔다.

Q. 왜 중고가 대세라고 생각하나.

"지속 가능한 소비 행위를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보자. 새로 산 물건을 집 안에 두려면 기존에 있던 물건들은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게 다반사다. 합리적 금액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팔면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이득인 셈 아닌가. 그렇지만 아직까지 중고 거래에 애로사항이 많으니 우리가 그 부분을 기술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건 결과로 수반되는 것이다."

Q.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회사 구성원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성공의 경험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 통상 성공한 IT 스타트업들은 오랫동안 재무제표상 제자리걸음이었다가 특정 지점에서 J곡선을 보이며 한순간에 도약하기 마련이다. 번개장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동안은 번개장터가 멀리, 그리고 높게 뛰어오르기 위한 발구르기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번개장터가가 세번째 챕터를 여는 시기인 만큼 앞으로 신발끈을 더욱 조일 것이다."

번개장터 오프라인 3호점 ‘브그즈트 컬렉션’. 빈티지 브랜드 등 100개 이상의 명품 컬렉션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매장. [사진=번개장터]
번개장터 오프라인 3호점 ‘브그즈트 컬렉션’. 빈티지 브랜드 등 100개 이상의 명품 컬렉션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매장. [사진=번개장터]

 최 대표에게 번개장터의 영광의 시대가 언제쯤 찾아올 것 같냐고 재차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내년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korea.co.kr·사진 강태훈 kangtaehoon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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