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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갤러리아, 그리고 판교로 간 하이앤드 주얼리는?

아르노 바스티앙 그라프 아시아 회장 겸 최고경영자 인터뷰

  • 기사입력 2023.05.30 08:20
  • 최종수정 2023.07.07 09:38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영국의 최상급 주얼리 브랜드 그라프(GRAFF)에서 지난 5월 판교에 매장을 열었다. 개장 준비 작업을 총괄하는 아르노 바스티앙 아시아 회장은 “이제 데님에 주얼리를 매칭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라고 말한다.

영국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그라프(GRAFF)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매장을 열었다. 2013년 신라호텔, 2017년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이어 세 번째 매장이다. 

그라프와 판교의 조합은 이색적이다. 그라프는 하이엔드 브랜드 가운데서도 최상급에 꼽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석 채굴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으며 퀄리티를 관리한다. 흡사 힘있는 어깨라인과 두꺼운 소재를 특징으로 하는 영국 정장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경기도 판교는 정장보다 청바지가 어울리는 곳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처럼 IT기업 임직원들로 가득하다. 

아르노 바스티앙(Arnaud Bastien) 그라프 아시아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개장 준비로 분주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거의 매달 한국을 찾고 있다. 바스티앙 아시아 회장은 “퀄리티와 캐주얼은 함께 간다”며 “그러나 최상의 퀄리티를 갖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유보단 재투자에 방점을 찍는 명품 소비 트렌드에 대해선 “톱 하이엔드 시장에선 보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했다. 

Q 한국을 자주 찾으신다고 들었다. 

일본, 중국과 함께 한국을 굉장히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 네트워크를 점차 넓히고 있다. 5월 판교 살롱을 열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Q 최근 LVMH 회장도 방한했다.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한국 소비자들은 명품(branded products) 시장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특징은 무엇인지)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해외보단 국내에서 상품을 구입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만큼 시장이 클 수 있다고 본다. (※그라프 일본 매장 수는 11곳)

Q 판교에 국내 세 번째 매장을 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하이엔드 주얼리 시장에서도 최상급 피스(※제품 단위)를 다룬다. 우리가 제공하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고객 접점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봤다. 우리의 정체성과 맞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에는 에르메스,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등 하이엔드 주얼리 매장이 입점해 있다. 바스티앙 회장은 이들 명품 브랜드에서 내는 상품을 그라프와 구분해 ‘브랜디드 주얼리(branded jewelry)’라고 지칭했다.

브랜디드 주얼리는 전체 주얼리 시장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맥킨지앤컴퍼니와 영국의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 오브 패션에서 지난해 6월 낸 연례 보고서 ‘더 스테이트 오브 패션(The State of Fashion)’에 따르면, 고급 브랜디드 주얼리(Branded fine jewelry, 360달러 이상의 브랜디드 주얼리) 시장은 2019년 240억 달러에서 2025년 최대 53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최대 14%로, 전체 주얼리 시장의 성장률(4%)보다 높다.


“최상급 피스,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유일 브랜드”

Q 판교점은 브랜디드 주얼리 시장에 진출한다는 뜻인가?

우리의 정체성은 변함없다. 다만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기 위해서 리테일 매장을 늘리고, 브랜디드 주얼리를 내놓으려고 한다. 

Q 판교는 명품시계보단 스마트워치가 친숙한 지역인 것 같다. 하이엔드 주얼리와 IT 종사자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만난다는 점에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퀄리티와 캐주얼, 두 가지가 함께 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꼭 정장을 입고 고급 주얼리를 착용했다면, 이제는 데님과 함께 매치해도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최상의 퀄리티를 갖고 싶은 마음은 같다. 판교점에 입점한 다른 브랜드의 판매 실적만 보더라도 이런 흐름이 확연하게 보인다.

Q 다른 브랜드와 견줬을 때 그라프가 고객들에 제공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의 가치는 무엇인가?

어느 날 고객이 100캐럿 다이아몬드를 구매하고 싶다고 한다면, 우리는 당장 세 가지 피스의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 (※2014년 소더비 경매에서 그라프의 103.46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430만 스위스프랑(당시 약 50억원)에 팔렸다) 또 최상급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고객 요구가 까다롭기 마련인데, 그라프는 이를 잘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Q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석 채굴에서부터 세공, 판매까지 전 공정을 관리한다. 그라프만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요인일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수직계열화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지 않나?

공정 전반에 참여하는 건 퀄리티를 높히기 위해서다. 다만 같은 퀄리티의 제품군에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한다.

Q 방한 목적 중 하나로 채용도 언급했다. 그라프의 가치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려면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과정도 특별해야 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스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열정을 갖고 그 퀄리티를 잘 전달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재벌부터 기업가, 약혼녀에게 프로포즈 할 반지를 보러 왔다는 남자까지,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Q 한국 매장 확장에 신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

그것보단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로케이션을 찾는 게 중요했다. 그 점에선 타협할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에게 맞는 곳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갤러리아(※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 위치한 2호점)도 공간은 크지 않지만 주변 환경이 우리와 맞았다. 판교 역시 톱 럭셔리 브랜드 매장 사이에서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또 리테일 확장을 받쳐줄 수 있는, 매일 피스를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3~4년간 노력해왔다.

“인공이 천연 대체? 오래된 이야기”

Q 가치소비 트렌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라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최근 채굴 과정에서 인권, 환경 문제가 없는 인공 다이아몬드가 주목을 받는다. ‘ESG 다이아몬드’라는 이름도 붙었다. 전문가가 아니면 식별이 불가능한데 가격은 3분의 1이다. LVMH는 이스라엘의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업체 루시스(LUSIX)에 투자하기도 했다. 맥킨지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주얼리 매출이 2019년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25~3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과 인공 다이아몬드는 별개의 시장이라고 본다. 우리는 인공 다이아몬드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 천연이 갖고 있는 가치 때문이다. 천연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저희 고객들은 천연만이 가지는 탁월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업계에 몸 담은 지 25년이 됐는데, 인공이 천연을 대체할 거란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 됐다. 나는 예전부터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프린터로 피카소의 작품을 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피카소가 그린 진품은 여전히 탁월함을 지니고 있다. 복제품은 복제품일 뿐이다. 

Q 실제 소비자가 인공과 천연 다이아몬드를 식별하지 못한다면, 과연 소비자는 어느 지점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향유한다고 할 수 있나?

미술 작품 컬렉션과 비슷하다. 최고의 것을 향유할 수 있고, 그것에 지불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최고를 선택할 거다. 특별한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그것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는 기쁨은 가격을 붙이기 힘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쁨은 이미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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